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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진짜 보석을 고르시죠 [04.03.05/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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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작성일2004-03-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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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치권의 한 정당에서 대중적 인기도 높고 의정활동도 나름대로 충실했던 한 초선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지금까지 참신하고 젊은 정치신인을 선거 때마다 영입하고, 당의 얼굴로 내세웠으나 그것은 바로 액세서리에 불과했다”고 일갈했다. 이어서 바로 같은 당, 비례대표 3선의 여성의원은 “여성 정치인이야말로 한 정당의 액세서리였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 기존의 정치권에서는 당리당략을 위해서,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구색 맞추기와 국민들의 눈치보기 수준에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진정한 인물을 고르기보다는 얼마나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지, 또, 정치권이 이런 노력을 했다는 생색을 내는 데 적합한 인물은 누구인지를 찾는 데 급급했던 것 같다.

최근 이공계 기피문제가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고, 또한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축이 지상과제로 되어 있는 만큼, 이번 제17대 총선을 맞이하여 각 정당에서도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정치권으로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여기서도 벌써부터, 진정한 보석을 골라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의 근본이 되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인물을 고르기보다는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과학기술계 스타들의 등장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으니 통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6대 국회에서는 많은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아이티의 기수’를 자칭하며 노트북을 들고서 의사당을 누볐으나 진정 정보기술 전문가는 국회에 없었고, 각 정당이 노트북을 펼쳐놓고 회의를 하는 모습이 각종 언론에 비쳤으나 컴퓨터를 제대로 사용하는 인물이 그 중에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할 따름이다.

과학기술계 출신의 정치인은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축을 위해서는 밑바탕에서부터 과학기술계 전반의 궁극적인 문제점을 고민하고, 현장의 목소리와 실제로 연구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비싼 노트북을 들고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과학기술 발전을 이룩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진정으로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과학기술인 출신 정치인은 현장연구 경험이 부재한 상태로 과학기술과 관련한 전문지식 없이 간접적인 사회적 현상으로 인식하는 비전문가여서는 안 된다. 실제로 연구현장이나, 기술현장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어려움과 고충 등을 대변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책 전반에 걸쳐 미래지향적인 인식을 가지고, 국가 발전에 보탬이 되는 고민을 할 수 있는 합리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진정한 과학기술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각 정당이 디자인과 색상이 좀 달라 눈에 띄는 액세서리를 고르는 심정으로 과학기술계 인사를 영입한다면 당장 그런 행동은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다. 진실로 과학기술계의 발전을 위하고 전문성이 있는 인재를 발탁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부터 과학기술인을 공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이 되어야 하는바, 이미 각 정당의 기준으로 볼 때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 중에는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변할 수 있는 이공계 출신의 과학기술 전문가는 왜 이처럼 부족한 것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직진출 확대 방안이나,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노력에 비해서 정치권의 현실인식이 너무나 부족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이번 제17대 총선에서는 각 정당에서 예쁘고, 색깔 고운 플라스틱 장신구를 고르는 심정으로 과학기술 정치인을 영입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보석을 고르는 심정으로 제대로 된 과학기술 정치인을 영입할 것을 기대한다. 앞으로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국가 백년지대계를 위해서 좀더 많은 과학기술인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

최희규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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