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특징 - 우주망원경의 세대 교체

글쓴이
최성우
등록일
2021-11-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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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18일에 발사될 예정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은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도 불리면서 여러모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망원경의 명칭에 붙은 제임스 웹(James Webb; 1906-1992)은 미항공우주국(NASA)의 2대 국장을 역임한 인물로서, 우주개발에 많은 기여를 한 그의 공적을 기리는 의미이다.
 허블망원경 등 기존의 우주망원경들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여러 특징들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사경의 직경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우주망원경이든 지상의 천체망원경이든, 반사형의 망원경은 당연히 반사거울이 클수록 더 많은 빛을 모을 수 있으므로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직경이 6.5m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반사경은 직경 2.4m인 허블망원경의 반사경보다 2.7배가 크고, 직경 3.5m인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우주망원경 스피카(SPICA)의 반사경보다 두 배 가까이 크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반사경을 지닌 우주망원경을 처음에 우주로 발사하여 설치하는 것은 대단히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반사경을 독특한 형태로 설계하여 제작하였는데, 바로 18개의 정육각형 조각들을 모아서 마치 벌집과 유사한 형태로 하여 커다란 반사경을 구현한 것이다. 발사하기 전에는 반사경의 거울 조각들을 접어서 넓이를 최소화한 후에, 망원경을 설치할 곳에서 조각들을 펼치고 정렬하여 반사경의 원래 모습과 성능을 구현하도록 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우주 공간에서 망원경이 설치되는 지점이다. 허블망원경을 비롯한 기존의 상당수 우주망원경은 마치 인공위성처럼 궤도를 이루어 지구 주변을 돌면서 우주를 관측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허블망원경처럼 정비와 유지보수의 편이 등을 고려하여 저궤도에 설치한 우주망원경은 지구로부터 방출되는 복사에너지 등에 의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이처럼 지구 주위를 도는 궤도에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이른바 라그랑주 점(Lagrangian point)이라 불리는 우주 공간의 독특한 지점에 설치된다. 라그랑주 점이란 뉴턴의 고전역학을 계승, 발전시킨 물리학자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 1736-1813)가 발견한 것으로서, 케플러 운동을 하는 두 개의 천체가 있을 때 그 주변에서 중력이 상쇄되어 0이 되는 다섯 개의 특정 지점을 의미한다. 두 천체를 잇는 직선상에 세 개,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지점에 두 개가 존재하게 된다.
 태양과 지구에 의한 라그랑주 점들은 중력의 영향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이므로 이른바 ‘우주의 휴게소’라고도 불리는데, 이미 태양관측위성(SOHO) 등의 중요 관측시설이 이곳에 설치되어 있다. 태양과 지구가 이루는 라그랑주 점에 우주 시설물을 설치하면 이들은 마치 행성처럼 지구의 공전 주기와 똑같게 태양 주변을 돌기 때문에, 우주 및 지구 관측 등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설치될 라그랑주 점은 L2라 불리는 곳으로, 태양과 지구가 이루는 직선 중에서 태양의 반대편, 즉 지구의 뒤편에 위치하는 곳이다. 지구로부터 약 150만km 떨어진 곳으로서 평균 38만km인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약 4배에 이르는 지점이다. 지구를 사이에 두고 태양과는 반대 방향이므로 태양 빛에 의한 방해 등을 줄이면서 우주를 관측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은 중량이 약 12.5톤에 이르는 허블망원경에 비해 훨씬 가벼우면서도 고성능을 낼 수 있으나, 허블망원경보다 불리한 측면과 난제들도 포함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구로부터 150만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게 되므로, 559km의 저궤도에 설치된 허블망원경에 비할 수 없이 멀다. 따라서 만약 망원경에 고장이나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예전에 우주왕복선에 의해 5차례나 정비를 받았던 허블망원경처럼 고장 수리나 장비 업그레이드를 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각 부품들도 첨단의 소재를 채용하였는데, 먼저 거대한 반사경의 경우 베릴륨을 주요 소재로 채택하였다. 베릴륨은 금속 중에서 반사율이 매우 높을 뿐 아니라, 온도가 낮은 우주 공간에서도 변형되지 않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반사경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배의 돛과 비슷하게 생긴 햇빛가리개(Sun shied)이다. 이것은 태양이나 지구로부터 오는 빛과 복사에너지 등을 막아주며, 초저온에서 작동하는 망원경의 적외선 센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테니스장만한 면적의 햇빛가리개는 다섯 겹의 보호막으로 구성되며, 폴리머 필름으로 처리되어 있다.
 따라서 햇빛가리개 역시 망원경을 발사할 때에는 로켓 안에 최대한 접어서 크기를 작게 한 후에, 설치 지점에서 태양 쪽을 향하도록 넓게 펼쳐야 하는데 이 역시 매우 난해한 작업이 될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올해 말에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내년 중반 즈음에나 설치, 운영될 예정인데, 거대한 반사경 및 햇빛가리개 등 각 부분이 제대로 펼쳐지고 정렬되어서 망원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를 기대해 본다.
   
                                                By 최성우

이미지1: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반사경 ( ⓒ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
이미지2: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부분별 설계모습

  • 빨간거미 ()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면, '한국도 저렇게 될 수 있음 좋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기술의 한계로 인해 과학의 발견(발전)이 한계가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드네요.

  • 댓글의 댓글 최성우 ()

    과학과 기술이 융합되어 가는 오늘날, 당연히 기술적 한계가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요...  또한 (새로운 이론을 담을만한) 수학의 한계도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도 '돈(비용)의 한계'가 매우 크게 작용하겠지요...^^

  • makeme ()

    글 감사합니다. 저런 정확한 랑그랑주포인트에 딱 맞게 띄우는것도 신기하고... 제작부터 발사까지 얼마나 많은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갔을까 생각하면 놀랍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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