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영상, 어떤 것들이 있나?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04-07-11 08:0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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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스플레이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고 관련된 분야의 수요가 점증함에 따라, 3차원 입체영상 분야의 연구개발도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텔레비전을 예로 들 경우, 흑백 텔레비전에서 컬러 텔레비전으로 바뀐 지가 오래되었고, 이제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의 전환을 눈앞에 둠에 따라 더욱 고화질의 화면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데, 그 다음 단계로 더욱 발전된 텔레비전은 곧 입체영상을 통하여 더욱 생생하고 실감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 글에서는 인간의 입체감을 느끼는 원리로부터 시작하여 근래에 연구 개발되고 있는 여러 입체영상 방식의 개요 및 장단점,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검토해 보기로 한다.

인간이 입체감을 느끼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그 원리 또한 그다지 간단하지가 않다. 사람 눈의 구조와 기능에 따른 생리적인 요인이 가장 크겠지만, 시각의 심리, 기억적 요인도 적지 않으며, 시각 외적 요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생리적 요인으로는 사물과 두 눈이 이루는 사잇각에 의한 양안 폭주각(Binocular Convergence) 및 양안 시차(Binocular Disparity), 그리고 한쪽 눈만으로도 가능한 운동 시차(Motion Parallax), 수정체의 초점조절(Accommodation), 몰입 효과 등이 있다. 심리, 기억적 요인으로는 물체의 크기와 높낮이, 중첩 및 조절, 원근법 등에 의한 기하학적 입체시가 있고, 물체의 명암, 콘트라스트, 채도, 색상, 해상도, 음영 등에 의한 광학적 입체시가 있다. 시각 외적 요인으로는 청각, 후각, 촉각 및 진동, 바람, 온도, 유체 등의 감각 등이 모두 포함된다.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방식 또한 매우 많고 다양하나, 크게 분류하자면 1) 입체용 특수안경을 착용하는 방식 2) 입체용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방식 3) 홀로그래피 방식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입체용 특수안경을 착용하는 방식의 원리는 모두 양안의 시차를 이용한 것이다. 즉 좌안용 영상과 우안용 영상을 각각 따로 촬영한 후 동시에 재생하면서, 왼쪽 눈으로는 좌안용 영상만을, 오른쪽 눈으로는 우안용 영상만을 지속적으로 보도록 장치하면, 사람의 뇌에서는 두 영상이 종합되어 하나의 입체영상으로 느껴지게 된다. 특수안경을 착용하는 방식 중 대표적인것이 편광안경 방식으로서, 직교하는 편광 소자의 편광 방향에 따른 차광효과로 두 눈의 화상을 분리하여 입체영상을 구현한 것이다. 편광안경 방식은 매우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방식으로서 지금도 각종 박람회, 놀이공원, 전시관 등에서 상영하는 입체영화나 입체 영상물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수안경을 착용하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는 시분할 셔터안경 방식이 있는데, 편광소자 대신에 빠르게 반복적으로 열고 닫히는 셔터를 안경에 부착하고 그 주기를 디스플레이되는 좌우안용 영상과 동기(Synchronize)시킴으로써 두 영상을 분리하여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입체용 특수안경을 착용하는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게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고 색재현성 및 해상도가 우수하며, 천연색의 입체영상 구현이 가능하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화면화가 매우 용이할 뿐 아니라 입체 텔레비전으로 활용할 경우 기존의 TV 전송방식을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저가격의 실용화에 유리하다.
그러나 입체영상을 보려면 반드시 특수안경을 착용해야만 하므로 이용이 번거롭고 입체의 관찰 방향은 촬영 방향에만 국한되며, 양안의 시차에 따른 피로감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편광안경 방식에서는 편광필터로 인하여 밝기가 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화면이 어둡게 되고, 시분할 셔터안경 방식에서는 셔터의 개폐로 인한 깜빡거림(Flicker)이 발생한다는 점이 추가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입체용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방식 또한 양안의 시차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특수안경 방식과 근본적인 원리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특수안경 대신에 영상이 송출되는 화면 앞에 좌우안용 영상을 분리하는 소자들을 장치함으로써, 왼쪽 눈에 좌안용 영상을, 오른쪽 눈에 우안용 영상을 보내어 관찰자로 하여금 입체영상을 느끼게 한다.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패러랙스 배리어(Parallax Barrier) 방식과 렌티큘러(Lenticular) 방식 등이 있다. 패러랙스 배리어란 슬릿(Slit) 모양의 개구부가 나란히 배열된 판을 지칭하는데, 뒷면에 적당한 사이를 두고 좌우 2안상 혹은 다안상을 번갈아 배치하면 특정 지점에서 개구부를 통해 맨 눈으로 입체영상을 관찰할 수 있다. 렌티큘러 방식은 배리어 대신에 작은 렌즈들의 배열로 이루어진 렌티큘러 판(Lenticular Sheet)을 배치함으로써 좌우 2안상 혹은 다안상을 분리하여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특수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방식은 일단 맨 눈으로 입체영상을 볼 수 있으므로 편리하고 천연색의 입체영상도 가능하며, 화면을 크게 만드는 일 또한 특수안경 방식만큼은 아니지만 구현 가능하다. 또한 입체 텔레비전을 구현할 경우 기존 TV 전송기술로도 가능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입체 시의 관찰 방향이 촬영 방향에만 국한되고 양안의 시차로 인한 피로감이 발생하는 단점이 존재하는 것은 특수안경 방식과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또 하나의 결정적인 단점은, 관찰자가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지점이 일정한 영역에만 한정되고 그 지점을 벗어나면 입체시가 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 방식은 물론 특수안경을 착용하지는 않지만, 양안의 시차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광의 파면을 재생하여 3차원 공간에 입체영상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앞의 두 방식(특수안경 요/불요 방식)과는 원리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피로감이 없고 입체시 관찰 방향이 촬영 방향에만 국한되지 않아 시역이 넓으며, 거의 완벽한 입체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가장 성능이 뛰어난 입체영상 방식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천연색의 동영상을 구현하기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쉽지 않으며, 화면을 크게 만드는 일 또한 그리 용이하지 않다. 또한 레이저를 이용하여 촬영해야 하므로 사람의 얼굴을 찍거나 야외풍경 등을 담아내기란 매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만약 입체 텔레비전을 고려할 경우 정보량이 워낙 방대해 지기 때문에, 현재의 신호 압축/처리 기술, TV 전송기술 수준으로는 실시간 방송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따라서 홀로그래피 방식의 입체동영상이 널리 실용화되기에는 기술적 난제(Bottle neck)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아직 많은 세월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 과학신문에도 (일부 수정되어) 실렸던 글입니다. 결론적으로 "현 단계에서 입체영상 기술에 대해 너무 과도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는 것이 한때 해당 분야에 관계했던 엔지니어로서의 솔직한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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