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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에 담긴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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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18-06-1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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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축구공에 담긴 과학
 
올해에는 여러 이유로 인하여 관심과 인기가 예전만 못한 듯하지만, 지구촌의 중요한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축구대회가 이틀 후에 개막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축구공은 정육각형 조각 20개와 정오각형 조각 12개를 이어 붙여서 만든 32면체의 모습이다. 18세기의 위대한 수학자 오일러는 모든 다면체에서 꼭짓점의 수에 면의 수를 합하면 모서리의 수에 2를 더한 값과 같다는 오일러의 공식을 발견한 바 있다. 축구공을 이루는 다면체는 꼭짓점이 60개, 모서리가 90개이므로 역시 이 공식을 만족한다.
축구공의 형상은 나노과학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준 바 있다. 1980년대 중반에 과학자들은 기존의 숯과 흑연, 다이아몬드 이외에도 탄소로만 이루어진 또 다른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탄소 60개로 된 이 새로운 물질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가가 관건이었는데, 바로 축구공과 같은 구조일 것으로 생각하여 유사한 돔 형상의 견고한 건축물을 고안했던 건축가 벅스민스터 풀러의 이름을 따서 풀러렌 (Fullerene)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러한 예측이 정확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풀러렌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1996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공인구 이름은 텔스타18인데, 최초로 공인구를 도입했던 지난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의 공인구 역시 텔스타(Telstar)였고, 1962년에 발사된 세계 최초의 TV 중계용 통신위성 또한 같은 이름이었다. 또한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공인구였던 피버노바(Fevernova)까지는 기존의 32면체 모양 축구공을 사용하였으나,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공인구 팀가이스트(Teamgeist)부터는 새로운 모양의 축구공이 등장하게 되었다.
팀가이스트는 둥근 월드컵 트로피 모양의 조각 6개와 삼각 부메랑 모양의 조각 8개를 합한 14개의 조각으로 축구공을 구성하여, 이음매를 줄이고 보다 매끈하게 만들어서 슈팅의 정확성 등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다면체 구조가 아니므로 더 이상 오일러의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이후의 공인구들도 조각의 수를 더 줄여서 보다 완벽한 구 모양에 가깝도록 만들었다. 첨단의 스포츠과학기술이 적용되면서 축구공 역시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중앙일보]  2018.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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