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부재가 큰 문제이죠. - 김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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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op
등록일
2002-02-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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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 해로 학부 4학년이 되는.. 군대도 아직 안 갔다온 여타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직 새파랗게 어린 축에 해당하는 남학생입니다. 따라서 아직 세상 보는 눈이 다른 분들에 비해 편협하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아직은 어리고 특별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기에 특정 분야에만 국한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스템의 문제들입니다. 시스템의 문제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저는 자연과학에 전공을 두고 있습니다. 이 커뮤너티의 메이저에 해당하는 '공돌이'로 불리는 공대생은 아닙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돌이들은 단순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공돌이가 아닌 그 누구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순한 편입니다. 그 누구도 철학의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문제점은 철학으로 해결해야하는 것입니다. 공대가 발전하기에는 자연과학의 발달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행정관료들의 그 무성의한 태도는 그 사람들이 잘못되어서가 아닙니다. 관료제 시스템 자체의 문제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연구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상대하는 행정 관료들이 분명 최고계층의 분들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말단에 가까운 분들과 생활하실 것일텐데, 우리나라처럼 수직적인 계급위주의 사회에서는 그 말단이신 분들도 그러한 것들을 몰라서 그렇게 바보같이 행동하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어차피 그 분들도 사소한거 잘못해서 윗사람들에게 잘못보이면, 앞으로 승진을 비롯한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직적인 사회분위기는 군대의 문제가 크게 작용한다고 봅니다. 물론 대대로 이어온 계급사회의 문제도 있을테구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점은 지적할 수 있습니다. 고시가 분명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도, 이공계 기피현상도, 기타 산적한 문제들.. 다들 문제점은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오신 분들이라면 다 찾으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안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고시를 지금처럼 안 본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지혜로운 판,검사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지혜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프랑스의 대입 시험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제가 나왔다고 그들의 입시제도가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을 충분히 평가할 만한 사람 또한 있어야하는 법입니다. 우리네의 대입시험에 저런 문제를 냈다손 치더라도.. 제대로 대답할 만한 학생도 없을 뿐더러 제대로 평가할만한 사람들도 부족합니다.

 제가 아는 일부의 공대생들은 자연대까지 찾아와서 수학, 물리학을 배웁니다. 제가 아는 일부의 자연대생들은 공대까지 찾아가서 또다른 수업들을 찾아 듣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 한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등 그 어느 대학을 나오던지간에 '공돌이'가 되거나 사회에 도움 안 되는 그저그런 수학자, 과학자가 될 따름입니다. 저는 자연대생입니다. 공학과 관련된 수업들을 몇 개 들어봤지만 자연대 수업들보다 어렵다고 생각된 적은 없었습니다. 단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한다는 것 정도를 느꼈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네 수업이 더 어렵네.. 누가 더 공부를 열심히하네.. 같은 비교는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우리가 한 만큼의 평가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공무원들의 이공계기피현상에 대한 대안들을 보면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등학생이 군대 가기 싫어서 문과로 가거나 의대에 가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깟 자리 몇백개 정도 혹은 몇천개 정도 늘어나는 병역특례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런 대안을 내놓는지.. 그리고 공대 출신 CEO를 비롯한 성공사례들을 출판물로 담아낸다는 얘기도 있던데,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소수가 아닌 다수의 CEO들.. 그들은 공대출신인가요? 반문해보고 싶습니다. 결국은 제대로된 대우가 아닌 사탕발림으로 다시한 번 학생들을 꼬드겨보겠다는 얘기인데, 영악한 요새 아이들이 그 정도에 속아넘어갈지가 의문입니다. 저야 수학이 좋아서 이과로 진학하긴 했습니다만 문과 나와서 고시패스하거나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이공계 출신들의 대우가 이정도로 빈약할 줄은 몰랐을 뿐이죠. 지방대 의대정도는 충분히 갈 수도 있었을테구요.

 그리고 국가에 대한 의무감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은 국가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아직 철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작은 생각이지만 저의 철학으로는 그렇습니다. 우리가 국가에게 무엇을 바라기전에 국가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생각하라고 한다면, 국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기 전에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들을 얼마나 보장받고 살아가고 있습니까? 대다수의 소시민들은 의무는 분명히 다하고 살아가고 있을진대요. 국가는 개인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민족국가이기 때문에, 민족의 개념과 국가의 개념과 혼동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분명히 국가와 민족과는 구분되어야하는 개념입니다. 아마 70년대나 80년대 초에 제가 이런 글을 올렸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을지도 몰랐을테고, 요즘 세상에는 이런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예전보단 복받은 시대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만족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밑에 어느 분께서 국가에 대한 의무감.. 봉사심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물론 국립대 나오고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국가에 의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사회에 환원해야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투명한 사화라고 한다면 국가에 의해 계속 혜택받는 계층은 확률상으로 분명히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극소수에 불과한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특별히 국가에 대한 의무감을 심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우리는 국가에 대해 충분히 의무를 다하고 있기 때문이죠. 국가에 대한 봉사는 국립학교를 나와서 보다 많은 지식을 익히고, 보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 없다고 한다면 모를까... 어차피 회사에 이득을 내는 것은 마케팅이나 경영상의 효율에도 있겠지만 기술자들의 힘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 수십억.. 수백억의 이익을 창출할만한 기술을 개발하고서도 고작 백만원의 보너스밖에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대학에 와서 공부 안 하는 현 사회풍토에도 문제가 있지만 가치관의 형성이 될 무렵에 그릇된 가치관이 형성되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초등학교교육부터 개혁이 되어야 이 나라가 제대로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그 교육의 개혁에는 제대로된 철학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의 양성이 우선되어야 하겠죠. 우리가 힘들게 공부할 동안에 우리가 교사들에게 배운 것들은 과연 무엇인가요? 물론, 그네들은 입으로는 공부보다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고는 합니다만... 몇몇 소수의 존경받을 만한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제 눈에는 그저 성적이 어중간해서.. 직장이 보장되어서 선생이라는 직업을 택한... 성적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기위해 의대에 간 사람들과 똑같아 보였을 뿐입니다.

 의대에 간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로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서 간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소수라는 것이 문제이듯이 말이죠. 온 국민이 어느 정도 철학적으로 깨어있다면 이 나라가 조금은 더 제대로된 나라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잘 사는 나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온 철학은 당연히 어려운 개념의 철학얘기는 아니구요.

 ps. 한시간 넘게 글 쓰니 머리가 뽀개질 것 같네요. 전 아직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만 살아봐서  다른 나라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외국이 한국보다 더하던, 덜하던간에.. 어쨌던 우리나라는 제 생각으로는 아직 철학적으로 많이 모자란 나라같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덜한 나라들도 있겠지만.. 분명히 제대로된 나라들도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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