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뿌리가 흔들린다" 정부 이공계 정책 논란 [02.08.14/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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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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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0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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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이공계에 보내지 않을 겁니다"

한국의 과학기술 요람인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만난 젊은 과학자들의 탄식이다.

젊은 과학자뿐 아니다. 간부급인 한 과학자는 강의 도중 "요즘 축구선수라면 몰라도 과학자들은 경매에 올려봐야 몇 푼 되지 않을 것"이라고 푸념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정부는 최근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열어 '청소년 이공계 진출 촉진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이 방안의 부제는 '과학기술 우대부흥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라고 돼있다. 과학기술부는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우리경제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에 우수인력이 유입되도록 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거꾸로 보면 현재 과학기술 분야가 홀대받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특별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환영은커녕 반발하기까지 했으며 대부분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젊은 이공계 인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한국과학기술인연합(www.scieng.net)은 즉각 성명을 내고 "정부방안은 피상적이고 선언적인 접근만 있을 뿐 총체적 접근이 결여된 면피용"이라고 호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정부의 대책방안은 이제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이공계 침체의 원인은 사회구조, 국민성 등까지 포함해 대단히 복합적이기 때문에 쾌도난마와 같은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분히 수세적이다.

국가적인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에 대한 진단은 정부나 민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는 "사회지도층의 문과 우대 풍조가 여전하고 의사, 변호사 등에 비해 경제적 대우도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직업별 연간소득을 변호사 2억5000만원, 세무사 1억9000만원, 과학기술연구원 5500만원이라고 예시하면서 우수 고교생의 선호직업으로 의사, 교수, 변호사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한과기연측도 "동급의 의학계열보다 절대적으로 열악한 이공계 전문인력의 보수 및 불안한 직업안정성과 국가사회지도층에서의 과학기술자 소외"라고 지적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제품경쟁력이 약해지고 첨단기술이 아닌 저임금 의존형 경제구조로 퇴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에서는 커다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한과기연측은 "과학교육을 쉽게 만들겠다느니, 장학금 혜택을 확대하겠다느니 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이 사회, 경제적으로 우대받으면 고교생들이 이공계로 가지 말라고 해도 기를 쓰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측도 이같은 지적에는 공감을 표시한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70년대 해외 초빙 과학자들의 경우 아파트를 지급받으면서 보수도 국립대교수의 2∼3배 수준이었다”며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의 과학기술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국가예산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보다 조심스러운 정부 출연 연구원의 과학기술자들은 연금제 도입, 병역특례 확대, 해외연수 확대 등 정부의 이번 사기진흥 방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러나 이들도 과연 이같은 방안이 실천될지 여부에는 회의적이다. 정부의 정책의지를 의심하는 데다 정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정책도 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세력화를 도모해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 정치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논의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대 미생물학과 석사과정에 있는 조은영씨는 “이공계 직업은 육체적으로도 힘든 직종인데 투자에 비해 보수가 너무 적다”며 “모두가 의사, 변호사를 하겠다고 나서면 국가장래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박찬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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