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를 반으로 자르면? > 과학기술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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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를 반으로 자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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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1-03-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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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3)
동물에 관한 기존의 잘못된 속설 중에서도 각종 미디어 및 인터넷 등의 발달에 따라 오류가 지적되고 정확한 지식으로 수정되는 경우도 많다. 즉 주요포탈의 묻고 답하기 코너 등에 전문가의 설명이 제시되거나 위키백과 등을 통하여 집단 지성이 발휘되어 잘못이 바로잡힐 수 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자면, ‘황소는 붉은 색을 보면 흥분하는가?’라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투우 경기에서 황소가 흥분하여 공격적으로 되는 것이 망토의 붉은색 때문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여전히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어느 정도 과학적 상식을 지닌 이들은 황소가 색맹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고,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아도 황소가 흥분하는 이유는 망토가 붉은색이어서가 아니라 투우사들이 망토를 흔들어서 일부러 황소를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잘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물에 관한 일부 속설 중에는 도리어 인터넷과 미디어가 잘못된 정보와 지식들을 전파하고 증폭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를 하나 꼽으라면 ‘지렁이를 반으로 자를 경우 앞뒤의 부분이 모두 재생되어 두 마리의 지렁이가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포털의 묻고 답하기나 개인 블로그 등등마다 ‘두 마리의 지렁이가 된다’와 ‘두 마리가 되지 않는다’라는 응답과 설명이 팽팽히 나뉘고, 심지어 백과사전마저 잘못된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렁이를 반으로 자른다고 해서 온전한 두 마리의 지렁이로 재생되는 것은 아니다. 잘린 지렁이가 두 마리가 된다는 것 역시 잘못된 속설일 뿐이다.

 지렁이(Earthworm)는 고리모양의 체절 구조를 지닌 환형동물(環形動物) 중에서 털이 별로 없는 빈모강(貧毛綱)에 속하는 동물들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며, 다양하게 분류되어 종(種; species)은 무려 5천가지가 넘는다. 지렁이는 앞과 뒤가 다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앞쪽 부분에는 생존에 필요한 주요 장기인 뇌, 심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뒤쪽 부분은 몸길이만큼의 창자와 항문 이외에는 중요한 장기가 없다.
 지렁이는 사람과 같은 폐쇄혈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무려 10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렁이의 앞부분 중에서 다른 부위과 색깔을 달리하면서 약간 부풀어오른 부위를 환대(環帶; girdle)라고 하는데, 이 부근에 생식활동에 관련된 기관들이 있다. 
 지렁이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어느 정도의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렁이를 반으로 자를 경우, 뇌와 심장 등 중요 장기가 포함된 앞부분은 꼬리쪽을 서서히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잘린 부분 중의 뒷부분, 즉 일반적으로 환대 아래쪽 부분이 위쪽의 머리 부위를 재생할 수는 없다.
 지렁이 중에서도 재생능력이 뛰어난 어떤 종들은 양방향 재생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나, 이 역시 중요 장기들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았을 경우 일부분을 재생할 수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절단된 부위 중에서 중요 장기를 포함하지 않은 부분이 뇌와 심장 등을 모두 재생하여 온전한 두 마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으로 잘린 지렁이가 두 마리가 된다는 잘못된 속설은, 아마도 바로 죽지 않고 상당 시간 동안 꿈틀거리거나 꼬리부분의 재생이 어느 정도 가능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또는 지렁이가 아니라 재생능력이 탁월한 다른 동물을 혼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몸통이 반으로 잘린 경우 각각의 부분이 재생을 통하여 온전한 두 마리가 될 수 있는 동물은 지렁이가 아니라 플라나리아(Planaria)이다.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扁形動物)의 삼기장목(三岐腸目)에 속하는 동물로서 하나의 속(屬; genus)을 이루며, 학명 즉 속명이 플라나리아이다. 몸길이가 1∼3cm 정도 되는 작은 동물로서 좌우대칭형을 이루며, 주로 하천이나 호수의 바닥 등에 서식한다.
 플라나리아는 재생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동물로 알려져 있는데, 반으로 자르면 머리 쪽은 나머지 꼬리 부분을 재생하고 꼬리 쪽은 머리 부분을 재생하여 두 마리가 된다. 3등분을 하면 온전한 세 마리로 재생이 되며, 무려 100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작은 몸조각에서도 전체가 재생되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동물 재생실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플라나리아는 약 5억 년 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왔으며, 항문은 따로 없지만 뇌는 지니고 있다. 즉 작은 조각으로 잘렸을 경우 뇌가 없는 부위라 할지라도 뇌를 재생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셈이다. 이는 각각의 세포가 몸 전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만약 플라나리아가 신체 정보를 기억, 저장하고 재생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장애의 치료나 재생의학 등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1: 앞뒤가 구분이 되는 지렁이 (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이미지2: 재생능력이 뛰어난 편형동물인 플라나리아 ( ⓒ Eduard Sola )

댓글 2

묵공님의 댓글

묵공

궁금했던 것인데 정확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라나리아의 재생능력이 시사하는 바는 뇌라는 것이 기억과 판단이라는 신비한 작용을 하지만 세포로 이뤄진 장기의 일종일 뿐이고 이의 작용을 지나치게 신비하게 볼 필요가 없지않나 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에게까지도 확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지요.

스르바르타야님의 댓글

스르바르타야

저도 진짜 궁금했던 내용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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