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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검증된 탄소 흡수 - 식물의 광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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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작성일2021-10-1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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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중립은 가능할까?(5)
 지구 온난화를 늦추고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활용, 저장하는 여러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기술, 햇빛의 반사 등 태양 에너지의 양을 조절하여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는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 등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첨단적인 공학이나 신기술을 별로 동원하지 않는 매우 오래된 방법도 있으며, 그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바로 나무를 더 많이 심고 숲과 녹지대 등을 늘려서, 식물의 광합성이라는 자연적 섭리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고전적인 방안이다. 무엇보다도 이 방법은 오랜 세월을 거쳐 확실하게 검증된 것으로서, 새로운 기술이 초래할지도 모르는 부작용의 우려가 전혀 없다. 또한 이산화탄소 감소 이외에도 지구 환경의 개선에 여러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지구상에 산림지역의 면적이 어느 정도로 분포하고 있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지역에 나무를 심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선행정보가 필요하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토마스 크로브터(Tomas Crowther)를 비롯한 몇몇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연구를 했는데, 그 결과 현재 지구상에는 약 3조 그루의 나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예전에 추산되었던 약 4천억 그루보다도 훨씬 많은 나무들이 현존하는 셈인데, 이들은 숲의 생태계를 연구한 과학자들로부터 세계 각 지역의 수많은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지난 수십 년 간의 강우량과 기온 등의 자료도 모아서 활용하였다고 한다. 또한 이들 연구진은 인공위성의 원격탐사 정보와 머신러닝 기술 등을 이용하여 전 세계에서 나무를 더 심을 수 있는 지역과 더 이상 심기 어려운 지역을 구분하여 분석하는 방대하고도 정교한 지도를 작성하였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연구진들은 도시와 농경지 등을 제외하고도 약 천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지역에 나무를 더 심어서 숲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정도의 면적이면 미국 전체의 영토와 비슷한 셈인데, 여기에 1조 2천억 그루 정도의 나무를 심어서 풍성한 숲은 형성하면 무려 205기가톤 정도의 탄소를 추가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데, 나무 심기가 향후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과연 단기간에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연구상의 오류 등을 지적하는 논문도 나오면서 상당한 논란이 지속되기도 하였다.
 또한 특정 지역의 숲과 나무에 저장될 수 있는 정확한 탄소의 양을 계산하기가 쉽지 않은데, 미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소속의 과학자 등이 3차원 스캐너 장비를 사용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을 추진한 바 있다. 즉 공중에서 레이저 펄스를 발사하여 반사파를 통해 대상 물체까지의 거리 등을 측정하는 라이다(LIDAR) 장비를 사용하여, 숲의 정밀한 3차원 형상 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그 숲이 저장하고 있는 탄소의 양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는 GEDI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글로벌 생태계 역학조사(Global Ecosystem Dynamics Investigation) 프로젝트를 통해서 진행되는데, 숲과 나무에 저장된 이산화탄소의 양을 정밀하게 알아낼 수 있다면 이들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식물의 광합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감소는 숲과 나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식량 작물을 생산하는 농경지 등에도 큰 관련이 있다. 미국 UC버클리대학의 웬디 실버  교수(Whendee L. Silver) 등은 숲과 나무가 아닌 경작지와 목초지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인류에게 농작물을 제공하기 위한 농경지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으므로 중요한 문제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즉 인류가 살기 위해 식량을 재배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숱한 유기성 폐기물들이 생성되는데, 이런 폐기물은 특정 미생물이 번식하는 환경에서는 메탄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4배나 더 온실효과를 촉진하는 기체이므로, 가급적 메탄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버 교수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매우 간단한데, 질 좋은 퇴비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즉 퇴비를 만들 때 폐기물을 잘 뒤집으며 산소를 공급해줘서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퇴비를 비료로 경작지에 자주 뿌려주면 식량 작물을 잘 자라게 할 뿐 아니라 땅속의 탄소 저장량도 크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퇴비로도 폐기물 문제와 토양의 산화, 그리고 기후 변화 문제의 해결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실버 교수는 주장한다. 
 요컨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마법과 같은 해결책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산화탄소 포집이나 활용을 위한 CCUS기술 등을 개발하면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비록 느릴지 몰라도 나무를 더 심고 숲을 더욱 조성하고 보존하는 노력 등을 통하여 탄소 중립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By 최성우

이미지1: 확실하게 검증된 이산화탄소 감소 방법인 식물의 광합성 ( ⓒ At09kg )
이미지2: 글로벌 생태계 역학조사(GEDI)용 라이다 장비를 싣고 발사되는 스페이스X의 로켓(2018 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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