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 톺아보기(7) - 초전도체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15-12-1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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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광받는 미래의 첨단과학기술로 꼽히면서 노벨 물리학상도 여러 차례 배출한 분야로서 초전도체라는 것이 있다. 초전도체가 지닌 독특한 특성인 초전도(Superconductivity; 超傳導) 현상이란 전기가 흐를 때 저항이 전혀 없는 상태, 즉 ‘영’(0Ω)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초전도체를 이용하면 전기 손실이 없는 원거리 송전이 가능하고, 축전지를 쓰지 않고도 전기를 대량으로 저장할 수 있으며, 강력한 자기장을 내는 전자석도 만들 수 있으므로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고 일부는 이미 실용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 교통, 정보통신, 에너지 분야 등에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이러한 초전도 현상은 1911년에 네덜란드 출신의 물리학자 온네스(Heike Kámerlingh Onnes; 1853-1926)에 의해 우연히 발견되었다. 저온물리학의 연구에 주력하던 그는 액체헬륨을 사용하여 수은의 온도를 절대온도 4도, 즉 섭씨 영하 269.15도까지 내려 보는 과정에서, 전기의 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현상을 확인하였다. 온네스는 극저온물리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공로로 1913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온네스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당시만 해도 초전도 현상은 물리학자들에게 그다지 관심을 끄는 분야는 아니었다. 그 후 고체물리학이 발달하면서, 특정 물체의 전기 저항이 극저온에서 사라지는 초전도 현상은 물리학자들의 흥미를 끌게 되었고, 이를 규명하는 이론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고체물리학 교과서에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초전도 현상의 요인을 설명하는 기존의 이론은 이른바 BCS 이론이다. 1957년에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세 명의 물리학자, 즉 바딘(John Bardeen), 쿠퍼(Leon N. Cooper),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에 의해서 발견되어서, 이들의 두문자를 따서 BCS 이론이라 불린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임계온도 이하에서는 초전도체 내의 두 전자 간에 격자 진동을 통하여 인력이 작용함으로써, 이른바 쿠퍼 페어(Cooper pair)라 불리는 전자쌍이 형성된다. 쿠퍼 페어를 이루는 두 전자는 운동량과 스핀이 서로 역방향이기 때문에 전제적으로 운동량과 스핀이 모두 0인 상태를 이루며, 초전도체 내에서는 거의 모든 전자가 쿠퍼 페어를 형성하면서 이들이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 상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초전도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BCS 이론을 세운 공로로 이들 세 명의 물리학자는 1972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전편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들 중 바딘은 트랜지스터 발명으로 1956년도에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으므로, 노벨 물리학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 새로운 초전도체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BCS 이론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즉 BCS 이론에 의하면, 초전도 현상을 나타내는 임계온도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계산식에 의하면 대략 절대온도 30도를 넘기가 어렵다. 따라서 금속이나 합금이 주종이었던 초기의 초전도체들은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극저온을 얻기 위해서 값비싼 액체 헬륨을 써야만 했으므로 실용성은 훨씬 떨어졌다고 하겠다.
그러나 독일의 물리학자 요하네스 베트노르츠(Johannes Georg Bednortz)와 스위스의 카를 뮐러(Karl Alexander Müller)는 1986년에 금속이 아닌 산화물 재료의 세라믹을 써서, 기존의 임계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인 절대온도 35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여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세계 물리학계에서는 초전도체 연구 붐이 일어나서, 너도나도 높은 온도의 초전도체 물질을 앞 다퉈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보다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면 값비싼 액체 헬륨 대신에 액체 질소, 더 고온이라면 일반 냉장고 냉매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므로 폭넓은 실용화와 이에 힘입은 ‘초전도 산업혁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국내외에서 매우 높은 온도에서, 심지어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발표가 잇따랐으나 그중 지나친 과장이나 성급한 발표로 인한 오류들도 적지 않았고, 현재 최고의 임계온도로 인정되는 것은 절대온도 약 130도 정도이다.   

고온초전도체 연구의 선구자인 베트노르츠와 뮐러는 그 공로로 198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하였다. 그 무렵 초전도체 연구로 이름을 날렸던 물리학자 중 하나인 스티븐 추(Steven Chu)는 1987년도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어 많은 물리학자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였으나, 그는 원자의 냉각 등에 대한 연구로 다른 물리학자들과 함께 199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여 뒤늦게나마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 되었다. 스티븐 추는 또한 지난 2009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에너지부 장관에 임명되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기도 하였다.
또한 2003년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 역시 초전도체와 관련이 깊다. 즉 러시아 출신의 물리학자 알렉세이 아브리코소프(Alexei A. Abrikosov)와 비탈리 긴즈부르크(Vitaly L. Ginzburg), 영국 출신의 앤서니 레깃(Anthony J. Leggett)은 초전도체 및 초유동체라는 양자물리학의 두 가지 현상을 설명하는 데 크게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게 되었다.

초전도체에 관한 연구개발은 예전에 비해 붐이 한풀 꺾인 감이 없지 않으나, 여전히 중요한 미래 첨단기술의 하나로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여러 분야에서 실용화되어 있고 앞으로도 핵융합 발전이나 입자가속기, 자기부상열차용 초전도 자석, 초고속 슈퍼컴퓨터의 개발, 초전도 양자간섭소자(Squid) 등을 이용한 의료용 장비, 초전도 전선을 이용한 송전 및 전기의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저온 초전도체에서는 비교적 잘 들어맞지만 고온 초전도체에서는 잘 설명이 안 되는 BCS 이론을 대체할만한 획기적인 새로운 초전도 이론이 나온다면 또 다시 노벨 물리학상을 능히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기적인 기술개발 분야 뿐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와 호흡이 긴 연구가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조차도 너무 시류에 영합하여 한때 연구자들이 대거 몰리거나 반대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들이 간혹 일어나곤 하는데, 이는 국가 과학기술의 장래는 물론 연구자 개인들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할 것이다. 어느 분야건 남들이 당장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상관없이 꾸준하고 진득하게 연구에 매진한다면, 뜻밖의 영광을 차지할 기회는 도리어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By 최성우

 사진 1 : 초전도체에 의한 자기 부상 (원작자 : Mariusz stepien)

사진 2 : 초전도에 관한 BCS이론으로 두번째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존 바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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