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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과학적인 21세기형 재해 대책을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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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작성일2002-09-03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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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로 인한 산사태 및 침수피해로 사망·실종자가 200여명을 넘고 재산피해도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또한 전기, 수도, 전화, 도로 등 국가 주요 기간 시설이 자연재해에 무방비 상태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우선 재해를 당한 유가족 및 이재민에 대해서는 이공인들의 뜻을 모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공인들이 국가 사회적으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 발생한 재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책임을 통감하는 바이다.

이번에 특히 피해가 컸던 강릉지방의 경우 기상관측 이래 최대인 897.5㎜의 강우량을 기록했고, 우리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었던 만큼 이번 재해를 인재(人災)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와 가뭄 피해 속에서도 행정적인 대책만 있고 제대로 된 과학적 대책이 없어 발생한 재해까지 천재(天災)로 보려는 시각은 수긍할 수 없다.

기상이변의 원인이 어디 있든 상관없이 아무리 심한 재난이 닥쳐와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은 있다. 따라서, 눈앞에 닥치기 전에는 자연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던 '무대책 한국'의 모습은 이제는 완전히 벗어 던져야 한다.

먼저 중앙재해대책본부라는 비상기구를 보면 기껏해야 통신망이나 구축해놓고 수동식으로 피해상황 집계나 하며 '안전에 만전을 기울이라'는 식의 틀에 박은 지시나 하는 일제식(日帝式) 행정기구라는 지적을 아니 할 수 없다. 과연 지난 2000년 발족한 '안전 관리 개선 기획단'은 국가 안전 및 재해 예방을 위해 법령 정비 한 것 말고 과연 무슨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구하였는지 의문이 든다.

자연재해에 대한 대책 및 관리는 철저히 자연과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안된다. 태풍이나 폭우같은 자연현상은 행정학이나 법의 권위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이번 재해를 계기로 21세기형 과학적 재해 대책 마련을 서두를 것을 '한국 과학기술인 연합'은 강력히 주문하고자 한다.

우선 기상청이 내놓는 애매한 태풍 진로 예측이나 확률식 강우량 예측에 대한 철저한 보완이 필요하다. 기상청이 새로 도입한 슈퍼컴 및 수십 년의 경험을 가졌다는 기상 공보관만으로는 정확한 기상예보를 해낼 수 없음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사항이 정부 및 국회차원에서 정확히 점검되어야 한다.

1) 과연 기상청 및 관련 연구기관에는 노련한 기술력을 가진 연구원 및 기상 과학자가 있는가?
2) 기상 레이다 및 무인 측후소는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고 성능은 충분한가?
3) 한반도 지형 및 기후에 맞는 기상 모델이 제대로 연구되고 있고, 예보절차는 충분히 과학적인가?
4) 위성 기상정보 활용 및 중국, 일본과의 기상정보 교류와 협력은 무리없이 잘 되고 있는가?
5) 지구 온난화와 한반도 주변 해수오염이 이번과 같은 기상이변을 가져오는지에 대한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또한, 댐 방류와 강 하류지역 침수와 관련하여서는 건설교통부 및 환경부 등 정부 관련부처는 물론 홍수 통제소, 댐 관리소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종합 점검되어야 한다.

1) 강우량 및 강과 하천, 호수, 댐의 수위 데이터가 전국적으로 정확히 실시간 계측되고 있는가?
2) 강우량과 지하수위, 지표수위 관계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는가? 
3) 댐 방류 시기와 양을 결정하는 절차는 충분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인가?
4) 하천, 하수, 관제 시설 복구 및 건설이, 적합한 토목공학적인 기준에 의거 시행되고 있는가?

특히 이번에 큰 피해가 발생했던 산사태는 무리한 산악지역 도로공사 및 사전 예보가 미흡한 것이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도로 공사나 토목공사시 한국적 기상조건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고, 산사태 발생 가능 지역에 대한 사전 지반조사를 통해 유사시 교통통제를  실시하는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

다음, 이번에 또다시 파손된 제주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제주지역이 원래 태풍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과 월드컵 경기장은 이러한 재해를 충분히 감안하여 건설되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월드컵 경기장 설계 기준치는 과연 적절했고 건설은 공학적 규정대로 이루어졌는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권위있는 이공계 전문가들로 하여금 재설계를 하게 하고, 부적절한 설계와 시공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강풍으로 전선이 끊어지고 전신주가 넘어지며, 침수로 인해 감전사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이미 가로수 감전으로 인해 애꿎은 여러 국민들이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  사고 원인에 대한 공학적 분석과 감전 방지 대책 마련을 관련 이공계 전문가가 책임지고 하도록 하여, 국민들이 감전으로 목숨을 잃는 후진국형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도록 해서는 아니된다.

어찌 위와 같은 과학적인 대책이 없이 모든 것을 천재지변이라고만 할 것인가? 그리고 피해를 당한 국민들은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둘러댈 것인가?  또 다시 수해 위문금이나 걷고 민관군 협동 수해복구 명목으로 관의 책임을 무디게 하는 행정적 사후조치만 현란하게 해댈 것인가?

항상 그래왔지만, 이번에도 피해를 당한 사람들 대다수는 저지대에 살아 침수피해를 입거나 산동네에 살아 산사태를 겪은 서민들이다. 이제 더 이상 과학기술계가 서민들의 고통에 팔짱만 끼고 촛점도 없는 행정지시만 기다리는 소극적 태도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번과 같은 재해에는 결코 이공인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공인을 선두로 하여 정부, 정치권, 언론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적극 주문하는 바이다.

1) 먼저 이번 재해와 관련있는 모든 이공인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에 앞장서라!
2) 다음, 중앙재해대책본부 등 정부기관은 과학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가 및 관료들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주라!
3) 마지막으로 정치권 및 언론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조치 및 피상적인 여론조성 대신 21세기형 제도 마련을 서둘라!
 
지구 환경 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새로운 형태의 자연재해가 밀어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상 나열한 중단기적인 대책 외에 장기 기후 변화 전망에 따라 새로운 안전기준도 설정하고 과학적인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또 다시 이런 재해는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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