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길

글쓴이
묵공
등록일
2021-07-1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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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경험했던 소감을 정리한 것이라, 과학기술계 현장 문제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참고가 될까 하여 공유합니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에기평) 이임사>

모든 시작하는 것에는 끝이 있듯이, 임기 3년을 마치고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입니다. 먼저, 함께 해주신 모든 에기평 식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새 원장님과 함께 에기평의 역사를 새로 만들어가시길 바라면서, 이를 위해서라도 지난 3년간 우리가 무엇을 했고 남은 숙제는 무엇인가를 한번 정리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 위기는 기회-사고를 안전으로

우선, 재작년에 기관 경평에서 오래간만에 양호등급을 받았던 것, 그리고 작년에 국가생산성 대상으로 대통령표창을 받고 다같이 자축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반면에, 포항 지열발전이 촉발한 지진과 강릉 수소폭발사고, 그리고 우리 소관은 아니었지만 제천 전기화재사고, ESS화재사고 등은 에너지 안전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일로 각인되었습니다.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세계적인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창의적인 대응은 ‘감염률 제로’와 보건복지부로부터의 표창 상신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20. 1. 20. 처음 국내 환자가 발생할 때부터 대형 국가 재난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아직 마스크 효과에 대해 논란 중일 때 선제적인 공적 마스크를 확보해서 행사에 사용한 것, ’20. 7. 1. 질병관리청이 가림막 사용을 지침으로 내리자, 가림막 표준안을 자체 실험을 통해 제시한 것, 5개 기관협의체를 구성해서 환기방역 기술개발과 제도도입에 앞장선 것, 경사연 감염병연구회에 가입하여 방역지침이나 방역기술 관련하여 적극 제안한 것, 모바일 앱, 클라우드, 원격 온라인 업무환경 구축을 통해 고강도 재택근무를 앞장서서 시행해온 점 등은 적극 행정의 모범적 사례라고 할 것입니다.

지나놓고 보면, 우리 기관차원에서의 여러 위기상황은 곧 혁신과 도전의 계기였습니다. ’20년을 ‘에너지안전의 해’로 선언하고 산업기술의 사회안전에 관한 법률을 국회에 제안해서 제 2의 포항·강릉사고가 나지 않게 틀을 마련했습니다. 하루속히 국회 입법과정이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모든 에기평 과제들을 에너지 안전차원에서 등급을 부여해서 사고위험이 높은 과제를 별도관리하게 됐습니다. 에너지 안전PD도 새로 모셨습니다. 분야별 안전관리 매뉴얼도 만들었습니다. 이번 정부 초기에 발생하여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제천 전기화재사고는 전기안전에 대한 세계적 원천기술개발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ESS화재사고도 혁신적인 에너지저장장치 안전기술개발의 동기가 됐고, 태안 김용균선생 사망사고는 에너지 안전사고 방지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높여주었습니다. 다만, 위 환기방역기술을 포함해 일부 사회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기술들이 본격 개발되지 않은 점은 아쉽게 생각하며, 이는 에기평이 해결해나가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2. 기획·평가 혁신-세계 최고를 향해

연구관리 전담기관으로서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일은 사업의 기획과 과제의 평가관리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 또는 세계 최초로 에기평이 도입한 제도와 시스템들이 몇 개 있습니다.

첫째는, 온라인메타평가시스템입니다. 매년 3만여명의 연구자들이 발표와 평가를 위해 에기평을 방문해오던 것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게 바꾼 것입니다. 단순히 비대면 온라인으로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메타평가를 통해 평가위원도 평가를 받고, 에기평도 발표자(주관기관)에게 평가받아 갑과 을이 없이 모두가 서로를 평가하는 민주적이고도 평등한 평가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중요합니다. 비대면이라 블라인드 평가가 이뤄지고 발표자가 서면으로 반박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기 때문에 평가비용도 매년 수억 원이 절약되고 정책고객의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는 과제평가뿐 아니라 온라인메타기획시스템으로 진화하여 사업기획에도 적용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상황에서 이 시스템은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3년 전에 제가 부임하면서 시스템개발에 착수하여 ’19년 시범도입과 관련 규정을 마련하여 ’20년에 본격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시스템을 16개 전담기관장 모임인 연구개발혁신기관장협의회에 발표해서, 국내 여러 기관에도 벤치마킹 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 혁신대회와 IEA 등 해외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작년에 대통령표창을 받는 데에도 이 업적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3년 연속 경평에서 경영분야 양호등급을 받게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둘째는, 특허-시장 기반의 연구개발(R&D) 체계입니다. 그동안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어 사업·과제 기획을 하면서 국내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원하는 수준의 과제 위주로 기획해오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특허 기반 R&D는 고정식 전 특허청장의 아이디어로, 세계 특허 맵을 분석해서 구체적인 특허 확보 목표를 설정해서 R&D를 해야한다는 것으로 산업분야에 특히 잘 부합합니다. 시장 기반 R&D는 박광기 전 삼성전자 부사장의 아이디어로, 삼성전자의 성공비결은 세계 각지 영업 일선에 나가 있는 시장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착안한 제품·서비스 수요를 곧바로 본사의 개발자들에게 전달해서 신속하게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가지 R&D전략을 결합하여 특허-시장 기반 R&D 체계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특허 부문은 특허전략원과 협업을 통해 에너지분야 특허 맵을 구축해가고 있고, 시장 부문은 각종 협회를 통해 시장의 특성과 정보를 R&D에 반영하는 것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충분한 정보인지,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솔직히 기획단계에서 아직 제대로 반영되고 있지 못하고 많이 미흡하다고 느낍니다. 발전시킬 여지가 많습니다.

셋째는, 원천기술-시장진입기술로 양극화된 연구관리 시스템(BPRS)입니다. 아시다시피 스마일커브형 연구관리라고도 하는 것입니다. 이는 오래 전에 알려진 연구관리 방법인데도 국내에는 널리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바로 위 특허-시장기반 R&D체계와도 앙상블을 이룹니다. R&D 부가가치는 기술성숙도가 아주 낮은 원천기술(TRL 1~2)이거나 기술성숙도가 아주 높은 시장진입기술(TRL 8~9)일 때 가장 높다는 이론에 기반합니다. 그런데, 과제기획에 참여하는 전문가나 전담기관에서는 세계 최초이거나 시장진입이 임박한 고난도 기술개발을 회피해서 중간단계(TRL 3~7)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양극화 기술과 중간 기술의 비율이 2:8이었던 것을 8:2로 역전시키는 것을 적극 추진해서 제도화했습니다. 이제 에기평 과제를 지원하려면 양극화 기술이라야 선정될 가능성이 높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양극화 기술 중에서도 양자택일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중간 기술인데, 양극화 기술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깐깐하게 걸러내지 못해서입니다. 그러면 결국 낮은 사업화율로 나타나서 국정감사와 시민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외에도 중복·반복 연구개발 허용이라든가, 산업·응용 단계에서 도출된 연구개발 수요를 원천·기초 단계 연구개발에 반영시키는 역 이어달리기 연구개발제도 도입 등도 에기평이 처음 시도하는 것인데, 더욱 발전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기획예산이 겨우 30억원 정도로 너무 적습니다. 전체 예산의 0.3%에 불과한데, 적어도 1%, 바람직하게는 3% 정도로 확대되어, 대형 과제에 앞서서 기획을 위한 과제, 검증을 위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는 정부와 국회의 예산 담당자들이 인식을 해줘야 하고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라서 앞으로도 계속 설득 노력을 해야 합니다.

3. 에기평의 높아진 위상-국내 선도기관을 향해

제가 부임할 때 에기평은 존폐 기로에 섰었습니다.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지만, 기관 통폐합과 지방이전 문제 때문입니다. 이 가능성을 이유로 에기평을 떠난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의 추진으로 에너지 분야는 중요한 국정과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에기평이 전문성을 발휘해서 선도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와 국회, 그리고 관련 업계와 시민사회가 에기평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지금 에기평 통폐합은 국회에 멈춰 서 있습니다. 앞으로도 에기평이 역할을 수행해나가는 데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1년에는 연간 에기평 R&D 예산 1조 원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린뉴딜 핵심기관으로 에기평의 위상이 높아진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인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 그린수소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 분야 육성에 대한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기획해온 대형 에너지 사업과 정책들도 구체화되길 바랍니다. 대용량배터리, 범수소산업, 방사선산업 등이 포함된 <5대 에너지 신산업 육성>, 박광기소장의 '수출한류혁명'을 정책화한 <해외산업도시 개발>, 친환경 서해 대륙붕 개발계획인 <해상에너지공원> 사업이 그 예입니다. 앞으로, 정승일박사의 공공주도 도시개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공공에코시티> 사업 등도 기획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탄소중립 산업로드맵 작업도 에기평이 새롭게 시도하는 일입니다. 그동안 기술로드맵 중심으로 작업했지만, 여기에 시장로드맵을 추가해서 에너지분야 산업로드맵으로 확대 개편한 것입니다. 범정부차원에서 추진되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에기평이 중요한 역할을 하길 기대합니다.

4. 포용경영-직장은 제2의 가정이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된 사람이 없게 하겠다."
제가 모토로 추진한 것이지만, 그렇게 되긴 어렵겠죠. 서운한 사람, 소외된 사람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 이것도 한없이 노력할 뿐 달성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목표 그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소수·약자와 더불어 가는 포용정신이기 때문입니다.

에기평 복도와 엘리베이터에는 세계 최초로 에기평이 만든 ‘포용헌장’이 붙어 있습니다. 저와 TF 직원들이 두 달을 고민하고, 전 직원 워크숍에서 열띤 토론 끝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앞으로 보편적인 차별방지법이 제정된다면 그 기반이 이 포용헌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포용헌장을 에기평이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여러 제도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첫째는, 운영자문회의입니다. 각 부서의 대표와 다양한 직급, 직군, 부서, 성별, 그리고 소수약자를 대표하여 에기평 경영에 대해 자문하는 최고회의체입니다. 이 회의체를 통해 다양한 인재들이 발굴되기도 했습니다.

둘째는, 주니어보드입니다. 낮은 직급인 전임급, 선임급, 저년차 책임급의 숫자가 많은데, 기관 운영에 낮게 반영되는 것을 시정하고자 만든 조직입니다. 간부회의에 회장단이 들어오기도 했고, 보드 위원들을 통해 원장이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셋째는, 전 직원 보직추천제입니다. 모든 직원들이 인사권자인 원장의 입장에서 모든 부서장 인사를 해보는 것입니다. 나중에 네거티브 시스템인 보직제한제로 바뀌긴 했지만, 직원들이 부서장 보직에 온라인 익명으로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같습니다. 인사는 기관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업무라서 인기투표나 산술평균으로 인사를 할 수는 없고 기관의 발전에 가장 적합한 방향이라야 합니다. 이 제도는 아직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지혜를 모아 개선해나가길 기대합니다.

넷째는, ‘뒤집힌 인사추천제’로서 낮은 직급의 직원이 높은 직급 직원의 승진심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각 직급별로 직원대표를 추천하도록 했는데, 분산된 표와 낮은 참여율이 문제입니다. 2명만 추천받아도 인사심의위원 후보가 되는 경우가 있어 자격요건이 너무 낮습니다. 이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는, 허심탄회 행사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에 전 직원이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만나는 시간입니다. 제가 영국 항공우주회사 파견근무할 때 매주 금요일 점심때마다 호프 한 잔씩 하는 것을 보고 우리도 시작한 것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자주 못하다가 온라인으로라도 하니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더군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것이 공무직과 임시직, 워킹맘에 대한 고려입니다.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하나하나 타협점을 찾아가면 해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직장은 학교다

에기평은 우리가 일하는 직장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합니다. 그래서, 에기평은 단순히 봉급받기 위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인격적으로나 업무역량에서 매일같이 발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에기평 직원들은 전반적으로 주어진 임무에 강한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일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도전과 혁신이 가미되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역량을 발휘할 자질과 가능성을 보이는 인재를 적극 승진시키고 보직에 활용했습니다. 조직을 발전시키려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비슷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여러 직원들을 만나서 에기평이 지난 3년간 잘한 점과 부족한 점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의외로 보고서 작성 능력이었습니다. 보고서 표준을 정하고 ‘대통령 보고서 작성법’을 원장이 직접 특강을 한 것이 도움됐다고 합니다. 매번 보고를 할 때마다 보고서에 대해 지적을 하고 원장이 직접 수정하기도 했는데 업무를 통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보고서 작성능력이 커졌지만 전반적인 업무기획역량도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아직도 부사와 조사를 지나치게 제거하고 자신의 주장에 선명한 각(엣지)이 없는 ‘공무원체’ 보고서들이 종종 보입니다.

어떻게 체계적으로 인재를 육성할까 고민해서 만든 것이 쌍교형 인사시스템(two-ladder system)과 에너지학교(Energy School)입니다. 관리-전문형의 인사시스템에서는 우리 기관의 특성상 부서장 중심의 관리자(manager)만이 아니라 해당분야의 최고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specialist)의 육성을 추진합니다.
에너지학교는 이 두 개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역량을 강화하는 곳입니다. 아직은 그동안의 관행이 작용해서인지 관리자 중심의 인사경로가 강한 것 같습니다만, 전문형 트랙이 차차 보다 강화되길 바랍니다. 에기평에 오래 근무하면서 역량을 강화해 중요한 직무를 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국제기구·기관·대학·정출연·기업에도 진출하는 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항상 인재는 부족합니다. 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역량있는 사람이 부족합니다.

6. 두 갈래 길-주인인가 손님인가

우리는 살면서 종종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을 합니다.
우리 자신이 주인인지 손님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누가 에기평의 주인입니까?
원장인가요, 직원인가요, 건물주인가요.
에기평을 찾는 정책고객과 시민은 항상 손님일까요?
일반 국민은 어떨까요? 일단,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인이니 모든 공공기관의 주인이기도 합니다.

저는 주인인지 손님인지 가르는 기준은 ‘주인의식’이라고 봅니다. 에기평이 힘들 때 같이 힘들면 주인이고 상관없으면 손님입니다. 누가 에기평을 손가락질할 때 내 마음이 아프다면 주인이고 아무렇지 않다면 손님입니다.
주인은 에기평에 좋은 일이라면 봉사와 헌신을 아끼지 않습니다만, 손님은 그럴 리 만무합니다.
떨어진 쓰레기를 줍고 위험한 시설은 신고해서 고칠 정도의 애정만 있다면 누구든 에기평 주인입니다.
원장이든 직원이든 건물관리자든 정책고객이든 시민이든 에기평을 아끼고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은 모두 주인인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전산실 직원, 경비와 미화원, 매점 부부 모두 에기평 주인입니다. 그것도 훌륭한 주인입니다.

이제 나 자신에게 물을 차례입니다.
나는 주인인가 손님인가, 혹은 상황을 이끄는 주인공인가 상황에 끌려가는 엑스트라인가?
어떻게 해야 주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 합니다. 내게 주어진 일만 잘하고 남한테 폐만 안 끼치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많은 손님들이 그렇게 합니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자기 용무만 보고 갑니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과 달리 주인은 남아서 뒤치다꺼리와 다가올 일까지 대비하는 사람입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합니다. 내가 맡은 일은 물론 아무도 하지 않는 일도 알아서 합니다. 당장에 자신에게 이익이 없어도, 심지어 손해가 나는 일이라도 도맡아서 합니다. 동료를 위해서 후배를 위해서 혹은 상사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권리를 양보하기도 합니다.

다행히 저는 그런 직원들을 많이 봤습니다. 제가 에기평에 희망을 보고 떠나는 이유입니다.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어렵고 힘들 때도 언제나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미스터 선샤인’에 나오는 대사로 마무리 합니다.

"굿 바이, 시유 어게인!"

2021년 7월 12일
제 4대 에기평원장 임춘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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