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발사된 태양광 범선들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0-12-04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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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로켓 등의 엔진이 없고 연료도 쓰지 않는 태양광 범선이 우주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는 힘의 근원은 바로 광압(光壓; Light Pressure)이다. 복사압이라고도 하는데, 빛이나 전자기파가 물체에 부딪히는 경우 그 표면에 미치는 압력을 의미한다. 정지 질량이 없는 빛이 압력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얼핏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고전물리학적 관점에서든 양자역학적 관점에서든 다 설명이 가능하다.
 먼저 맥스웰(Maxwell)의 전자기이론의 측면에서 보자면, 전자기파가 물체를 구성하는 전자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힘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물체의 표면에 전자기파가 입사하면 전기장의 방향으로 전자가 속도 성분을 지니게 되므로, 로렌츠의 힘(Lorentz force)에 의해 표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압력을 받게 된다.
 그리고 빛을 파동이 아닌 입자, 즉 광자로 보는 관점에서 이해하자면 더욱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정지 질량이 없는 광자라 할지라도 에너지와 운동량을 지니고 있으므로, 광자 하나가 물체에 충돌하여 흡수될 경우 에너지는 그 운동량에 빛의 속도(c)를 곱한 것과 같다. 단위면적/단위시간당 빛의 에너지가 바로 포인팅 벡터(S)이므로, 결국 광압 P = S/c의 관계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범선의 돛에 태양의 빛이 부딪혀서 움직인다면, 태양광 범선은 순수한 광압만을 받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즉 태양과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는 태양풍(Solar Wind)에 의한 영향도 함께 받는다. 태양은 가시광선과 같은 전자기파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양성자, 전자, 원자핵 등 상대적으로 무거운 입자들도 함께 방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태양풍 입자들은 지구 부근에서도 상당한 밀도로 초속 수백 km의 속력으로 날아온다.
 태양 표면에서 흑점 폭발과 같은 변화가 있을 때는 태양풍의 양과 속력이 더욱 급증하여 지구에 여러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태양계를 운행하는 혜성이 항상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꼬리를 끌고 있는 것이 광압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태양에 근접할수록 꼬리가 더 커지는 것은 순수한 광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태양풍으로 인한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태양풍 입자들은 빛의 속도에 비하면 상당히 느리고 돛에 의하여 에너지가 완전히 흡수되지는 않기 때문에, 범선에 미치는 힘은 광압에 비해 매우 미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태양광 범선을 움직이는 광압 역시 로켓 엔진의 힘에 비하면 맨 처음에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작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 공간에는 공기에 의한 저항 등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범선은 계속 가속을 받을 수 있으므로, 돛의 크기를 크게 한다면 최대 속도는 광속의 10~20%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론상으로는 태양광 범선으로 명왕성까지 가는 데에 5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소 7년 이상이 소요되는 현재의 화학연료 로켓보다도 더 빠른 셈이다. 
 다만 반드시 빛을 필요로 하는 태양광 범선은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관성 이외에 더 이상 동력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수 있다. 빛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아이디어로서, 태양광 대신에 강력한 레이저 빔을 쏘아서 범선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2005년에 발사가 시도되었던 최초의 태양광 범선 코스모스 1호는 폭이 10m가 넘는 돛을 여러 개 달았고, 돛에는 거울처럼 태양광을 반사할 수 있는 재질이 코팅되어 있었다. 돛의 두께가 얇아서 범선 전체의 무게는 100kg 정도였다. 그러나 발사체였던 러시아 로켓에 문제가 생기면서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 일본에서는 솔라세일형 행성 탐사 우주선 발사를 추진하여 일부 성공하였다. 즉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지난 2010년 금성 탐사선을 발사하면서 정사각형의 태양광 돛을 지닌 '이카로스(Ikaros)'를 함께 로켓에 실어서 우주로 날려 보냈다. 이카로스는 금성 부근까지 접근하는 데에 성공하였지만 더 이상의 조정 등은 어려웠고, 주 탐사선이 금성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파괴된 이후 연락이 두절 되었다.
 코스모스 1호를 발사했던 미국의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 등은 실패를 딛고 다시 준비를 하여 새로운 태양광 범선인 라이트세일(Light Sail)의 시험과 발사를 추진하였다. 2015년에 라이트세일 1호를 발사하여, 지구 부근의 저궤도에서 돛을 펴는 실험을 하였다. 가로세로 약 10cm 크기의 초소형 위성 형태로 발사하여 32㎡ 넓이의 돛을 펼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대기권에 의한 마찰로 속도가 느려지면서 추락하여 당초의 성능시험 목적만을 달성하였다.
 작년인 2019년에는 라이트세일 2호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함께 발사되었다. 라이트 세일 2호 역시 발사 시의 크기는 1호와 비슷하고 무게는 5kg정도로서, 펼쳐지는 돛은 전기절연 재료 등으로 쓰이는 마일라(Mylar)라는 소재로 제작되었다. 2019년 6월 25일에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의해 라이트세일 2호가 발사된 후 한 달 정도 지구궤도를 돌면서 성능 점검을 한 후에, 7월 24일에 지구 상공 720km에서 돛을 펼치는 데에도 성공하였다.
 라이트세일 2호는 광압으로 궤도를 더욱 높여가면서 1년 정도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미세 조정이 어려웠던 탓에 속도 등이 변화하고 요동하면서 서서히 궤도가 낮아졌고, 결국 지구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임무가 종료되었다.

                                                                By 최성우

이미지1: 일본에서 금성탐사선과 함께 발사한 솔라세일 이카로스(Ikaros) ( ⓒ GNU Free Documentation License )
이미지2: 지구상공에서 돛을 펼친 라이트세일2호의 모습 ( ⓒ The Planetary Societ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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