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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레프트는 단순한 ‘공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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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8-03-20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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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카피레프트는 단순한 ‘공짜’가 아니다

꽤 오래전에 “나는 공짜가 좋다”라는 광고 문구가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자신의 지적재산을 특허권이나 저작권으로 독점하지 않고 무료로 공개하는 카피레프트(Copyleft)는 이제 대중들에게도 익숙한 용어다. 귀여운 펭귄을 마스코트로 하는 공개운영체계 리눅스는 카피레프트 운동의 상징처럼 되어왔다.
저명한 과학자 중에서도 카피레프트 정신을 일찍부터 실천한 이들이 있다. 바로 X선의 발견자 뢴트겐과 방사선 연구에서 큰 업적을 낸 퀴리 부인이다. 그들이 만약 X선 발생장치나 방사성 동위원소의 이용법 등을 특허로 취득하였다면 백만장자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자가 돈벌이에 골몰하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는 선비정신(?) 때문인지, 자신들의 연구 업적을 온 인류에 공개하고 가난한 과학자로 남았다.
오늘날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인터넷의 월드와이드웹(www)은 영국의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 리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재직 시절 발명하여 공개하였다. 그 역시 만약 이를 특허로 냈다면 큰돈을 벌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대신에 인터넷의 대중화는 훨씬 지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2014년 6월 테슬라 모터스의 앨론 머스크 회장은 자사의 전기차 관련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순수한 카피레프트적인 이상 차원이라기보다는, 특허권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 전기자동차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사업가적 판단의 결과일 것이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 창시자 의 정체는 익명에 가려있으나, 이들 역시 관련 기술을 특허로 취득하지 않고 오픈소스로 공개하였다. 최근 하락세라고는 하지만 암호화폐가 대중적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고, 이미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치솟은 바 있다. 카피레프트를 통하여 코인으로 특허료보다 거액을 챙길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카피레프트를 그저 공짜로만 생각한다면 도리어 그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새 과학기술의 등장과 관련해 공개 및 교류를 통한 발전과 창작자의 이익 보호라는 두 축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중앙일보] 2018.3.20

댓글 2

느릿느릿님의 댓글

느릿느릿

오우 본인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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