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도가 방황한다 - 교수를 꿈꾸는 젊은이들 -2 [04.07.11/과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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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g
등록일
2004-07-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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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 교수 축소로 이어져 
 
임용지원 기약 없는 기다림
교수추천서 발목 잡는 족쇄

이공계 전공자의 경우 대학 교수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많은 박사학위자들이 언제 나올지 모를 교수직을 두고 막연하게 기다리고 있다. 기약없는 기다림 속에서 젊은 인재들은 자신감을 잃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쟁력의 낭비 요소가 되고 있다.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분석하고, 정확한 대책을 마련할 때다. 구직전선에 있는 한 공학박사의 실제 경험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과 개선방안을 모색해본다.


<어느 공학박사의 구직일기 2>

어떤 사람은 정권의 실세 장관의 청탁까지 넣어서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다가 온 나라가 이렇게 시끄러운데?
돈도 없고, 빽도 없고, 학벌도 좋지 않고 오로지 연구결과만을 가지고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공학박사 학위를 받을 때 눈물까지 흘리며 좋아하시던 부모님, 장모님, 마누라 등등을 생각해서라도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치려고 한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어떻게 하든지 교수초빙공고가 난 곳에는 전공이 맞는다고 하면 지원을 해 보아야 한다. 최악의 경우 다음 학기 시간강사 자리라도 알아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심정으로, 그 동안의 모든 인맥을 동원하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서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은 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다.
교수공채에 지원하려면 서류만 십 수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돈도 돈이지만, 하루 이틀에 준비가 끝나지도 않는다.
우선 그 학교에서 제시하는 교수임용지원서를 적어야 하는데, 이력서와 비슷한 것으로 개인 신상을 적고, 학위논문 요지 등을 적는다. 그 다음이 학력 및 성적 증명서이다. 대학, 석사, 박사과정의 모든 증명을 다 넣어야 하니 이 또한 여러 장이고, 그 다음이 연구실적 목록이다. 이것이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SCI(Science Citation Index) 논문의 편수일 것이다. 국내 박사들이 아주 곤혹스러워 하는 한 부분이기도 하고, 더불어 연구실적물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그간의 경력이 있으면 경력증명서, 재직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교수추천서가 들어가야 하는데, 지도교수하고 사이가 안 좋았던 학생일 경우 그것 역시 준비하기가 만만치 않다. 아주 더러운 현실이기도 하고?
자, 여기서 그 학생이, 특히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학생이 여러 가지 연구비를 지원 받을 수 있는 연구과제를 얻기 위해서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작성하는 연구비 신청서(일명 프로포잘) 작성 능력이라든지, 각종 연구비를 지원 받아 연구를 수행하면서 연구관련 제반 사항을 해내는 능력, 예컨대 회계관리라든지, 보고서작성 등의 능력을 파악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데도 없다는 것이다. 대학교수가 됨에 있어서 이 또한 매우 중요한 한 부분임에 틀림이 없고, 거기에 대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부분이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하도 답답하니까, 자신의 능력을 모두 다 보여주지 못하는 서류상의 경쟁이 아주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어 불만만 쌓이고?
교수임용 지원이라는 것이 회사의 공채와는 달리 지원만 해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타부타 말이 없으면 그냥 떨어진 줄 알아야 한다. 즉, 최소한의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는 사회의 한 구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수 임용에 몇 군데 지원하고서도 혹시나 싶어 다음 학기 시간강사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경로로 미팅을 한다.
가장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것이 선배다. 나 같은 경우는 신설 학과라 학교에 있는 대학원 선배는 거의 없어, 그간의 학회활동이나, 여러 모임 등에서 알음알음으로 알게된 선배들을 만나는 기회가 종종 있는데, 이번에 충격적인 발언을 들었다. 올해부터 시간강사들의 강의료가 올라서 3학점 짜리 한 과목 하면 한 달에 40~50만원정도 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교양강좌에 신경도 안 쓰던 정규교수가 뜬금 없이 자기가 교양 강의를 하겠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두어 과목만 하면 ‘돈 100’이 그냥 생기니 말이다. 그것 또한 박봉의 정규교수에게 뭐라 할 일도 아니지만, 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안 그래도 이공계는 전업 시간강사가 없는 것이 아주 아주 불만인데, 그것 마저 정규교수들이 가져가면 명맥으로라도 유지하는 이공계 시간강사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지난주에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모 지방대 교수님을 뵈러 오랜만에 지방으로 달려갔다. 최근 나의 상황을 말씀드리고, 다음 학기 시간강사 자리라도 하나 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그런데, 그 교수님께서는 “최근 학교에 학생이 없어... 이공계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학생이 없어, 이공계는 더하고. 자네도 알다시피 올해 정원채운 학과가 거의 없어. 그러니 교양강좌도 폐강이 되고.”
에구.
내가 이 분위기에서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대학교수의 꿈을 접어가면서 시간강사의 꿈을 키우다 그것도 이제 접어야 하나??
작년에 박사학위를 나보다 먼저 받은 아는 동생에게 “야! 그렇게 고생해서 학위 받고 속셈학원 강사 할 바에야 차라리 죽어라 죽어?” 했었다.
그런데 이제 그게 내 현실이 될 줄이야.

한국과학기술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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