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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 비결은 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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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7-10-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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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노벨상 수상 비결은 장수?
 올해도 10월 초의 ‘노벨상 시즌’을 지나면서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되었다. 그중 과학 분야의 노벨상, 즉 노벨 물리학상·화학상·생리의학상을 이번에 받을 과학자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최소 60대 후반에서 80대 중반에 이르는 원로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노벨상 수상이 유력시되던 과학자가 상을 받기 전에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간혹 벌어지곤 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의 업적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이후 100년 만에 입증된’ 중력파의 관측인데, 이와 관련된 큰 공로를 세워 노벨상 수상이 유력했던 물리학자 한 분이 올해 3월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다른 이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가게 되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연령대가 크게 높아진 것은 이미 상당히 오래된 경향이기는 하지만, 지난 20세기 전반기만 해도 상황은 크게 달랐다. 즉 양자역학 정립의 공헌으로 1932년도와 1933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각각 받은 하이젠베르크와 디랙은 당시 30세를 갓 넘긴 젊은이들이었다. 오늘날의 생명과학 시대를 연 장본인 중 하나인 제임스 왓슨 역시 불과 25세에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이라는 대업적을 남겨 30대인 1962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들 이외에도 과학교과서에 소개되는 저명 과학자들의 상당수가 40대 이전의 젊은 나이에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오늘날과 달리 당시는 과학의 여러 분야가 혁명적으로 급속하게 발전하던 시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근래에도 물론 젊은 나이에 업적을 내는 과학자들이 없지는 않으나, 그것이 확실하게 입증되는 데에는 무척 오랜 시일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저명한 과학사학자 쿤(Kuhn)의 용어를 빌린다면 이제 ‘과학혁명’의 시대는 가고 수수께끼 풀이식의 ‘정상과학’의 시대가 도래했다면, 업적을 누적적으로 쌓은 원로 과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를지도 모른다. 지난 19세기 말의 물리학 역시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게 없는 거의 완성된 학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은 20세기 초에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라는 혁명적 이론이 탄생할 줄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최성우 과학평론가

[중앙일보 2017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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