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둑 막으려다 연구 위축” [04.11.24/한겨레신문] > 언론보도

본문 바로가기

“기술도둑 막으려다 연구 위축” [04.11.24/한겨레신문]

페이지 정보

scieng 작성일2004-11-26 10:38

본문

과학기술계 ‘기술유출방지법’안 반발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을 국가가 통제하려는 법률안이 입법 발의된 가운데, 이 법안이 과학기술 연구활동을 위축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국회 산업자원위 소속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은 의원 33명과 함께 ‘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산자위에 냈다. 이 법안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개발한 정보통신·생명공학 등 원천 핵심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례가 갈수록 늘자, 핵심기술의 국가 통제를 체계화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광재 의원실의 원선희 보좌관은 “외국 기업의 국내 기술 훔쳐가기가 올해만 벌써 11건이나 일어나 국내 연구개발비 15조원을 훨씬 넘는 18조원 가량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첨단기술이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날로 커져 정부가 기술 유출과 거래에 개입하는 체제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안의 뼈대는 산업자원부·국가정보원 등 정부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가칭 ‘기술보호위원회’(간사 산업자원부 장관)를 두어 국가 안보·경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관련 국책 연구에 참여하는 정부출연연구소·기업연구소·대학 등의 기술 보안을 관리하고 통제하자는 것이다. 핵심기술을 부당하게 유출하면 최고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도 있다.

원 보좌관은 “우리나라가 미국의 핵심 정보기술을 사오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전략기술의 국가 관리는 여러 나라에서 이미 당연한 일”이라며 “최근 국책연구로 개발된 시디엠에이(CDMA) 기술이 중국 쪽의 국내 기업 인수로 유출되는 데 대해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는데 앞으론 기업의 인수합병 때에도 국책연구 기술에 대해선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핵심기술의 국가통제 강화
연구원들 “국가기술보안법”
논란일자 법안 일부 손질

그러나 첨단기술 개발과 유통의 통제 강화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과학기술인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의 정우성 운영위원은 “관리·통제 대상 기술들의 규정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사실상 모든 연구기관들이 통제 대상이며 통제받는 연구원들에 대한 보상은 없는 데다 자칫 연구원들의 전직 제한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연구 현장 입장에서 보자면 ‘국가기술보안법’으로 비쳐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의 우수 연구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 연구기관의 국내 유치가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인터넷(scieng.net)에서 온라인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이공계 연구원·대학생 회원 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둔 상태다.

민주노동당과 과학기술노동조합도 이 법안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한재각 민노당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당연히 부당한 기술 유출은 막아야 하지만 기존 부정경쟁방지법, 형법 등으로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통제와 감시를 강화하는 것은 자유로운 연구개발에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노조 고영주 상근정책위원도 “이미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총괄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있는 마당에 기술보호위원회를 또다시 신설하는 것은 정부기관의 중복”이라며 “게다가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조차 법률안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며 신중한 입법 추진을 주문했다. 민노당은 조승수 의원을 중심으로 이 법안의 산자위 통과를 저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00500000012004112302050683.jpg

논란이 커지면서 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커졌다. 이광재 의원실은 “가장 큰 반발 대상이 된 ‘전직 제한’ 규정은 법안 조항에도 없고 시행령에도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며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수렴해 기술보호위원회를 과학기술부와 산자부가 함께 운영하고 연구개발의 위축을 막는 방안을 현재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이 이번 국회 회기에 처리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첨단기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과연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는 과학기술 연구활동을 어느 수준까지 관리·통제할 수 있을지가 과학기술계의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언론보도

SLIDE UP

모바일에서는 읽기만 가능합니다.
PC 버전 보기
© 2002 - 2015 scie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