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 둔다. 아니 거부한다."

글쓴이
앤드류
등록일
2010-03-10 22:59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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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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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은 대자보라고 하는 군요.
이런 친구가 요즘도 있군요.
참고로, 고려대 경영대는 건물 외장이 대학인가 호텔인가 싶을정도로 휘황찬란하고 건물이름도 다 기업이름으로 되어 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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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시 ()

      까칠하구만... 근데 관두면 그 다음에는 어떻하려고...

    Anarachism인가?

    우리의 세대는 "목적의 상실"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과거의 우리 부모세대들은 민주화라는 목적이 있었고, 그 앞에는 경제발전이 그 앞에는 광복이라는 안주거리가 있었는데, 지금은 대학생들의 발앞에 던져진게 무엇인가? 생각이라는 걸 도통하지도 않고, 할 틈도 없으며, 할 이유도 없다.

    과거에는 누구나 격동의 소용돌이에 휩슬려 있었고, 그것이 대학의 낭만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경쟁을 하지 않아도 쉽게 졸업했고, 대학 졸업장, 아니 명문고 졸업장 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했겠지만.

    아닌말로 상고 졸업장만으로도 그 어렵다는 금융권취업이 가능했던 시기요. 누구나 시기해 마지 않는 공무원은 고졸은 커녕 중졸도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다.

    인구는 되려 줄고 있다는데, 우리의 경쟁은 날로 더욱 치열해져만 간다. 저 학생의 말대로 끝도 없이 돌고도는 round track을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발선상은 있었겠지만, 종점이 없는 인생. 어느 순간 달리고 있다 지쳐 나가 떨어지거나 쓸모 없다고 여겨지면 과감하게 버려지는 소모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여기저기 정보는 넘쳐나고, 배워야 할 것, 익혀야 할 것들은 산더미처럼 쏟아진다. 아쉬운 것은 모든 것들이 그저 단순히 살아가기 위한 삶의 도구일 뿐이며, 우리의 생각과 사고를 깊이 하고 삶을 단단히 하기 위한 철학은 우리의 교육과정에서 버려진지 오래다. 어느 순간 삶의 실기를 배우기 위한 학원에서의 사교육이 우리 교육의 전부인 세상이 와버렸다.

    초중고생은 윤택한 철학적 삶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한 공부를 학원에서 하기 시작했고, 자기 미래 설계는 커녕, 친구하나 부모가 점지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큰애기로 성장해만 간다. 대학생들조차 취업경쟁에 내몰려, 그저 성적에 급급하고, 대학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평균평점은 이미 오를대로 올라 대체 누가 경쟁력있는 학생이고, 누가 경쟁력이 없는 학생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막말로 공교육이고 사교육이고 다양화는 없으며 단순히 비슷한 능력치의 유사한 인간을 제품으로 찍어내고 있다.

    그래 막말로 사람 하나하나를 무슨 게임 캐릭터 키워나가듯 "테크트리" 따라서 키워나간다.

    그 결과, 철학과는 이미 실업자 양산소가 되어 버렸고, 국문과나 여타 문학계열을 졸업하나, 상경계열을 졸업하나 목표는 "고시, 의치약전" 아니 쉽게 MEET, DEET, LEET에 미쳐있다. 그래 다들 미쳤다고 해야 맞는말인 것 같다. 광풍속에 떠밀려 오고 있음을 깨닳은 몇몇의 모습은 마치 마치 뭉크의 절규를 그대로 옮아 놓은 것만 같다.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터라 한 당신의 용기는 아름답다 못해 찬란하다. 그러나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은 구경하기는 좋으나 내가 사용하기엔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힘들고 역겹고 구역질나겠지만, 스스로 세상의 틀 밖으로 뛰쳐나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번 더 찬찬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당장 미쳐 죽어버릴 것 같은가? 스스로 그 틀을 파괴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조직안에서의 혁신이 조직 밖에서의 시위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 분노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그 분노를 되물림하지 않을 방법을 간구하고 스스로의 가슴속에 꺼지지않는 불꽃으로 남겨두라. 그 불꽃에 가슴속이 시커멓게 숯처럼 타들어가겠지만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깨인 사람들의 이끌림에 변화해왔음을 상기하길 바란다. 누가 더 강한지 나도 몹시 궁금하다.

    그런데 그거 아는지 모르겠다. "조선시대의 선비"도, "고려시대의 학자도", 신라시대 "육두품"도 늘 비슷한 고민을 껴 안고 살았다.

    먼길 떠나려는 그대에게 묻고 싶다. 이제 무얼 할텐가?

  • BizEng ()

      멀고 험난한 길(?) 찾아 떠나는 젊음에 갈채를...!

    손으로 저런 식으로 쓴 대자보는 참으로 오랜 만에 보는 것 같네요. 내용도 나름 훌륭하구요. 대학 시스템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 끝에 "인간의 길" 을 찾아 길을 떠나는 용감한 젊은이에게 그 용기와 무모함에 일단 찬사를 보냅니다.

    물론 힘들고 어렵고 아마도 십중팔구는 다시 대학 시스템으로 돌아와 결국은 졸업장을 따고 다른 무엇인가를 하게될 가능성이 크겠지만 (80년대 선배님들 사례를 보면, 거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젊음의 특권이랄 수 있는 근거없는 무모함과 기존 질서에 대한 대항에 대해 개인적으로 큰 격려를 일단 보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현재의 대학 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한 번 성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말을 전하구요.

    참고로, 대학이란 말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좋은 글이 있어 함께 봤으면 좋겠네요.


    [source: 포항공대 신문, <a href=http://times.poste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4117] target=_blank>http://times.postech.ac.kr/news/articleView.html?idxno=4117]</a>

    대학(大學)은 최고학부인 대학의 교육이념을 적어 놓은 책으로, 대인지학(大人之學)은 장성한 사람이 배우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학문이다. “대학지도(大學之道) 재명명덕(在明明德) 재친민(在親民) 재지어지선 (在止於至善)”하다는 삼강목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8조목을 통해 수기치인과 대학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즉, 대학의 최고 목표는 자신의 선함, 즉 밝은 덕을 밝히고 일반 대중과 친해지고 나아가 새롭게 함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실천하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데 있다 하겠다. 또한, 우리 선조들은 소학을 통해 인간관계의 기본예절을 익히고 마음의 수련을 한 다음에 지도자의 학문인 대학을 공부하도록 하였다. 즉, 개인의 인격적인 수양이 학문의 습득에 선행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이다. 결국, 장차 사회의 지도자가 될 인재의 학문은 반드시 인격적인 수양이 학문의 습득에 선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자...그럼 대학 없는 대학(?)을 어찌하며 좋을까요?
    중이 절이 싫으면 그냥 떠나면 그냥 그 뿐일까요?

    대자보 쓴 학생보다는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뭐 그러라고 대자보 붙여놓은 것이기도 하겠구요...

  • 서시 ()

      그나저나 대자보 읽다가 궁금해진 것이 "G세대"가 대체 뭔가요??

  • 김재호 ()

      대체적으로 지금 10대후반에서 20대중반까지를 언론에서 G 세대로 칭하더군요. 그렇게 따지면 저도 G 세대 끝자락에 낍니다.

    G 가 왜 G 인지는 모르겟는데, 그냥 어려서부터 디지털세상에 살면서, 그리고 형제자매가 하나이거나 아니면 외동이거나 해서 개인주의적으로 자라온 이들을 지칭하고, 치열한 사교육과 경쟁속에서 자라온 관계로 학력 자체는 선배들보다 높으나 참을성이 없고 반항 잘하고 조직과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세대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딱히 공감하지는 않지만 언론에서는 하여간 그런 의미로 씌입니다.

  • BizEng ()

      G 세대...Global 세대 아닌가요?

  • 김재호 ()

      G 가 global 이었군요.

  • 지지지 ()

      G세대라는 건 고양이에게 쫓기는 쥐와 같은 처지라는 의미일지도.

    마우스랜드: <a href=http://www.youtube.com/watch?v=gqpFm7zAK90 target=_blank>http://www.youtube.com/watch?v=gqpFm7zAK90</a>

  • 우주의꿈 ()

      이미 지금의 시대는 미래소년 코난에서 말하는 것처럼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은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을 뿐입니다. 아니 더 철저하게 자신을
    속이고 있죠. 저만한 나이에 저정도로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해서 치열하게 24시간 이상
    고민한 청년들은 수천만명중에 100명이 채 안될 것입니다.
    매트릭스란 영화처럼 현실속에서 그렇게 세뇌가 되어서
    세뇌된 세상을 벗어나려 하면 다들 여기저기서 스미스가
    되지 않나요?
    미래소년 코난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인류는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우리들의 잘나신 경제논리와 이념으로 세뇌시킬려고
    하지 말고요. 길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인데..
    지금의 세대들은 강요된 길만을 가라고 하는것부터..
    이런 시대는 이제 붕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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