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2만달러" 왜?

글쓴이
hiafrica
등록일
2004-07-26 10:1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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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의 진입을 향한 꿈은 정부부처나 관계기관을 넘어 전산업에 걸쳐 두루 퍼져있다. 간담회, 강연회, 거물급 인사의 인터뷰 등, ‘국민소득 2만달러’을 외치는 말들은 매일매일 매스컴을 통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숫자만 난무할 뿐, 60~70년대 '우리도 잘 살아보세' 라는 구호와 같이 국민들이 신명나게 일하도록 만드는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나라는 국민들에게 무턱대고 ‘나를 따르라’고 외칠 것만 아니라 ‘왜’ 그래야만 하는가에 대한 분명하고도 매혹적인 답변을 제시해야만 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 대한 회원들의 의견을 정리해본다.

소요유 : 최근 모 위원회의 국가xx개발 중장기 계획과 관련된 자료를 훑어보니 관료나 과학기술자 입장에서 왜 필요한지,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나열만 있고 어디에도 왜 우리는 2만 달러 시대에 도달하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더라. 그걸 보고, 문득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첫째, 정부는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가야 하는 당위성(혹은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둘째는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으로의 진입과 같은 구호는 지금처럼 물질적인 풍요로움의 차이가 적은 상황에서는 그다지 구미를 당기지 못한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비전을 아무리 제시해봐야 다른 여건이 갖춰 진다해도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로 가는 일은 녹록치 않을 것이다.

준형 : 나는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의 진입이 어째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의 예만 보더라도 60,70년대 급격하게 국민소득이 증가했음에도 일반 국민들이 나아진 것은 별로 없지 않나. 결국 국민들은 ‘풍요로운 삶의 질’을 따질 뿐이지, 그 결과가 2만 달러든 3만 달러든 액수엔 개의치 않는다. 2만 달러 운운은 그저 숫자놀음에 불과할 뿐이라고 본다.

Sloth : 경제지표나 자본 축적 등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침체와 호황의 파동을 그리겠지만 지구는 유한하고, 자원은 계속 소비되며, 환경오염, 전쟁 등과 같은 사회 갈등은 점차 커져 침체의 진폭은 커지는 반면, 성장의 진폭은 감소되는 추세다. 자유경쟁과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강자가 모든 걸 갖게 될 거고 약자는 계속 약자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더구나 우리나라는 외부에 ‘경제’ 뿐 아니라 ‘안보’를 담보 잡힌 특수한 경우라 성장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 많이 발전했지만 앞으로도 과연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을 만큼 경쟁력 있는 과학기술을 보유하고 있는가.

???(과학도) : 분배냐 성장이냐가 2만 달러 진입을 위한 관건이라고들 보지만 내 의견은 좀 다르다. 한 마디로 일을 해야 할 목적을 잃어서 그런 것이라고 본다. 만일 IMF가 없었다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없었을 테니, 어쩌면 침체도 더 일찍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새 목표를 정해야할 시점이다. 일부계층의 완전한 소외를 막아야하는 것은 분명하나, 너무 분배로만 치우쳐서는 안 될 것이다. ‘분배’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수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돈 잘 버는 기업의 연구개발인력들의 희생정신, 즉, 내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나에게 다 돌아오지 않지만 기업도 키우고 정부도 내가 지탱한다는 그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고등학생 : 국민소득 1만3천 달러인 현 상황에서 분배보다 성장에 중점을 두는 정책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무게중심이 이동한다고 해서 분배구조를 악화시키면 안 된다. 분배구조 역시 개선해 근로의욕과 생산성을 증진시키고, 그와 더불어 소득증진에 따른 내수 활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andysheep : 국민소득 2만 달러로의 진입을 주장하기보다 남북한의 경제교류를 통한 평화적인 통일이 한국인들에게 현실적이고 미래적인 꿈이 아닐까. 한국은 엄밀히 북한과 휴전 중이다. 전쟁 중이라고 본다면 ‘생존’이 최선일 것이다. 전쟁 중에 무슨 꿈을 꿀 수 있겠는가. 생존이 전부이고, 역대 정권들은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분단 상황을 지배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통일 후에나 한국은 꿈을 꿀 수 있을 것이다.

현 : 비난을 무릅쓰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패권주의(경제적인)’ 국가를 지향해야한다고 본다. 국제사회에서 ‘세계 경지제도 결정권’을 갖는 나라가 되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발전에 치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중국의 팽창정책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저녁노을 : 성장 제일 주의의 부작용은 심각하다. 줄 잘 잡고 뇌물도 쓸 줄 알고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 땜질식 처방 대충대충 주의에 기반한 사회에서 내가 운이 나쁘면 지하철에서 불타, 다리가 무너져서, 백화점이 무너져 죽기도 한다. 소득이 얼마냐 보다도 공정한 사회 분위기 정착이 중요하다.

Sloth : 이제 우리의 "꿈"을 국가적 차원의 경제지표상의 "숫자"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지난 세월 국가적 차원의 경제성장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국가의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급격한 양적 성장이 파생시킨 수 많은 문제들을 다시 양적인 성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소득이 증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거의 계명에 가까운 믿음부터 버려야 한다.

<표 : 2002년 국가별 1인당 국민소득 순위>

원문링크 :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7095
http://www.scieng.net/zero/view.php?id=now&no=7110
소요유님, 준형님, Sloth님, ???(과학도)님, 고등학생님, andysheep님, 현님, 저녁노을님등 회원들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리 유화설

  • 배성원 ()

      깔끔한 정리로군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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