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과 대책

글쓴이
sysop
등록일
2003-02-19 11:16
조회
12,311회
추천
39건
댓글
3건

먼저 하루 아침에 생사의 갈림길에 선 희생자와 유족들께 삼가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

무엇보다도 구호당국의 신속한 부상자 치료와 시신 수습, 그리고 검찰 및 경찰의 철저한 수사 및 전문가들의 원인분석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선 강조하고자 한다. 

아직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화 피의자가 조사를 받고 있고, 역무원들의 신병이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않아 사태의 전말이 신속히 알려지고 있지 않지만, 현 시점에서 관계 당국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첫째는, 이번 방화사건이 대형참사로 이어진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출입문이 열리지 않은 점, 정전으로 역사 조명이 꺼진 점, 차량내부가 유독가스를 발생시키는 인화성 재료로 제작된 점, 환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 반대편 차량이 화재차량 옆에 주차한 점 등이 대형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전원차단기가 작동한 것이 이러한 여러 원인을 야기한 가장 중요한 근본원인이 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지하철 전원은 차량을 구동하는 고압 직류전원과 역사의 시설과 장비를 작동하는 저압 교류전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정황에 의하면 이 두 전원이 모두 차단되었고, 이로 인해 출입문, 역사 조명, 환풍기 작동 중단 및 차량운행 정지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두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었다는 일부 주장은 신빙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서 수동 차단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전원차단 시점 및 방법에 대한 조사는 이번 사태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으므로, 당시 역사 근무자의 진술 및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검경이 철저하게 진상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이러한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수립이다.

이 사건이 비록 방화에 의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단순 방화는 예방이 결코 쉽지 않은 만큼 이 정도의 방화에는 끄떡이 없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예컨대 러시아의 지하철은 핵전쟁에 대비하여 방화는 물론 핵낙진 및 방사능에도 견뎌낼 수 있도록 환기시설 등을 갖추고 있고, 일본의 고속전철은 웬만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지만, 지하철과 같이 폐쇄된 공간에서 인화성이 높은 내부 장식재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그리고 눈에는 안 보이지만 전원이나 통신 케이블이 내화성을 갖춘 적정 규격의 것인지, 화재감지 및 소화시설은 적절했는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도 필수다.

또한 이번과 같은 긴급상황 발생시 출입문이나 창문을 쉽게 개방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었는지에 대한 점검, 그리고 지하철에서 화재나 독가스 발생시 화염의 통로가 될 수 있는 승강계단이 아닌 지하 대피시설을 갖추는 것, 그리고 환기구나 환풍기의 적절성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셋째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사태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는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서해 훼리호 침몰 사건, 아시아나 여객기 추락사건, 대구지하철 폭발사고 등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대형사고의 근본원인을 찾아 이젠 해결할 때도 되었다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 방송의 보도와 일본 NHK 보도의 차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일본 NHK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해당 전문가가 나와 지하철 내부 마감재와 전선에 대해 설명하고, 건축전문가가 나와 역의 구조와 초기대응에 대해 설명한 후, 의사가 나와 사람의 폐그림을 보여주면서 화재시 유독가스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등, 이 사건에 대한 상세한 과학적인 분석과 실용적인 대책을 논하고 있다.

물론 특별재난구역 선포나 피해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문제, 책임자 문책같은 문제가 사소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대형 참사를 수없이 당하고도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전시위주의 행정조치나 정치적인 공방, 대국민 의식개선같은 피상적인 조치나 소모적인 논쟁만 하고 만다면, 21세기에도 우리나라는 사고왕국의 오명을 영영 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새정부는 선진국의 경우를 다양하게 참조하여 설계, 제작, 건설, 감리, 운영 등에 있어서 제도적으로 이런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강구해주길 바란다.  다시 한번 부상자들의 쾌유를 빌고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는 바이다.
 
  • ()

      아는 자 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할 때

  • 이영준 ()

      소잃고 외양간 고치자!!

  • 이태경 ()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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