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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를 타봤습니다. 고속철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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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작성일2004-08-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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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이웅 (2004/04/26, Hit : 713, Vote : 2)



제목 KTX를 타봤습니다. 고속철이 아니라 항간에 나도는 말들처럼 고철이더군요.



얼마전 출장 다녀오느라 익산까지 고속철로 왕복을 했습니다. TGV와 ICE를 자주 타본 경험이 있어서 이 두 열차와 우리나라 고속철이 비교가 되더군요. 소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용산-광명구간. 여기는 기존선구간이라 빨리 달리지 못합니다. 다만 새마을호보다 나은게 있다면 약간 덜 흔들리고 덜컹거린다는 정도입니다. TGV의 서스펜션이 우수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의 기존선 구간과 비교하자면 열차가 흔들리는 정도나 레일로부터 들어오는 진동은 상당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유럽에서는 고속열차기 기존선 구간을 시속 100km/h정도로 달릴때는 달린다는 느낌조차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승차감이 매끄럽습니다. 독일에서 특급열차도 아닌 InterRegio가 기존선구간을 약 160km/h로 달리는 느낌만도 못하다고 표현하면 대충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철도의 선로 부설상태가 독일이나 프랑스의 기존선보다크게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새마을호와 유럽의 특급열차가 서로 다른 기술로 만들어져 비교하기가 어려웠으나 이번에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선 고속화를 위해 틸팅열차를 도입한다고 개발이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물론 차량도 중요하지만 선로부터 제대로 까는 법을 배우는게 시급한 것 같습니다. (설계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기능공들이 얼마나 꼼꼼하게 일을 잘하냐의 문제 그리고 부설된 선로를 얼마나 잘 유지보수 하느냐의 문제가 되겠습니다.)

광명서부터는 전용선 구간입니다. 광명-천안구간은 2단계 건설구간이라고 합니다. 열차가 고속으로 달리면서 상당히 심한 흔들림과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나 독일의 전용선과 비교될 정도로 승차감이 나빴습니다. 전용선 구간도 유럽의 것들처럼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대충 만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 대충이 물론 기존선 보다는 많이 나은 대충이기는 합니다만 TGV나 ICE 전용선 따라가려면 어림도 없습니다. 천안에서 대전까지는 1단계 구간입니다. 시험선 구간이라고 하지요. 오히려 이 시험선 구간에서 승차감이 다소 나았습니다. 시험선 구간이 맨 처음 착공된 부분인데 여기서는 시공을 좀더 엄격하게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 구간에서도 유럽의 고속철 전용선 만한 승차감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흔들림과 진동은 어디서나 계속 크게 느껴졌습니다. 게다가 열차가 교행할때는 휘청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유럽 고속철에서는 이런 일도 없었습니다. 설계기준을 350km/h에 맞춰서 선로간 간격을 TGV기준보다 넓힌 것으로 알고있는데 교행간에 흔들림이 심한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혹 열차 길이가 TGV의 2배가 넘는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프랑스나 독일처럼 개활지에 선로가 부설된게 아니고 좌우로 절개면 옹벽이 있거나 방음벽으로 막혀있어서 공기 흐름이 달라서 그런 것인지 유체역학이 전공이 아닌 관계로 따로 공부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승차감에 더해서 터널 내에서의 소음도 적지 않았습니다. 지하철같은 날카로운 소음이 아니라 수십 Hz 정도의 저주파수대의 울리는 듯한 소음이라 신체가 느끼는 불쾌감이 상당했습니다. 인체의 고유진동수와 대역이 겹치는게 아닌가 합니다. 이용객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겠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소음의 크고 작음의 문제가 아니라 인체의 공진을 유발하는 소음이면 이것은 심각합니다. 소음의 크기뿐만아니라 소음의 주파수대역도 설게에서 고려가 된것인지 궁금합니다.

서대전-익산구간에서는 기존선을 달리는데라 용산-광명구간과 별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다만 느리게 달려서 그런지 터널내 소음은 예전 새마을호처럼 작게 들렸습니다. 서대전-익산간 평균속도를 계산해보니 약 110km/h 정도 나오더군요. 산악지형이라 곡선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면 만족할만 합니다. 전기기관차가 가감속이 잦은 구간에서 디젤기관차보다 확실히 유리한가봅니다. 만약 가감속이 뛰어난 동력분산형 차량을 채택했었더라면 그리고 커브가 심한 구간은 부분적으로라도 캔트를 조정하거나 선형을 개량하는 등의 보수작업을 했었더라면 호남선의 기존선 구간에서도 좀더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2004년 4월 26일 회원 자유게시판에서 -

댓글 4

배성원님의 댓글

배성원

  저도 타봤는데 터널 통과시에 상당히 거슬리는것이 맞더군요. 한숨 잠을 자면 그나마 모르고 지나가겠는데... 잠도 잘 안옵니다. 기저소음이라고 하나요? 왠지 차분해 지지않더군요.
방음 방청 시공의 수준이 새마을 객차와 비교해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속도에 선형비례한다 쳐도 방음방청 두배는 되어야 할거 같은데요.
'속도'를 위해 나머지를 모두 희생했다고 하면...뭐 감수해야지요. 현 기술수준이 그렇다는데....

tatsache님의 댓글

tatsache

  저의 생각에는 터널 통과시 소음은 객차와 객차사이의 처리 문제와 장대편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신칸센의 경우 객차 연결하는 부분은 객차와 객차 사이 마주 보는 부분은 벽면으로 구성되어 있고 객차간의 틈은 그렇게 넓지가 않습니다.그런데 KTX의 경우, 관절대차때문에 벽으로 만들지 못하고 금속 판재로 관절대차 장비들을 둘러싸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둘러싸인 부분은 큰 음향통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이 완전히 밀폐가 되면 문제가 없는데 곡선 철로통과시 객차와 객차는 약간 꺾이기 때문에 약간의 틈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틈은 저속일 때는 문제가 없으나 고속일 때 특히 압력이 많이 떨어지는 터널을 통과할 때는 열차 주위의 유속이 급격하게 빨라지기 때문에 틈 내외의 압력차가 많이 나게 되어 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벤추리와 유사한 구조라고 하더군요.)
이와 함께 KTX는 승객을 많이 태우기 위해 동력차를 합쳐 무려 20량이나 됩니다. 그중에서 관절대차는 17군데에 설치되어 있는데(음향통 역할을 하는 것이 17군데임) 이 부분들이 전부 터널내를 고속으로 통과하게 되면(장대터널 고속통과시) 소음이 동시에 발생하게 되어 지금과 같은 소음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프랑스에서는 터널구간이 그렇게 많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짧거나 저속통과하기 때문에 문제가 크지 않았으나 한국은 지형 특성상 산이 많으므로 터널을 만들지 않으면 선로의 직선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터널통과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프랑스 알스톰에서 제작할 때는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자기 나라에만 맞는 것을 그대로 수출하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 지형에 맞는 고속전철을 빨리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구두운님의 댓글

구두운

  조금 불편하거나 승차감이 거북한 것은 한국 지형에 맞는 고속전철이 개발되기 전까지 참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지금 고속철의 거슬리는 부분들이 고속철 운행의 안전성과 간접적으로라도 연관이 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왕 개통을 했으니 정지시킬 수는 없을 것이고 안정성여부를 중심으로 해서 계속적으로 검사와 보완을 했으면 하네요...

벌써1년님의 댓글

벌써1년

  전 4월달부터 타봣는데...그냥 그려려니...국책사업인데 너무 그전에 입안자들의 무성의를 많이 느끼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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