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우울증’ 부르는 금융권 공포 마케팅읽음

제윤경 | 에듀머니 이사

결핍감은 두 종류가 있다. 현재는 부족하지만 앞으로 결핍이 충족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이 있고, 장래에도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채워지지 않으리라 좌절을 예상하는 것 두 가지다. 전자는 미래에 대해 플러스 변화를, 후자는 마이너스 변화를 예상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미래에 대해 마이너스 변화를 예상하는 사람은 무기력증을 느끼고 그것이 반복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도 부족한데 앞으로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 여길 때 우울증으로까지 연결되리란 심리학자들의 이야기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공감이 되는 말이다.

반대로 현재는 부족하지만 결핍이 충족되리란 예상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일명 동기충족 예상이론으로, 동기가 충족되는 순간보다 충족에 대한 기대를 가질 때 더욱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것 또한 무언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할 때가 막상 기대했던 순간이 왔을 때보다 더욱 행복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45.3%가 자신을 하층민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또한 58.7%가 평생을 노력해도 지위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앞으로 지위가 상승할 것이란 대답은 28.8%에 그쳤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좌절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과도한 재테크, 금융권의 마케팅이 이러한 좌절을 만드는 데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우선 마치 효과적인 재테크를 통해 수억원, 수십억원을 번 사람이 있는 듯 환상을 형성시켰다. 그런 성공사례를 접하면 사람들이 재테크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 여겼겠지만 과장된 재테크 성공신화가 유포되면서 사람들은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월소득이 600만원을 넘는 사람들조차 5.2%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아파트 재테크로 수억원을 번 사람이 많고 주식과 펀드 투자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거머쥔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착시현상이 불러온 박탈감이다. 당장 얼마를 벌건 앉은 자리에서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을 버는 사람들이 흔한 세상에서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고 여기게 만든 것이다. 혹은 과도한 소비문화, 즉 대형마트에서의 대량소비와 백화점에서의 명품소비, 이런 소비 열풍이 불경기에도 여전한 상황을 접할 때 사람들은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통계 수치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재테크 성공신화나 명품소비 열풍과 다른 결과를 접한다. 자산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가계부채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가계부채의 70% 이상이 중상위 계층에게 몰려 있다. 결국 재테크로 중상위 계층이 쉽게 돈을 벌어 더 큰 부자가 된 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빚더미에 앉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과도한 재테크 성공신화는 실제 결과는 비참한데도 사람들의 마음에 ‘상대적 박탈감’이란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금융권은 연일 노후에 대한 과장된 공포심을 조장한다. 투자를 하지 않거나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비참한 노후를 살게 된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반복한다. 국민연금은 곧 망할 것이라 확언을 하는 설계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2030년 이후에는 인구의 25%가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듦에도 마치 은퇴 후 60대부터 30년 이상을 소득 없는 불안한 미래를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과도한 금융권의 공포마케팅은 가뜩이나 남과 비교해 가난하다는 인식을 가진, 즉 심한 경제적 결핍감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더 큰 비수를 꽂는 셈이다. 현재도 가난하고 앞으로도 가난할 것이란 우울한 미래를 안겨준 것이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은 좌절이 예상되는 경제적 결핍감을 갖게 되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것은 우울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 금융권의 마케팅이 사람들을 집단우울증 환자로 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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