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만난사회] 수백조원대의 가치 있다? ‘부풀리기’식 과학기술보도 [06/05. 12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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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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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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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만난사회] 수백조원대의 가치 있다? ‘부풀리기’식 과학기술보도/최성우


과학기술 관련 보도 기사 중에서 요즘도 여전히 자주 등장하는 구절이 하나 있다. 특정 개인이나 연구기관, 기업 등이 개발한 신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멀지 않아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처럼 언급하는 기대와 희망 섞인 표현이 그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신기술로 인한 수입대체 효과나 수출 기대치 등이 수백, 수천억원 정도라는 기사가 주종을 이루었으나, 갑자기 기대금액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는지 어느 새인가 조 단위를 훌쩍 넘어서서 이젠 수십, 수백조원대의 기술 운운하는 보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곤 한다.

물론 제반 첨단과학기술들은 미래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추산하기가 매우 어렵고, 잠재적 가능성 등을 등한히 하여 현재적 상황에서의 이익규모에만 한정하는 것 등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과학기술이 실용화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숱한 난관이나 변수 등을 간과한 채 무턱대고 장밋빛 희망을 늘어놓거나, 기술경제학적 측면의 분석 등을 도외시한 채 금액을 멋대로 부풀리고 과장하는 태도는 크게 잘못된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나쁜 영향을 끼치곤 한다.

황우석씨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간 숱하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에는, 줄기세포 관련 특허기술의 가치가 수백조원에 이른다는 ‘엉터리 기술가치 평가’로 인한 환각과 착시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것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과장과 부풀리기식 기술가치 보도의 폐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도 일부 이직 기술인 등이 수천억 혹은 수조원대 가치의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다 적발되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는데, 합법적인 전직의 경우인지 불법적인 기술 절취인지를 떠나서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범죄적 행위가 명백한 기술유출 사범은 옹호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으나 이런 기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경제적 가치가 그리 크지 않거나 전체 제품의 극히 일부에 한정된 기술 하나를 놓고 그 제품이 포함된 전체 시장 규모 자체를 피해예상 금액이랍시고 제멋대로 뻥튀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지난해의 직무발명보상제도 개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과학기술인들이 피땀 흘려 연구개발한 성과물로 거둬들인 이익을 개발자, 발명자들에게 일정 부분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여도와 금액의 산정이 어렵다는 둥, 기술개발보다는 기타 영업부서나 회사의 활동이 이익 창출원의 대부분이라는 둥의 갖가지 변명을 내세워 과학기술인들에게 인색하기 그지없던 기업과 일부 언론들이, 기술유출 손실액을 산정할 때에는 매출액의 극대치로 돌변하는 이중기준과 후안무치한 태도에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터무니없이 부풀리거나 과장하지 않고 기술의 가치를 올바로 산정하여 보도하는 것, 이 역시 요즘 더욱 강조되어야 마땅한 ‘정확한 과학기술보도’의 매우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 최성우/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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