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공계 대학 신입생 장학금 지급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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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2-11-3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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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교육인적자원부가 이공계 대학 신입생 3500명에게 등록금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공계 기피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나, 수개월에 걸쳐 연구해 내어 놓은 대책이 결국 이런 것인가?

우수한 이공계 후속세대들이 등록금 걱정 없이 학업에 정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등록금 걱정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한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이공계에 진학한다면 그것 또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 당국의 문제 인식의 편협함과 대책의 안일함이다. 국민의 혈세로 장학금을 줘가며 길러낸 비싼 인재가 대학을 졸업하여 정작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자 할 때, 그럴만한 터전이 조성되어 있는가? 현재의 국내 과학기술계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 이공계 대학원은 학생이 없어 비어가고, 젊은 석박사들이 비정규 계약직이라도 일자리를 구하려 아우성이며, 외국에 유학한 인재들은 국내에 돌아오지 않고 눌러앉아 남의 나라 좋은 일만 해 주고 있다. 이미 배출된 이공계 인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근본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의지와 노력 없이 장학금이라는 당근만 가지고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오산이다.

4년간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한 이공계 대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할 때에 또 장학금으로 유혹할 것인가? 해외 유학생 장학금 지원으로 인재를 외국에 갖다 바칠 것인가? 대학과 대학원을 나와 사회에 진출할 때에도 정부 보조금으로 취업시킬 것인가? 국가에서 필요한 이공계 인력에게 일생동안 양식을 제공할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이공계인으로서의 인생에 첫 발을 내딛는 순진한 대학생들을 당근으로 속이는 대책을 함부로 시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차피 이공계 기피현상을 돈으로 해결할 결심을 했다면, 대학 신입생보다는 대학원생을, 또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신진 과학기술인들을, 또 현업의 과학기술 종사자들을 지원하여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다. 작금의 정부 대책은 싼 값에 부릴 이공계 인력을 양산하는 데에 목표가 있으며, 일단 이공계로 발을 들여놓게 한 뒤 그들의 눈을 가리고 고급 인재를 저가 인력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한 속내와 해악성을 감추고 '우수한 학생을 이공계로 유치하겠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

이번 대책 발표로, 일반 국민과 우수한 학생의 학부모들에겐 "이공계는 정말 기피해야 되는 곳이구나" 하는 인식만 높아질 것이다. 의약계열 집중현상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우수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급함으로써, 금년도 입시에서 의약계열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대거 이공계 학과에 적을 걸어둔 채로 등록금을 지원받으며 의약계열로 가기 위한 재수의 길에 나설 것이 불보듯 뻔하다. 우수한 학생이 의약계열로 가기 위해 재수하는 데에 드는 사교육비를 정부가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꼴이 되지 않도록 어떠한 보완책이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이번 조치의 재고를 요구하며, 근시안적 대책이 아닌 근본적 치유책에 해당 재원을 투자하길 강력히 권고한다.
  • 임호랑 ()

      이번 정부대책은, 이공계 기피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것보다는, 의대 다음 클라스의 '덜 영악하며 가난하고 순진한' 고등학생들을 유인하려는 '뻔한 대책'일 뿐입니다. 우리나라가 먹고 살고 있는게, 첨단 제품개발과 수출을 하는 이공계가 근간을 이루기 때문인데, 사람밖에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제일 우수한 인력을 이공계로 유인할 생각은 안 하고, 의대/법대 못가고 해외 유학 못간 사람들만 이공계로 끌어들이려는 한심한 정책을 내놓는지 참으로 답답하군요. 여기에 걸맞는 대책은 '혁신적'이고 '개혁적'인 것입니다. 지금 중국과 일본, 동남아가 보이지 않나요? 그리고, 전통적인 기술강대국 미국, 프랑스, 독일이 안 보입니까? 과학기술을 수십가지 문제중 하나가 아니라, 국정 최고 우선순위로 놓아야 하는데...

  • 최한석 ()

      맞다. 의대/법대에는 머리좋은 학생보다는 마음따뜻한 학생을 더 필요로 한다. 창의력좋고 머리좋은 학생들이 이공계를 지원해야 한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처우가 좋아서 과학기술자들이 행복해 한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이공계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다..

  • 최한석 ()

      의대 등록금 및 수업료가 다른 대학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학생들이 의대를 피하는가?

  • 권기태 ()

      장학금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답답하더군요.

  • 권기태 ()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여기저기서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데, 대선 정책공약으로 장학금 지급이라니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이 짧은가 하는 생각이 들거군요. 학생들이 이공계 등록금이 부담스러워서 기피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 최동식 ()

      이공계 기피현상을 장학금이며 수학만잘해도 입학할수 있다는 대책은 대책어떤 똘박에서 나온 땜질식 방안인지 정말 우리나라 앞날을 바라볼대

  • 최동식 ()

      이공계 기피현상을 장학금이며 수학만 잘해도 입학할수있다는 방안은 도대체 혈세를 녹으로 먹고 사는 어떤 돌박에서 나온 발상인지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리고 그렇게해서 배출한 인재를 해외에 빼앗기는 그런 한심한....그럼 임시 땜방질방안이 아니라 이공계 출신에 대한 대우와 처우개선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놔두고 왜그런지 참으로 답답 합니다 정말 몰라서 그런지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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