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제안 가능한 정책에 대해서 얘기해 봅시다 - 우선 전문연구요원 제도입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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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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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2-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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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먼 길로 보이지만, 이젠 제법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해서 사회적인 관심도 모아지고 있고, 문제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분위기라고 보입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주지하시다시피 그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므로 정부의 몇 가지 정책이나 이공계 관련 종사자들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는 것이 상당히 난해하리라 보이며, 꽤 긴 시간이 필요하리라 보입니다.

따라서, 이공계 기피 현상의 해결에 대해서 다른 많은 의견이 있으시겠지만, 이런 논의가 지속적으로 행해지면서 오랜 시간을 두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끌어내면서, 정치권과 정부의 장기적이면서도 광범위한 정책 방안 수립에 압력 또는 참여를 이루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직 공무원, 국공립대 및 사립대 교수, 국영 연구소 연구원, 대기업 연구원, 중소 및 벤처기업 연구원, 이공계 대학 및 대학원생 등 다양한 위치에 계신 이공계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이공계의 전반적인 힘을 모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겠고, 다양한 처지에 있는 이공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모아서 간결한 형태의 정책 대안 수립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물론, 저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 그리고, 어떤 대안들을 제시해야만 정부의 정책에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발전적인 논의가 하나씩 둘씩 쌓여가고, 각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지혜가 모여져갈 때, 의미있는 결론이 도출될 것으로 믿습니다.

우선 정부에 제안 가능한 정책 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것이 많은 분들이 얘기하시는 병역특례제도의 개선입니다. 정부로서는 추가적인 예산편성 등등의 노력없이도 시행하기 편한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병역특례와 같은 제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병역특례라는 제도가 오히려 이공계생들의 입지를 좁히고, 처우를 떨어뜨리는 구조적인 장치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라는 의심이 듭니다.

우선, 병역특례라는 이름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긴 합니다. 병역특례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는 병역특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병역특례로 병역을 마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특혜라는 생각이 들게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병역특례제도는 연구원들의 수요처인 대기업 및 중소, 벤처기업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우수한 연구원들을 확보하게 해 주는 구조적인 장치라는 것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그래도 병역특례라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로 제가 개인적으로 들고 싶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공계에 주어지는 현재의 병역특례 제도가 폐지된다면, 우수한 이공계생들의 행보는 뻔할 듯 싶습니다.

군의관 또는 보건소에서 편하게 병역을 마칠 수 있는 의대, 합격 후 기초군사분야의 장교로 병역을 마칠 수 있는 행정 또는 기술고시, 법무장교로 군대에 갈 수 있는 사법고시 등등을 선택할 것 입니다. 이는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의대 집중 현상 및 전 단과대학의 고시화 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군대는 당연히 다녀와야하는 것으로 모든 계층이 인식하는 날이 온다면 이는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지만, 이른바 지도층 자식들의 심각한 병역 기피 현상을 보면서, 당연히 돈없고, 빽없는 이들만 군대가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는 것이고, 따라서 이런 현실에서는 병역특례제도는 나름대로 우수한 이공계생들을 계속 흡수할 수 있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전면적인 폐지보다는, 개선책을 제시해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서울대 이공계 학장들의 건의문을 교수들의 이기심에서 나온 정책적인 쇼라고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전문연구요원 및 산업기능요원 정책의 개선을 위해서 이공계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한 목소리를 모아서 의견을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전문연구요원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전문연구요원 복무기간의 현실화 등도 물론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전문연구요원의 어중간한 위치를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권한 및 책임의 명확화를 들고 싶습니다.

전문연구요원은 군인도 아니고, 사회인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전문연구요원 기간은 어디 가서도 군대 경력이 될 수 없습니다. 이건 당연한 것일수도 있지만, 병역을 대체하는 제도라는 취지로 볼 때 이는 불합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무원으로 임용되는 경우에, 군대 경력 등은 공무원 경력으로 인정해 줍니다. 그런데,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했었던 기간은 경력으로 전혀 인정받지 못 합니다. 전문연구요원이 나름대로 4주 훈련도 받고, 병역을 대체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공무원으로의 진출을 상당히 어렵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연구원으로 전문연구요원이 된 이들은 향후 공무원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평생 연구원이 되어야만 하는 구조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연구요원은 사회인으로서도 제약을 받습니다. 예를 들면, 전문연구요원인 경우 스톡옵션 등의 계약을 맺을 수 없으면, 상법상 회사의 임원으로 등재될 수 없습니다. 이건 돈많은 사람들이 전문연구요원을 악용하여 회사를 통한 자식들의 탈법적인 병역 의무 기피 등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입니다만, 사실 전문연구요원 배정시 연구소 평가를 엄격하게 시행하는 등의 노력으로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외에도 전직 등의 문제에서도 특혜아닌 특혜라는 정책구조 아래에서 여러 제약 등으로 인하여 꼼짝없이 전문연구요원은 회사의 노예가 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 저는 1. 전문연구요원의 신분을 법적으로 규정하여, 전문연구요원으로서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근로계약 등에서 일반인들과 동일한 내용이 가능할 수 있는 수준, 해외 출장 등에서 편의성 재고 등)을 만들어주고, 2. 전문연구요원 재직 기관을 대폭 늘리고, 현재의 TO 할당제는 폐지하고, 3. 전문연구요원 재직 기간의 일부분이나마 병역으로서의 경력으로 인정해 주고, 4. 전직에 관련된 조항을 폐지하거나 전문연구요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폭 수정하는 반면, 5. 전문연구요원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감독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서 불법, 탈법적인 전문연구요원제를 운용하는 회사와 개인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위 내용에는 분명히 특혜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사실 저도 구체화시키기 힘든 부분도 있지만,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하고, 왜 이런 부분이 필요한 지 설득해나갈 수 있는 방법과 자세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우선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해서만 적어봤습니다. 이외에도 이공계 기피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많은 대책들이 있을 것으로 압니다. 앞으로 진지하게 목소리를 모아 봅시다.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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