[논평] 2002년도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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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2-10-1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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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즌'을 맞이하여, 지난 주에는 각 분야에서 2002년도 노벨상을 받을 인물들이 모두 선정, 발표되었다. 이웃 일본에서는 3년 연속으로 과학분야 수상자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올해에는 물리, 화학 두 개의 부문에서 수상자를 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올해 수상자 중 한 명은 학부때 최하위의 성적으로 졸업했다는 점에서, 다른 한명은 석박사 학위도 없는 학사 출신으로서 민간기업에서 근무하는 40대 초반의 평범한 연구원이었다는 점에서 큰 충격과 화제를 몰고 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다 외국이 아닌 일본 국내에서 이룩한 업적으로 노벨과학상을 수상하게 됨으로써 일본의 과학기술 시스템의 저력을 입증하였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웃 일본의 경사를 축하하면서도, 우리의 처지와 비교되면서 씁쓸하고 허탈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 것이다. 우리 과학계는 아직까지 한 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는 수상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과 과학계 외부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10위권에 근접한 경제규모에, 투입되는 연구개발비의 규모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우리 과학기술자들의 분발을 촉구하거나 질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잘못된 인식의 소치일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노벨과학상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듯 단기간 내에 집중적으로 육성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더구나 현대 과학기술 연구의 특성상, 한 두 사람의 천재적인 과학자가 개인적인 능력만으로 받을 수 있거나, 로비 등의 수단에 의해 받을 수 있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탄탄한 과학기술 기반 및 체계적인 연구개발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고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물 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꼭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제대로 된 토양과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과학기술계의 노력 뿐 아니라,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의 과학기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나아가서는 범국민적인 관심 또한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가 지도층 인사들은 연구개발의 특성에 대한 초보적인 이해도 없이 툭하면 "우리 과학기술계는 투입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라는 식으로 과학기술인들의 사기를 꺾어 놓는가 하면, 어떤 국회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아니냐"는 한심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지 아니한가? 
올해 대통령 선거에 나설 주요 후보들중에서도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책과 공약을 내걸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대통령 후보들의 TV 정책토론 등에서도 과학기술 정책이 의제로 다루어진 적이 있기조차 한가?
주요 신문, 방송에서는 평소에 과학기술에 관한 기사나 보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분야와 비교할 때 과연 얼마나 되는가?  별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독자/시청자들이 흥미를 못느낀다는 등의 이유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있지 아니한가? 
민간기업에서는 연구원들이 승진급보다는 좋아하는 연구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토양과 기회를 제공해 주는가? 40대가 넘으면 관리직 등 연구개발과는 멀어지는 쪽으로 승진하든가 아니면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현실이 아닌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들은 그동안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나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전문지식인 집단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 들어서도 기초 및 응용과학의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성과들을 속속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철강 등의 주요 수출품으로 지금 이 나라를 먹여살리게 된 것도 바로 우리 과학기술인들 덕분이 아니던가? 21세기 지식산업기반사회를 이끌어 갈 중추적인 집단 역시 바로 과학기술인들임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와 국내 이공계 대학원의 위기로 인하여, 노벨과학상은 커녕 차세대 과학기술의 단절과 국가적 연구개발 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시적인 미봉책이나 사탕발림적인 유인책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를 확립하고, 창의적인 연구개발을 북돋을 수 있는 과학기술 연구시스템을 지원해 나아가는 일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무서울 정도의 경제성장세를 보이면서 곧 우리의 최대 경쟁국이 될 이웃 중국은 최고 통치자들이 이공계 출신일 뿐 아니라, 과학기술인들을 우대하기 위하여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아니한가?   

정부는 고사 직전에 놓인 국내 이공계 대학원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비롯해서, 과학기술인의 사기를 북돋을 수 있는 지원책들을 속히 시행하기 바란다.
대선 후보들을 비롯한 정치권은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책의 청사진과 공약을 제시하고, 그를 뒷받침해 나아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인들의 국가정책 참여확대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민간기업들은 이공계 인력을 단지 값싸게 부려먹고 언제든 교체할 수 있는 존재로 볼 것이 아니라, 보람된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노력과 성과에 따라 충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 결국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나라 전체에도 도움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속히 깨우치기 바란다. 
신문, 방송 등 언론에서도 노벨상 시즌에만 일회적인 관심을 나타낼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꾸준히 과학관련 기사와 보도를 심층적으로 전하고, 현장 과학기술인들이 처한 현실과 이들의 정당한 요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지면과 기회를 늘려주기 바란다.     

기술천시 풍조가 뿌리깊은 우리 정부와 언론, 사회 지도층이 과연 우리나라 과학자가 노벨과학상 받기를 기대하며 분발을 촉구할 염치라도 있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갈 길이 먼 데도 이공계 기피현상이 만연하고 과학기술자들이 자기 자식은 절대로 이공계에 안보내겠다고 하는 나라가 과연 노벨과학상을 받을 자격이나 있는 것인지 다 함께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 최한석 ()

      "우리 과학기술계는 투입에 비해 성과가 부족하다"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자 1인당 연구개발비는 9000만원 정도로써 미국보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돈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너무 제품개발에만 몰두하고 기초연구에는 소홀하는 측면이 있지요..

  • 최성우 ()

      조금 늦었습니다만...  연구개발비 수치를 (그것도 근거가 매우 미심쩍지만...) 우리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좀 무리라고 보여집니다.  설령 연구개발체제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면 타당하다고 해도, 그런 불합리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체제를 만들어놓은 것이 바로 누구일까요?  (과학에 대해서는 일자 무식인 관료들이 위에서 군림이나 하려 하고...) 이런 경우를 보고 바로 '적반하장'이라고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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