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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정부의 유학경비 지원정책 재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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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작성일2002-09-0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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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예산처가 8월 31일 밝힌 해외유학 경비 지원 방안은, 입시철을 앞두고 고교생들에게 이공계 진학을 단순히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기존의 이공인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정공법 대신에 이공계 장래를 왜곡시킬 우려가 큰 유인책을 정부가 또 다시 내놓았다는 것이 '한국 과학기술인 연합'의 시각이다.

근본적으로 21세기에 들어서도 국가 교육대계를 해외 대학들에게 의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부유층의 해외유학 및 도미 유학파의 득세로 인해 무분별한 해외유학이 급증하여 대책마련이 절실한 이때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세계 각국이 자국의 기술보호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요즘, 이공계 유학을 통해서는 군사기술을 위시로 한 첨단 과학기술을 습득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극히 제한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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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학생 파견이 국익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부터 재고 해봐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가 후진국이었던 60, 70년대에는 우수한 인재를 해외에 유학보내 앞선 학문과 기술을 배워오게하는 것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그런 정책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수준은, 우수한 인재 몇 명이 미국이나 일본의 공개된 대학교나 연구소에서 배워온 선진 학문이나 기술로 발전시킬 수있는 후진국 수준을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같은 과학기술 기반이 충실한 사회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지, 많은 수의 인재를 무작정 해외로 유학보내 배워와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과학기술력을 키워낼 수 있는 사회체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독자적이고 한국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창의적인 이론을 연구해야만, 선진국과 경쟁해서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해외유학에 관한 한 한국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미국,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이 앞다투어 장학금을 주고 영주권을 줘가며  뛰어난 이공계 유학생들을 유인해가고 있다. 이렇게 다들 자기 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그들에게 우리의 우수 인재들을 맡겨 보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상당수의 해외 유학생들은 국내 회귀보다는 대우와 여건이 훨씬 나은 그 곳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60년대 후반까진 해외 유학생을 보내는데 주력했지만, 어느 정도 기술수준이 올라갔다고 판단되는 70년대 초반부터는 미국유학을 다녀오는 인재보다 일본에서 키운 인재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부터는 나카소네 전총리 주장에 의거 10만 유학생 유치정책을 펴기 시작했는데, 나라가 발전하려면 유학생들이 많이 와야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일부 일본인들은 미국에 유학을 가지만, 정말로 뛰어난 인재들은 미국에 유학가지 않는것이 관례로 굳어지고 있다. 미국엘 가더라도 포닥이나 안식년으로 1-2년 가서 머무는 정도지, 장학금에 팔려 헐값에 장기간 고급 노동력을 제공하러 미국에 가는 일본 유학생은 거의 없다.

한편, 매년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1000명의 국비 해외유학생을 보내는 것이 전혀 새로운 일도 아니고, 그 예산에 대한 타당성 확보도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미 과학단체 및 민간에서 보내주는 해외 유학생 규모만도 매년 300여명이다. 거기에 국비 유학생 1000명을 더한다면, 안 그래도 취약해지고 있는 국내 이공계 대학원은 궤멸상태에 빠질 것이 자명하다. 그 예산을 국내 연구소 및 대학에 몸담으면서 우수한 연구성과를 낸 과학기술자들에게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 사기도 올리고 이공계 기피도 막을 수 있는 한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세계화 시대에 우수 국내인력의 해외진출이나 해외 우수인력의 국내진입 모두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아인시타인이 독일에서 미국으로 갔기 때문에 원자탄은 미국 소유가 되었듯이, 과학기술에는 국경이 없으나 과학기술자에게는 국경이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국내에 우수 과학기술 인력이 모이도록 하는 정책을 펴야지 두뇌 해외유출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한 해외 유명 학술지에 한국사람 이름이 실리는 것보다 지적재산권이 한국 정부나 회사 소유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하여 과학기술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시기는 대부분 20-30대의 대학원 과정인데, 바로 이 점을 미국 등 선진국들이 간파하고 값싼 장학금으로 외국 유학생을 끌어들여 값진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지적재산권이 해당 학교 또는 정부로 귀속됨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은 기존의 과학기술자들 사기를 높이는 것이다. 기존 과학기술자들의 대우가 형편없는데도 우수 고등학생들이 의대나 법대를 가지 않고 이공계로 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한,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대다수 이공인들이 보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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