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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과학기술 인재가 떠난다 [04.11.27/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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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작성일2004-12-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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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테크 코리아`로 가자>
(5)과학기술 인재가 떠난다
 
연구인력 절반이상 비정규직등 차별대우
 
유병권기자 ybk@munhwa.com 
 
일본 나고야 대학에서 지난 10월부터 연구교수로 재직중인 최모(35)교수는 몇 달전만 해도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실업자였다. 한국의 ‘이공계 백수’가 일본 유명대학의 교수가 된 것이다. 화학분야의 분체공학 박사인 그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생각에 연구원 자리를 찾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연구자의 꿈을 접고 먹고 살기 위해 특허청 4급 특채에 2번이나 응시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최교수는 “어쩔수 없이 외국으로 눈을 돌렸고, 일본에서 제의가 왔다”며 “아이의 교육문제, 문화적 차이는 있지만 연구조건이 좋아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과학기술자들에게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면서 최교수처럼 나라를 등지는 연구인력들이 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최근 발표한 2002년도 50개국 두뇌유출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4.6점으로 40위였다. 지난 92년 7.3(6위)점에서 10년 만에 지수는 2.7 포인트, 순위는 30여단계이 추락했다. 두뇌유출지수는 0~10까지 점수를 매기며, 0에 가까울수록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 경향이 강하다. 일자리 부족, 불안한 미래, 상대적 박탈감 등 ‘다중고’에 시달리는 우리 연구자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SCIENG)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7개 이공계 대학 연구인력의 47.63%와 51.27%가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초임은 연간 1500만~2000만원으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단체의 박상욱(서울대 연구교수)운영위원은 “의대·한의대를 나오면 평생을 보장받는데 어떤 학생이 이공계를 지원하겠느냐”고 개탄했다. 무명의 ‘학사’ 출신으로 기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2002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가 일본의 과학기술인 우대정책속에 탄생한 인물이라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공계를 나와도 인문계와 차별받지 않는다는 인식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포항공대, 한양대,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 정부나 기업체의 지원을 받아 실시중인 이공계 석좌교수제도의 확대 방안을 강구중이다. 그러나 연륜이 쌓일수록 ‘대가’가 되는 인문계열과 달리 젊은 시절에 더 높은 성과를 생산하는 이공계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공계 석좌교수는 ‘명성’을 바탕으로 연구소 운영을 맡고, 젊은 연구진이 연구에 전념하는 분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현재 ‘입도선매’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체의 연구인력 지원제도의 개편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업체들이 공동 펀드를 조성해 젊은 인력들이 기업체에 구속되지 않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학부생이나 석·박사 대학원생에게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미국기업들의 펠로우십(fellowship)제도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우수 연구자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이민 및 지원제도 등도 개선돼야 한다. 아주대 김범준(물리학) 교수는 “과학기술자들은 존경과 사랑, 자부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며 “과학기술인 홀대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제2 과학기술혁명을 통한 경쟁력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병권기자 ybk@

 
기사 게재 일자 200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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