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안 부러운 '억대 연구원'

이길성 기자 atticus@chosun.com 2011. 1. 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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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리튬 추출.. 연봉 外 기술료만 수억원 "한 우물 파면 반드시 열매.. 이공계 기피 마세요"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한국 해양용존(溶存)자원 추출기술 개발·상용화의 그날을 향해!'

대전지질자원연구원정강섭 박사의 연구실 책상 위에 붙어 있는 글귀다. 정 박사는 "처음엔 연구의 목표였지만 이제는 내 신념이 돼버린 문구"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2009년 바닷물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노트북용 2차배터리의 핵심원료인 리튬은 칠레· 중국등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부존량이 편중된 '전략자원'. 정 박사는 2000년부터 만 10년간의 연구 끝에 20년 앞서 기술개발에 나선 일본보다 환경오염이 적고 재활용률도 높은 리튬 흡착제를 만들었다. 포스코가 이 기술 상용화에 나서며 지난해 정 박사에게 지급한 기술료가 13억1500만원. 그는 "상용화에 성공만 하면 한국은 영원히 고갈되지 않는 리튬광산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억대 기술료 받는 행복한 연구원들

젊은 두뇌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세태 속에서도 국가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정부출연 연구소들에는 한 해 억대를 넘는 기술료(기술이전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행복한 연구원들이 있다. 전체 26개 정부출연 연구소를 통틀어 6명의 연구원. 많다고 할 수 없는 수다. 하지만 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은 받은 기술료의 절반을 국가에 내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결코 쉽지 않은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박사가 발에 차일 만큼 많은 대전 대덕특구에서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낯선 이름이다. 무게와 속도·길이·힘·온도 등 우리 일상에 관련된 모든 단위의 표준을 정하고 측정기준을 기업에 제공하는 곳이다. 그렇다고 '돈과는 거리가 먼 샌님 연구원들이구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연구소 물리표준부 김종호 박사는 작년 한 해 연봉을 뺀 순수 기술료만 5억8500만원을 받았다. 연봉을 합하면 6억원을 훌쩍 넘는다. 국내 최고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에서도 그보다 많이 받는 이는 전체 연봉 1위인 김동주(7억원·두산) 선수뿐이다.

김 박사는 위치만 아니라 압력까지 느낄 수 있는 새로운 터치스크린 기술을 개발,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이 기술은 단조롭기만 한 스마트폰게임 앱 시장을 완전 탈바꿈시킬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박사는 앞으로 매출의 1.5%를 러닝 개런티로 받게 된다.

전자통신연구원김현탁 박사도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에 전기를 통하게 만드는 '절연체 전이' 기술로 2억6300만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그는 3년간 같은 금액의 기술료를 받은 뒤, 특허가 끝나는 20년 동안 매출의 4%를 러닝 개런티로 받는다.

생명공학연구원김영국 박사는 국내 인삼농가의 근심거리였던 뿌리썩음증을 방지하는 미생물 기술로 2억원이 넘는 기술료를 받았다. 해양연구원임용곤 박사는 잠수함에서도 휴대전화 통화를 가능케 하는 혁신적인 수중무선통신 기술로 1억5100만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전자통신연구원김봉준 박사도 억대의 문턱을 넘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남모르게 확실하게 끊임없이' 공통점

이들 6명을 포함, 기술료만으로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을 넘는 '행복한 연구원'은 수십명을 헤아린다. 예컨대 한국원자력연구원권기춘 박사 연구팀은 작년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진단 등에 필수적인 기술을 두산중공업등에 이전하고 43억원의 기술료를 받았다. 이들은 원자력연구원에 기술료의 절반을 내고도 억대에 육박하는 기술료를 받았다.

행복한 연구원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연구자로서 공통점이 많았다. 핵심은 이것저것 기웃거리지 않고 한우물을 판 끈기다.

전자통신연구원 김현탁 박사는 "박사과정 때 절연체에도 전기가 흐를 수 있다는 '모트 가설'을 접한 뒤 20년간 단 하루도 이 문제를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소에 들어온 뒤에도 근무시간엔 정규과제를, 밤에는 모트 절연체 문제의 해결에 매달렸다. 덕분에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SCI저널에 모트 절연체 관련 논문을 50여편 발표, 이제는 '세계 톱 클래스'로 인정받고 있다. 김 박사의 연구 모토는 그래서 '남모르게, 확실하게, 끊임없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의 정강섭 박사 역시 바닷물에서 리튬을 뽑겠다는 꿈에 10년을 매달렸다. 그는 "2000년 당시 해양수산부에서 연구비를 받아 연구를 시작한 이후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에 따라 수시로 연구 중단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해낼 수 있다'며 정부 관계자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표준연구원 김종호 박사는 "2001년 연구소 입사 때부터 센서기술에 매료돼 연구하다 보니 좋은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장무 전 서울대총장은 "이 연구원들의 사례는 작게는 개인의 성취와 행복이지만 크게는 기업과 국가의 발전, 또 이를 이끌어갈 새로운 과학도를 고취하는 소중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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