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참여정부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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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3-03-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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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청와대와 내각의 주요  포스트가 정해지는 등 바야흐로 ‘참여정부’ 시대가 시작되었다. ‘참여정부’는 그 이름에서부터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고, 과학기술계도 과거 어느 때보다 새 정부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선과정, 대통령직 인수과정을 통해 새 정부가 이공계 기피 및 고급인력의 해외유출문제 등 과학기술계의 현실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고, 취임사에서도 밝혔듯이 '제 2의 과학기술 입국'을 통해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 등의 대통령 프로젝트 성공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새 내각 출범에 즈음하여 이러한 기대는 벌써 우려의 목소리로 바뀌고 있다.
이번 내각에 있어서 3대 과학기술 핵심부처인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 장관 인선마저도 자격을 갖춘 과학기술계 인사로 모두 채워지지 못하는 등 인사의 난맥상이 두드러진다. 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반도체 신화를 이룬 주역으로서의 출중한 능력은 인정된다. 하지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자녀 이중국적 및 병역기피의혹도 문제거니와, 과연 재벌사 사장출신으로서 기업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객관타당하게 조정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이 없지 않다. 또한  산업자원부 장관은 행시출신에다가 재무관료로 성장한 경제통으로서 산업현장과는 괴리가 큰 경력의 보유자다.
 
이러한 인사의 난맥상은 4대 과학기술 해당부처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농림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장관 중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우 행시출신으로서 경제통이며 건설교통 현장 근무경력이나 해당 전문지식이 없는 비전문가다. 과거 정권에서 건교부 차관을 했다고 하지만 이 경력이 결코 장관으로서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특히 환경부 장관의 경우 문학을 전공하였고, 환경운동을 한 경력이 있다고는 하나, 대기오염, 수질오염, 탄산가스 배출량 조절 등 국민보건과 산업경쟁력에 직결되는 고난도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전문가는 아니다.

한편 전문성이 보다 중시된다는 34명의 차관급 인사에 있어서 이공계 인사는 과학기술부, 농림부, 환경부 차관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과학기술 관련 12개 차관급으로서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농림부,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의 차관과, 중기청, 특허청, 철도청, 농진청, 산림청의 청장에도 1/4밖에는 전문성 있는 인사로 못채워지는 등 차관급 인사의 난맥상이 장관급 인사보다 더 심각하다.
 
이번에 발표된 20명의 장관 중 농고를 나온 김영진 장관을 포함하여 3명 뿐이, 그리고 34명의 차관급 인사 중 3명밖에는 이공계 인사들이 입각하지 못한 점은 새 정부의 '제 2의 과학기술 입국'이나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대졸자의 46%를 차지하고 있는 이공계가 전체 장차관급 각료 54명 중 6명, 즉 11%밖에 배출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전문가들을 홀대하고 있는가를 증거하는 것이고, 이공계 기피의 원인 제공을 새 정부도 여전히 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 최고 지도층의 100%가, 그리고 관료의 80%가 이공계이고, 또 다른 경쟁국 일본도 기술관료의 비율이 50% 이상(신임 관료선발 비율은 70%이상)이라는 사실을 이 대목에서 새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화학 전공자였고, 미국이나 프랑스의 각료로 연구개발이나 기업경영을 담당한 과학기술계 인사 진출이 활발한 점, 그리고 MBA, 의사도 과학기술을 전공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선진국들을 참고할 때, 현대 과학문명 및 국제 제품/기술 경쟁환경에 대해 어두운 새 정부의 각료들이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 의문이다.

이번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해서도, 사고의 근본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조사와 기술적이고도 체계적인 대책 수립 대신, 행정조직 중심의 대책반 편성과 범죄행위 조사에 초점을 둔 경찰수사, 그리고 국민성금 조성이나 사망자 인정문제, 피해보상에 치우친 점도 선진국의 재난방지 대책과 비교해볼 때 심한 괴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 인터넷 대란도 사고의 성격만 다르지 근본 원인 및 대처과정은 너무나도 유사하다.

이러한 대형 사고 발생시 각계의 전문가(과학기술자)가 중심이 된 사고조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고 현장을 보존하고 몇 개월간 다양한 조사와 분석, 실험을 통해 근본원인과 대책을 강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을 참여정부에 기대한다는 것은 가혹한 일인가? 신설된다는 재난관리청에는 과연 이러한 과학기술 마인드와 전문지식, 선진국형 방재시스템을 구현할 청사진을 가진 청장이나 고위간부가 들어설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과학기술자들은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현'은 구호가 아니고, 전시행정 위주로 흐르고 현장과는 괴리가 컸던 정부조직에 과학기술 마인드와 전문지식을 가진 인재들을 불어넣는 것이고, 부처별 이기주의로 따로 놀던 정부 부처를 시스템적으로 통합하는 일이며, 창의적인 발상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관료들이 개혁의 주체가 되도록 분위기를 혁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위상이 강화된 국가 과학기술 위원회(정보과기보좌관이 간사)로 국가 연구개발 체제 및 과학교육 체제를 정비 해나가되,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 TF위원회(팀장이 간사)를 통해서는 새 정부를 '시스템 정부'로 탈바꿈하고 국가사회적으로 '제 2의 과학기술입국'을 추진하는, 투톱 체제(국과위-과기중심TF위)를 가동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은, 새 정부가 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학기술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현장 과학기술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폭넓은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한다. 이는 과학기술자들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새 정부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장 과학기술 경험과 지식, 아이디어의 제공을 위한 것이다. 나아가서 이러한 활동이 궁극적으로 이공계 기피문제 해결, 국가 경쟁력 확보, 선진국형 정부/사회 시스템 구축을 위해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5년후에는 새 정부에 대한 우려가 모두 기우였음이 확인되고 기대했던 것 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어,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한 '참여정부' 및 이를 이끈 대통령으로 평가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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