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에세이] '천재 과학자'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2008. 8. 11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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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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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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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8월 11일] '천재 과학자'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과학의 역사에 있어서 숱한 천재 과학자들이 등장하다 보니, 과학은 천재들이나 뛰어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학문으로 생각하기 십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과거처럼 몇몇 천재적인 슈퍼스타에 의해 과학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모습은 아마도 앞으로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즉 새롭게 변화된 21세기 과학기술 환경에서, ‘영웅들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달리 탁월한 천재적 과학자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므로, 그들의 역할에 상당한 기대를 걸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천재에 대해 매우 잘못된 인식이나 상당히 왜곡된 선입견을 지니고 있지 않나 우려되기도 한다.

천재 과학자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을 예로 들자면, 그를 으레 ‘고독한 과학자’, 혹은 ‘하늘이 내린 두뇌’ 라는 식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그의 대표적 업적인 상대성 이론과 아울러, 대중적 명성만큼이나 일반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도 그만큼 큰 인물이 아닐까 싶다.

그의 천재성에 대해 관심을 보여 왔던 많은 사람들은 그의 두뇌가 일반인의 것과는 아주 다를 것이라 생각하여 아직도 보관되어 온 그의 두뇌를 면밀히 조사했지만, 두정엽 부분이 약간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사람들과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그의 천재성의 비밀은 실망(?)스럽게도 아주 기본적이고 평범한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아인슈타인은 학교 다닐 적에 주변의 각광을 받던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으나, 어떤 문제에 대하여 끝까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끈기와 집중력은 남다른 점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정립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론적, 수학적 능력 뿐 아니라, 당시 스위스 특허청 심사관으로 일하면서 자주 접했던 ‘시계’를 비롯한 실험적, 실증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아울러 그는 세간의 이미지와는 달리 혼자서만 모든 문제를 해결했던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인적, 지적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였고, 이를 통하여 당시 물리학계의 최신 연구 동향 등을 파악하고 협력을 할 수 있었다.


즉 상대성 이론과 같은 업적은 아인슈타인 개인의 초인적인 능력에 힘입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이룩된 것이 아니라, 매우 오랜 준비 기간과 시대적, 사회적 배경을 지니고 있었던 셈이다. 중요한 것을 하나만 더 든다면, 바로 기존의 이론 체계나 학문적 권위에 매몰되지 않고 항상 비판적이고 회의하는 태도를 견지했다는 점이다. 이에 힘입어 그는 다른 물리학자들과는 달리 절대적인 시공간이라는 기존 역학의 틀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공간 개념과 현대 물리학의 새 장을 열 수 있었다.

요컨대, 끈기와 집중력, 의사소통과 네트워킹 능력,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항상 의문을 던지는 자세 등 이는 모두 훌륭한 과학자가 갖추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덕목이다. 즉 아인슈타인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의 천재성은 바로 평범함에서 출발하며, 항상 기본을 중시하는 상식이 바로 그 비결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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