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과학기술이 경제의 ‘기초’다 [04.05.31/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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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5-3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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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두 번의 ‘검은 월요일’을 연출했다. 소위 삼재라 할 수 있는 유가 급등,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중국의 긴축정책의 폭탄에 우리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얼마 전만 해도 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 1000시대의 재개막을 노렸고,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점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영광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1997년의 외환위기를 겪은 국민들은 작은 경제 적신호에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않아도 살얼음판의 경제를 걱정하는 우리에게 큰 불안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특히 그동안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주던 수출 시장이 심상치 않은데다 노사 문제를 비롯한 내부 갈등 요소도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이런 경제 위기의 원인은 다양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 열풍, 과다한 비정규직, 기업경영의 불투명성에서부터 주식시장의 기초체력 부실,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등. 각자 제각각의 원인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용카드 등 금융 부실과 신용불량자 문제도 해결해야 하며, 청년 실업 문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매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환위기 직전 정부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은 튼튼하기 때문에 걱정 없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지금도 경제의 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경제의 기초를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중요한 기초 하나가 빠진 채 위기 탈출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바로 과학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600억달러가 넘는다. 경상수지도 흑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으니 펀더멘털이 튼튼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이 지금의 수십배가 된다 한들 진정한 펀더멘털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외환보유액은 홍수에 무너진 둑을 응급 복구하기 위해 비축해둔 모래주머니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일류기업이라고 손꼽히는 삼성전자의 위상은 대단하다. 그러나 아직 미국, 일본의 유수 전자 산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원천기술이다. 이런 원천기술이야말로 홍수에도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쌓는 법을 연구하는 것이며, 기상 예측 능력을 배양하여 미리 홍수에 대비할 수 있게 만드는 비책이다. 비단 원천기술뿐 아니라 생산·공정 기술을 비롯한 전반적인 과학기술 능력 향상이야말로 경제의 펀더멘털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과학기술이 경제의 모든 주춧돌 구실을 할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금융 시스템을 확립하고 다양한 방면의 인재를 양성하여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등, 모든 톱니바퀴가 잘 돌아가는 것이 진정한 펀더멘털이다. 다만 이런 펀더멘털 중에서 인재 양성과 더불어 긴 안목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며, 좀더 근본적인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것이 과학기술일 것이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각 기업체들은 연구개발 인력을 가장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렇게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과학기술인을 보며 서서히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이공계의 위기는 진행 중이다. 지금 당장 1600억달러로 외환위기를 막고, 자본을 유치하여 경기를 부양한다 해도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건강한 펀더멘털은 없다. 단지 튼튼해 보이고 일류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불러올 뿐이다.

정우성/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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