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가 방황한다 - 외국 학생에 의존하는 실험실-2 [04.06.27/과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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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6-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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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공부하고 고국서 활용
 
외국인 기획력 등 오히려 뛰어나
우리인력으로 활용할 방안 찾아야


인터뷰/ 성균관대 약학과 지상철 교수

“의약분업이 실시된 뒤로 요 몇 년 새 약대마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약국 개업하겠다는 학생만 넘쳐납니다. 당장 연구는 진행해야 하는데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없고,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동남아 연구 인력에 눈을 돌렸죠.”
그동안 베트남 호치민 대학 석·박사들을 유치해 한 해 동안 2개의 신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린 성균관대 약학과 지상철 교수. 함께 연구할 학생들을 찾기 위해 직접 캄보디아, 미얀마 등을 뛰어다닌 끝에 한 무역업자로부터 “호치민 대학 약학과에 좋은 인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베트남에서 현재 학생들을 찾아냈다.
베트남 학생들의 실력에 대해 지 교수는 상당히 만족해한다. 대부분 베트남에서 의약계 현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 실험과제를 던져주면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아서 진행시킨다는 것. 오히려 학교 공부만 한 한국 학생보다 기획력 등이 뛰어난 편이라고 칭찬한다.
“우리 대학들도 현업에서 일하는 인력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해당 전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파트타임으로 대학원 공부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죠. 논문을 몇 편 써내는가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 교수는 또 다른 고민에 빠져있다. 지금 실험실을 지키는 베트남 인력들은 과정이 끝나면 모두 귀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동남아와 중국으로 인력 스카우트에 나서야만 한다. 하지만 그나마 국내 대학의 인력 유치 경쟁 때문에 현지에서도 ‘정말 뛰어난 학생들’은 바닥이 난 상태란다.
그래서 지 교수는 “일단 한국에 온 유학생들이 국내에 오래 머물면서 실질적인 ‘우리 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게끔 제도를 마련하고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연구를 위해 베트남 학생들을 데려왔고, 연구성과도 좋았지만 사실 걱정이 더 많습니다.임시방편일 뿐이니까요. 이렇게 이공계 기피현상이 계속된다면 우리 과학계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싶습니다.”


인터뷰/ 한양대 전자전기과 잠수하디

한양대학교 전자전기과 4학년에 재학중인 말레이시아 유학생 잠수하디(27)씨. 전화로 의사소통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한국어 실력을 지닌 그이지만, 애초 한국 유학은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96년 고교 졸업 후 정부에서 선발한 한국유학생으로 서울에 왔어요. 사실 일본에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저 역시 그랬죠.”
서울대 어학연구소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동양전문대학에서 1년 간 공부하다 IMF 때문에 장학금이 끊어지는 바람에 그는 말레이시아로 돌아갔다. 2002년, 다시 유학의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망설임 없이 한국을 택했다. 사회가 바뀐 것이다. 말레이시아 청년들에게 ‘한국은 일본보다 발전 가능성도 높고 국가간 경제교류도 더 활발한 나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학생들의 한국 유학도 그만큼 활성화되고 있다. 그가 속한 재한(在韓) 말레이시아 학생 동아리의 회원 수는 현재 130명. 대부분 공과를 지원해, 현재 어학과정을 밟고 있는 50여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대생이다. 올 9월에도 60~70명의 말레이시아 학생이 더 유학 올 예정이라고 한다.
잠수하디씨는 한국에서의 대학생활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강의 중 한자어가 많이 나와 알아듣기 좀 힘들지만, 전공 서적은 영어로 씌어진 게 많아 수업을 따라가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또 전공에만 전념하는 게 아니라 관심있는 학과 강의를 두루 듣고 있어 재밌어요. 사실 전자나 전기공학은 한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보다 저는 한국의 문화, 일하는 스타일, 업무에 임하는 자세 등을 더 배우려고 합니다. 학부를 마치면 곧장 고국으로 돌아갈 계획인데, 한국에서 배운 것이 취업이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당신이 보고 배우려 하는 한국 학생들이 요즘 이공계는 기피하는 추세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웃으면서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한국과학기술인연합 김정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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