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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포의 발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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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7-07-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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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후기의 민란을 소재로 제작되어 몇 년 전에 선보인 어느 한국영화에서, 기관총 비슷한 무기를 지닌 주인공이 관군을 행해 총탄을 난사하는 장면이 등장하여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한 적이 있다. 그 무기는 근대적인 기관총의 효시로 꼽히는 개틀링 총(Gatling Gun)으로 보이는데, 물론 조선시대에 그것도 관군이 아닌 민초들의 군대가 그런 것을 썼을  리는 전혀 없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는 개틀링 총이 발명되어 실전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각종 첨단무기가 즐비한 오늘날에도 총과 포는 가장 기본적인 무기로 중요시된다. 이들의 발달사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화약을 이용한 대포는 14세기 초인 1320년대에 아라비아에서 처음 발명되었다. 포신은 철판이나 철봉을 원통으로 말아서 만들거나, 나무로 만들어 철로 된 고리를 끼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고, 탄환은 돌이나 둥근 철환 등을 사용하였으므로 탄환 자체가 폭파되면서 파편이 튀지는 않았다. 포구에 화약을 놓고 장전하여 발사하였으나, 포신을 땅 속에 반쯤 묻거나 벽돌로 포대를 쌓아서 사용했기 때문에, 초기의 대포는 기동성이 전혀 없었다.
 15세기 이후 대포는 개량과 발전을 거듭해서, 포신을 비교적 가늘고 길게 만들어 탄환을 빠른 속도로 발사시키는 캐논(Cannon)포가 등장하였고, 15세기 후반에는 탄환 자체가 폭파하는 파열탄도 만들어졌다. 16세기에는 청동으로 만든 캐논 포에 바퀴를 달아 움직일 수 있게 하여 기동력이 강화되었다.
 프랑스의 그리보발 장군(Jean-Baptiste Vaquette de Gribeauval; 1715-1789)은 1765년에 프랑스 육군의 개혁을 단행하면서 세계에서 처음으로 무기의 표준화를 추진하였는데, 이로 인하여 대포의 성능도 크게 향상되었다. 포신의 길이, 탄환의 무게, 화약의 분량 등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였고, 각 부속품들을 일정한 규격으로 통일하여 일부가 고장 나더라도 재빨리 새 부품으로 갈아 끼울 수 있도록 하였다. 덕분에 프랑스 대포의 명중률도 놀랄 정도로 정확해지면서, 이후 나폴레옹의 군대가 승승장구하면서 전 유럽을 휩쓸 수 있게 된 원동력의 하나를 제공하였다.
 19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발사 후 반동에 의해 대포 전체가 뒤로 밀려나는 문제를 해결하여, 기압과 용수철의 힘을 이용하여 포신만이 뒤로 밀렸다가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장치를 개발하였고, 1887년에 영국에서는 ‘암스트롱 포’ 라는 이름의 연사포도 개발되었다. 20세기에 이르러 강철의 제조법과 화약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대포의 위력은 더욱 커지게 되었고, 제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다양한 종류와 기능을 지닌 대포들이 잇달아 선보이면서 대포는 지상 및 해상 전투에서 현대전의 주요 무기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오늘날에도 대표적인 개인 무기로 사용되는 소총은 16세기에 나온 화승총이 그 시초인데, 화승총은 강선이 없어서 탄환의 힘이 그리 크지 않았다. 또한 매번 쏠 때마다 약실에 화약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탄환을 발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해서 전쟁용보다는 사냥에 적합한 무기였다. 그 후 화승총은 강선을 지닌 라이플총으로 대체되어 사정거리와 정확도가 늘고, 새로운 화약과 탄환이 발명되면서 총의 위력도 매우 커지게 되었다.
 19세기에 들어와서 미국의 콜트(Samuel Colt; 1814-1862)가 발명한, 연뿌리 모양의 탄창을 지닌 연발식 콜트 권총은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휩쓸었다. 그 후 1879년에 독일의 모젤 형제가 개발한 모젤식 권총은 권총 자루부분을 탄창으로 이용함으로써 권총의 부피를 크게 줄이게 되었다. 
 위에서도 언급한 기관총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꿈의 무기로 생각되어져온 바 있다. 물론 그리스 시대에 근대적인 총이 발명되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그리스 알렉산드리아 시대의 헤론(Heron)은 기관총처럼 화살을 연속적으로 발사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들었다. 
 근대적인 기관총은 1861년에 미국의 의사이자 발명가였던 개틀링(Richard Jordan Gatling; 1818-1903)이 처음으로 발명하였다. 그는 10개의 총신을 둥그렇게 모아서 돌려가면서 연속으로 사격할 수 있는 ‘개틀링 총(Gatling Gun)’을 선보였는데, 당시의 남북전쟁에서도 약간 사용되었지만 이후 개량을 거듭하여 1898년의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였다. 
 현대식 기관총인 단총신 기관총, 즉 총구가 하나인 기관총은 미국 출신의 발명가 하이럼 맥심(Hiram S. Maxim; 1840-1916)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영국으로 귀화한 맥심은 1884년에 기관총을 만들어서 '머신 건(Machine gun)'이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받았다.
 맥심 기관총은 탄환이 발사될 때 생기는 반동의 힘으로 탄환의 장전과 발사, 탄피의 방출 등 일련의 동작이 자동으로 이루어지며 탄띠로 탄환을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세계 최초의 완전자동식 기관총인 맥심 기관총은 구경 7.7mm. 무게 60kg에 1분에 약 600발까지 발사할 수 있는 성능이었다. 
 처음에는 영국에서도 맥심의 발명을 신뢰하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이 기관총은 유럽 각국에서 채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난 보어전쟁(Boer War; 1899-1902) 당시 이 기관총을 사용한 보어인에 의해 영국의 포병부대가 전멸되다시피 하자, 기관총의 위력을 확인한 세계 각국은 앞 다투어 기관총을 도입하였다. 기관총은 제1차 세계대전 때는 결정적인 화력수단으로서 널리 사용되었기에, 참전한 각국 군대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안겨 준 장본인이 되었다.


                                                                            By  최성우   

이미지1: 근대적 기관총의 효시인 개틀링총_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이미지2: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널리 사용된 콜트 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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