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요구할 인재, 나라에 필요한 인력

글쓴이
Simon
등록일
2004-06-0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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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들, 돈 많이 벌어 좋은데 쓰자 !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우리 실정에는 아직 ‘너무 튀는 인재’가 환영받기 어려운 시스템 상의 문제가 상존한다고들 한다. 빌 게이츠는 분명 컴퓨터에 관심 많은 명민한 아이었지만, ‘튀는 인재’ 또는 ‘천재’로 분류될 수 있을지?

‘여성 상품화 및 매춘 출판업’이라는 비난이 많지만, 적어도 ‘섹스는 불결하고 숨겨야 할 것’이라는 50년대 미국 대중들의 공통적 견해를 50년 후, ‘섹스는 정말 쿨(cool)한 것, 가슴을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라는 감탄으로 변모시킨 플레이 보이(Playboy)의 설립자 휴 헤프너(Hugh Hefner)도 ‘성공한 기업가’로 칭송받는 세상이다. 헤프너 부친의 눈에 아들은 ‘망나니’였지만, 그의 사업을 이어받아 CEO가 된 헤프너의 딸에게는 ‘헤프너 사장은 천재이자 존경할만한 출판인’이다.

국내 대기업 회장이 일컬은, ‘1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을 때 등장한 ‘천재’라는 용어의 의미는 아마도, 현재의 빌 게이츠와 같이 ‘경영’ 마인드가 있고 ‘독점’도 할 수 있는 강심장에 ‘대형 기부’를 할 수 있는 ‘정치력 및 이해타산력’을 두루 갖춘 지략적 인물로 종합 예술로서의 ‘경영’을 이해할 줄 아는 팔방미인형 능력가를 가르킨 것이지, ‘의지와 숨은 노력에 예외적 비범성’이 수반되어야 그 칭호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될 ‘라이트 형제’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류의 ‘고독한 선구자’들과는 차이가 있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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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포즈를 취한 오르빌 라이트 (Orville Wright)


빌 게이츠가 칭송받아 마땅한 이유는 불모지와 같던 소프트웨어 시장을 뚫은 혜안과 능력인데, 여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대표 문서 편집기인 ‘워드(MS Word)’ 프로그램이 한국 시장에서는 ‘아래 한글(Hangul)’에 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정부와 공공 기관의 문서 작성은 ‘한글’이 공식지정이고 ‘오피스(MS Office)’에 포함된 기타 프로그램이 병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말 문서는 ‘아래 한글’ 프로그램으로 표현되는 것이 ‘외제’에 비해 훨씬 감칠 맛나는 듯 한데, ‘한우’가 ‘수입산’보다 인기있는 것에 비유될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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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Bill Gates)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츠 회장의 가장 큰 공헌 중 하나는 IT라는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고 컴퓨터를 ‘밥 먹는 것, 옷 입는 것, 집 사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필수품’으로 변모시키는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우리 대기업 회장이 게이츠를 높이 평가한 것 중 하나는 그가 받고 있는 보상에 근거할 듯 싶다. 소비자와 세계 시민의 부러움, 거대 이윤, 그리고 명예와 같은 큰 선물을 받았으니, 그에게 ‘소프트 귀재’ 내지는 ‘컴퓨터 영재’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수긍이 가나, ‘클래식한 진짜 천재’라는 칭호에 이르고 보면, 다소 고개를 젓게 된다.

’90년대 이후 IT 혁명으로 TV와 기타 매체, 인쇄 분야, 나아가 타자기 제조 부문 등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으리라는 우려와 달리, 종이 산업과 팩스 제조 업체와 같은 회사들이 아직까지는 IT 붐과 상관없이 예전의 명성을 지키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음반 업체나 LP 제작사들이 CD와 MP3 때문에 문을 닫을 현실을 직시할 때 직간접적으로 컴퓨터 및 인터넷 발전의 영향을 받을 유관 분야들이 IT 산업의 미래 방향이 어떻게 설정되느냐를 눈여겨 볼 수 밖에 없을 듯 싶은데. 예컨데, ‘종이 신문 시장’이 ‘인터넷 매체’의 등장으로 당장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어 왔다는 우려가 깊게 베인 지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 인력은 ‘빌 게이츠’와 같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거대 이윤을 벌어다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사람일 수 있다. 다만, 그런 이가 자사 ‘피고용인’이 되어 ‘우리 회사’에 돈을 많이 벌어다 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경쟁업체 내지는 새로운 분야의 독보적 선점자’로 등극해 ‘내가 가질 수도 있었을 직접 이윤’을 빼앗아간 ‘적수’가 되느냐의 기로에는 분명 큰 괴리가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게이츠와 같은 능력가’가 본인 회사에서 일하며 많은 돈을 벌어다 주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일 듯 싶은데. 위 ‘1명의 천재, 1만명의 수혜자 비유’에 등장한 ‘빌 게이츠’는 비록 자사 직원은 아니지만, IT 산업을 명실공히 ‘새로운 파이’로 우뚝 서게 유도함으로써 유관 분야인 반도체와 기타 다른 부문에 까지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끈 ‘소프트 산업 선구자’로서 현재 진행형의 업적을 널리 칭송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실정과 정서를 고려할 때 적어도 향후 몇 십년간 한국 기업에서 환영받을 ‘인재’는 여전히 ‘한 분야의 달인’ 보다는 ‘경영과 기술’의 묘미를 이해할 ‘이방출중형’에 가까운 듯 하다. 이를테면, 공대를 나와 재무 전문가가 되었다는 모기업 임원이나 과학기술을 전공한 후 MBA 또는 법학 지식을 겸비한 이들이 한국의 대기업에서 고액의 연봉을 다년간 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갖춘 이들인 듯 한데.

반면, 선진기업과 미래에 성공할 한국 회사들이 지향해야할 ‘요소’는 아무래도 ‘지혜’를 가진 사람이 기펴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일 것이다. 이공계 기술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회사에 필요한 ‘지식’을 지녀 ‘지혜’롭게 돈을 벌어다 주는 이, 또 그런 이가 질투와 경원보다는 갈채와 감사의 대상으로 인정받는 회사. 설령 그런 인재가 잠시 머물다 퇴사하는 일이 있어도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만들 줄 아는지’에 관한 아이디어와 비전을 겸비했다면, 경영자들에게는 ‘보배와 같은 존재’로 각인되기 마련일텐데.

최근 미 TV 과학 채널의 ‘사이언스 퀘스트(Science Quest)’라는 주말프로그램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기부상을 이용한 놀이기구나 고속 열차에는 쉽게 수긍을 하고 그 위력에 찬사를 보내는 일반 대중과 투자자들이 자기(magnetic)부상을 이용한 고속 열차의 개발은 계속 기피, 결국 연구자 2명이 고군분투하며 실물 크기의 열차 개발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노라고 술회하고 있다. NASA (미항공우주국)의 테네시 주 시험장에서는 자기부상을 이용한 발사체 연구가 한창이라, 화학적 폭발력에 의한 고가의 기존 수직 발사체를 지양하고 수평 상태에서 비행체와 항공기 모형을 간단히 날려버리는 실험을 소개해 주었다. 참신하고 비용도 절감되며 공학적으로도 효율이 그만인데, 시장성이 있는지는 전적으로 투자자의 ‘판단’과 ‘시대가 어떠하고 시기가 어떤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정작 자기 부상 분야의 대가인 미국의 은퇴한 두 연구자는 볼 멘 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가 원천 기술 개발’해 놓으니 일본 사람들이 ‘96년까지 지속적으로 방문해 배워갔고, 결국 ‘99년 미국이 아닌 일본에서 세계 최고의 시속을 낼 자기 부상 열차의 시범 주행에 성공했다는 주장인데. 연로한 두 연구자의 마지막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라이트 형제와 같은 이들도 그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은 고난의 세월을 보낸 후, 키티호크의 언덕 위에 비행 시험을 성공했습니다. 자기부상 열차는 여러 모로 저가이고 효율도 높아 반드시 현재의 열차 체계를 대체할 교통 수단이 될 것입니다. 다만, 시기가 언제이냐가 문제일 뿐. 자기부상의 시대는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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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상열차 전용트랙 (일본, 1999년 개통)


전기차, 수소 연료 자동차의 본격 개발, 자기 부상 열차의 등장이 ‘기술’이 없어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 일을 거국적으로 혹은 공공 분야로 확산시킬 ‘관심과 의지’가 없기 때문이고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방해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귀하가 정유 회사와 연계된 워싱턴 D.C.의 대정부 로비스트라면, ‘석유를 대체할 연료를 이용한 자동차’의 등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밥줄 끊길 제 1 호 위협으로 여겨야 한다.

델 컴퓨터가 오늘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경쟁사의 무관심이 크게 작용했다는 웃지 못할 겸손의 소리를 한 해당사 사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준비하는 이에게 기회와 운’이 와 비로소 빛이 발휘된다고 본다면, ‘무엇을 준비하느냐’와 ‘시의적절성’만큼 중요한 문제도 없고, 이런 질문과 고민이 예의 ‘10년후 무얼 먹고 사느냐’로 이어졌을 것이 틀림없다. 따라서, 우리의 향후 생존 전략에 관해 과학기술에 초점을 두고 몇가지 고민해 본다면 이렇다.

첫째, 대기업의 경우 이제 ‘기술은 사오면 된다’는 거짓(false)으로 여겨야 한다.

왜? 지금까지는 사와도 되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세계 기업들이 한국을 ‘무시해도될 델(Dell) 컴퓨터’ 정도로 간주하지 않고 경계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쓸만한 한국의 이공계 인재들이 세계 유수의 기업과 나라에서 환영받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기술 인력은 사오면 될 지언정’, ‘기술 개발’에는 더 이상 공짜가 있기 어렵다. 기업인의 입장에서, ‘없는 기술, 믿지 못할 국내 이공계 인력’을 배제하고 ‘유학파, 외국인 과학기술자’를 영입해 쓰는데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둘째, 중소기업의 경우 이공계 인력들의 ‘창업’ 성공 사례가 늘어야 한다.

국내에서의 벤처와 같은 중소기업 경영이 어렵다면, 해외로 가 창업하는 선구자들이 많이 나와야 하며, 특히 선진국으로 이주해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사업해 이윤을 내는 한국인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작게 보면, 국익에 상관없는 듯 보이나, 길게 보고 가면 한국계 이공계 사업가들이 훨씬 더 많아져 이들의 세력이 종국에는 뭉쳐질 때 국내의 중소기업 진흥과 이공계 파워 시프트도 가능하다.

세째, 향후 새 파이가 될 부문을 고민해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기초’를 잘 다져 지식을 널리 응용할 줄 아는 인재를 배출해야 하고, 기업에서는 자사가 필요한 인력으로 성장하도록 학교와의 장단 맞춤식 연계 교육 및 투자를 늘려야 한다. 철부지 젊은 이들을 당장 수혈하지 않아도 당분간 현 수준 유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이공계 기피의 현실’은 선진 고령사회로 갈 때 반드시 겪어야할 과정이므로 준비해야 한다. 인도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저렴한 이공계 인력들이 물밀듯이 밀고들어올 날도 치밀하게 계산해 두어야 한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값싼데 쓸만한 인력’은 결국 ‘이윤’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이공계 인력이 추후 살아남으려면 ‘커뮤니케이션’과 ‘관리자 시각’을 겸비해야할 것이고 ‘어학 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구비 사항이 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따라서, 이공 분야의 교육은 외국어를 보다 많이 활용해 병용하는 것이 ‘필요악’으로 전제될 수 밖에 없다. 타분야는 몰라도, 과학기술 관련 전공 교육은 결국 ‘강의’와 ‘연구’ 나아가 ‘대화와 토론’이 영어로 활발히 진행되는 것을 지향할 여지가 있다.

중국 본토에서 배운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보다는 영어를 잘 하지만 대만 또는 홍콩 학생들 보다는 쳐진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 학생들도 나날이 발전하는 외국어 실력에 세계인들이 감탄하는 실정인데, ‘우리 말과 외국어를 모두 잘 하는 이공계 인재상’은 국가 경쟁력 배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네째, `관리와 감독'은 주가 아닌 '보', 저마다 특화된 분야에 관한 '기술과 스킬'을 가진 이가 관리 감독의 대상으로 부터 '관리 감독을 병행'하는 '주류'로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굳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자동차 회사의 설립 배경엔 창업자의 노력과 의지가 있었으나, 계속 이윤을 내며 번창하기 위해서는 '차 기술을 아는 이들'이 주역이 되어야지 '벌어다 준 돈을 셈하는 이' 또는 '피고용자들의 시간과 생산성 관리를 잘 하는 이'들이 '주류'가 되어선 발전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광고, 마케팅, 가격 경쟁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만드는 이(엔지니어)'들과 '자동차를 사는 이들(고객)'이 주역이 되어야 경영의 관점에서도 더 큰 수확이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여러 사례가 확인시켜주고 있다.

근본적으로 '나라에 필요한 인재'와 '기업이 요구하는 인력'이 일치하고 거의 100% 부합할 때, 국가와 국민이 바라는 '개인의 영달'이 가능할 것이다. 반복하지만, 대기업도 더욱 성장해야 하고 중소기업에서도 새로운 이윤과 고용을 창출해 내는 신선한 실력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어야 하며,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주인공은 바로 과학기술인임을 사회 전반에서 '인식'하여 격려해 더 많은 이공계 전공자들이 응분의 대우와 보상을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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