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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성이 매우 큰 외계행성이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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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1-02-2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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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지구를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3)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들을 살펴보면 적색왜성처럼 비교적 작은 모항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것들이 많다. 이 경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만한 골디락스 영역은 모항성으로부터 매우 가까운 곳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외계행성이 모항성으로부터 지나치게 가까우면 그로부터 받는 엄청난 기조력에 의해 조석고정(潮汐固定)이 되어, 각 반쪽 면에 영원한 낮과 밤이 지속되는 아이볼 행성(Eyeball planet)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낮과 밤의 변화가 없다면 그 자체로도 슈퍼지구 또는 제2의 지구라 불리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고등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한다.
 지구와 같은 행성이나 천체가 형성하는 자기권의 근원을 설명하는 다이나모 이론(Dynamo theory)에 따르면, 철이나 니켈 성분을 다량 함유한 유체의 대류 등에 의하여 자기장이 발생하는 것을 되어 있다. 그런데 빠르게 자전을 하지 않고 동주기자전을 하는 외계행성은 우주방사선, 하전입자 등으로부터 자체를 보호할 자기장이 형성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모항성이 적색왜성이나 상당히 작은 별이라 해도 워낙 근접한 곳에서 공전하는 행성이라면 그로부터 방출되는 하전입자나 방사선 등의 양이 적지 않을 것이므로, 자기권이 없으면 역시 고등생명체가 살기에는 매우 척박하고 해로운 환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외계행성의 모항성이 적색왜성처럼 작은 별이 아니라, 매우 거대한 항성이라면 어떻게 될까? 크기와 질량이 대단히 커다란 항성의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이라면, 골디락스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매우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이 지금보다 반지름이 수십, 수백 배 이상 크다고 가정한다면 방출하는 열과 에너지도 어마어마할 것이므로, 현재의 지구 위치에서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것이 펄펄 끓고 증발하여 아예 행성의 존재조차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이 경우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골디락스 영역은 현재 해왕성이나 명왕성보다 훨씬 더 먼 거의 태양계의 끝자락에나 위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외계행성이 모항성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서 공전한다면, 일단 발견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하기 전까지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행성이었던 명왕성의 공전 주기가 248년인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거대한 모항성을 둔 외계행성이 골디락스 조건을 만족하려면 공전 주기가 수천 년 또는 수만 년에 이를 수도 있다. 
 외계행성을 찾는 방법에는 대형망원경 등으로 촬영을 하는 직접적인 관측 이외에 여러 간접적인 방법이 있는데, 항성에 비해 대단히 어두운 행성을 직접 촬영하여 관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간접적인 탐색방법으로는 항성과 행성의 움직임에 의한 도플러 효과 등을 포착하는 시선속도 방법 및 극심시각 방법, 행성이 항성을 가릴 때의 별빛 변화를 분석하는 별표면 통과 관측법 등이 있지만, 대부분 행성과 항성이 서로 가깝게 위치한 경우에 적합한 방법들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의 대다수가 모항성에 근접하여 공전하는 행성들일 수밖에 없다.
 비록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거대한 모항성을 둔 골디락스 행성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가정해도, 이러한 외계행성에서는 고등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역시 대단히 작다. 처음에 탄생할 때에 크기와 질량이 크게 태어난 항성이라면, 수명이 매우 짧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항성의 수명은 초기의 질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데, 태양보다 훨씬 큰 질량을 지닌 항성은 매우 불안정해서 탄생 후 초신성 폭발 등으로 최후를 맞기까지 불과 수백 만년에서 수천 만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의 수명에 비하면 매우 길지 몰라도 우주적 스케일에서는 매우 짧은 기간인 셈이다. 지구가 탄생하고 나서 수억 년 이후에 원시 생명체가 나타나고 다시 수십 억년이 지난 후에야 고등동식물과 인류가 진화한 것은 감안한다면, 초대형으로 태어난 별을 모항성으로 지닌 외계행성에서는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할 시간 자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참고로 겨울철의 대표적 별자리인 오리온 자리의 알파별 베텔게우스(Betelgeuse)를 예로 들어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태양계에서 약 640광년에 위치한 이 항성은 질량이 태양의 20배 정도로서, 반지름 기준의 크기는 무려 태양의 800배 가량이 된다. 
 베텔게우스는 적색초거성으로서 현재 항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데, 근래에 밝기가 크게 어두워졌다가 다시 회복되기를 반복하여서 별의 최후, 즉 초신성 폭발이 임박한 것인지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원래부터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변광성이기는 하지만 최근에 크게 어두워진 것은 분출된 가스가 식으면서 별을 가린 때문이고, 그동안 이런 식으로 질량을 잃어서 지금은 태양의 7-8배 정도의 질량으로 감소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베텔게우스는 탄생한 지 고작 700-800만 년밖에 안된 매우 젊은(?) 별인데, 워낙 크게 태어난 별이다 보니 이제 수명이 거의 다한 셈이다. 다만 조만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해도 그것이 몇 년 또는 몇십 년 이내일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고 최소 몇만 년 이후일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물론 우주는 워낙 광활하고 항성과 외계행성의 수 역시 정확히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므로, 보다 완벽한 조건을 갖춘 제2의 지구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즉 골디락스 행성으로서 크기와 모든 속성이 지구와 거의 같을 뿐 아니라, 모항성 역시 태양과 매우 유사한 성질의 주계열성으로서 공전 주기마저 거의 일치하는 외계행성이라면, SF영화에 자주 나오듯 인류가 이주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태양계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외계행성이라면 발견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고, 또한 상대적으로 매우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외계행성이라 해도 인류가 이주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시선속도법에 의한 외계행성의 관측 (ⓒ ESO)
이미지2: 최근 밝기가 변하는 베텔게우스 ( ⓒ ES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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