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콜럼버스보다 중국인이 먼저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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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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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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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콜럼버스보다 중국인이 먼저 발견”


[프레시안 김한규/기자] 1492년은 세계사에서 중요한 연대로 기록돼 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처음 탐사한 해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부터 유럽 각국은 전세계 탐험과 함께 세계 무역을 해나갔고 자본주의 체제 성립에 큰 도화선이 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상식을 뒤집는 책이 나왔다. 콜럼버스나 바스코 다 가마, 마젤란 등은 이미 중국인들이 ‘발견한 것들’을 다시 발견한 것이었고 이들은 모두 중국인들이 만든 지도를 갖고서 항해에 나섰다는 것이다.

“중국의 제독들은 디아스보다 60년 먼저 희망봉을 회항했으며 마젤란보다 98년 앞서 마젤란 해협을 통과했고, 쿡 선장보다 3백년 먼저 호주를 탐사했고, 남극과 북극은 최초의 유럽인보다 4백년 앞서, 아메리카는 콜럼버스보다 70여년 먼저 탐사했다. 위대한 제독 정화와 홍보, 주만, 주문, 양경은 기억해 기릴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들이다.”

“중국 정화제독, 콜럼버스보다 70여년 앞서 아메리카 대륙 발견”

“1421 :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개빈 멘지스 지음/ 조행복 옮김, 사계절 펴냄). 이 책대로라면 이제는 세계사 부분에서 아메리카 첫 탐험 연도를 1492년이 아니라 1421년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중국 영락제 때인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일곱 차례의 원정에 나선 중국의 정화(鄭和)가 1421년에서 1423년 사이의 원정에서는 정화 함대가 당시 아프리카, 호주,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남극과 북극 등을 모두 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좀더 자세히 주장을 살펴보면 정화의 함대는 4개의 소선단으로 나뉘어 세계를 항해했는데 각 선단의 제독은 홍보, 주만, 주문, 양경 등이었다. 홍보는 남아메리카의 동부 해안과 남극, 호주, 뉴질랜드를 탐사했고, 주만은 남북아메리카의 서해안과 환태평양 지역의 나라들을 방문했다. 주문은 북아메리카의 동부와 그린란드 그리고 북극해를 항해했다. 양경은 인도양 주변 나라들을 탐사했다.

정화 원정대 규모는 2백50척의 정크선과 이를 보좌하기 위한 3천5백척의 기타 선박들이 포함돼 있었고 승무원만 3만명에 이르렀는데 정크선의 크기는 전장 1백50m에 선폭은 60m여서 보통의 어선 50척과 맞먹는 크기였다고 한다.

이같은 대규모 선단을 이끌며 항해에 나섰던 정화 원정대는 놀라운 과학기술로 해안을 측정하고 자신들의 흔적을 남겼으며 포루투갈인들이 항해에 나섰을 때 이들은 중국인들이 만들어 놓은 지도를 보여 중국인들의 발자취를 쫒아 다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교역과 외교정책을 통해 세계를 유교의 조화 속에 편입시킨다는 영락제의 기본 계획에 따라 원정에 나섰던 이들의 흔적은 영락제의 쇠퇴와 이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제국을 해체하려던 관료들에 의해 사라지게 됐다. 중국의 대외정책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선박들은 파괴되거나 유기되어 삭아버렸고 그들의 위업을 기록한 지도와 해도, 수천 건의 귀중한 문서들은 파기되었다.

문헌, 물적 증거 풍부. 세계 곳곳에 15세기 초의 중국 난파선 발견

어찌보면 생뚱맞아 보이는 주장이라고 폄훼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들이미는 증거자료들을 보면 결코 우습게 보이지가 않는다.

우선 지도 등의 문헌적 증거이다. 18세기말 영국의 수집가가 보관하고 있던 피치가노 해도에 보면 1424년이라는 연도와 지금의 카리브 해에 있는 푸에르토리코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즉 1492년 콜럼버스가 카리브 해에 도착하기 전 이미 누군가가 이 섬들을 자세히 탐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콜럼버스의 항해 일지를 통해서도 콜럼버스가 누군가가 제작한 지도를 보며 항해에 나섰음을 암시하는 문구가 나오기도 한다. 그는 항해일지에 “내가 본 지구의에서, 그리고 세계지도의 도면에서 그 섬은 이 지역에 있었다”고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물적 증거이다. 아프리카, 아메리카, 호주, 뉴질랜드의 세계 각지에서는 이미 24척의 난파선이 발견됐다. 방사성 탄소 측정법에 의해 중국이 15세기초에 세계 곳곳을 누볐음을 이 난파선들은 증명하고 있다.

또 서아프리카 카보 베르데 제도와 뉴질랜드, 남아메리카에는 중국인들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발견되고 있고 명나라 도자기들이 동아프리카와 호주 등에서 발견되었다. 이밖에도 후쿠나카토의 멕시코 원주민 부족이 남긴 그림 가운데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붉은 옷을 입고 도착하는 중국인들을 묘사한 그림이 남아있기도 하다.

생물학적 증거도 놀라워. 중국의 닭, 아메리카서 발견돼

동식물 등의 생물학적 증거도 놀랍기만 하다. 우선 닭이다. 유럽의 정복자들이 멕시코의 마야 문명을 점령했을 때 그들은 유럽의 닭과는 아주 다른 아시아 닭을 발견하게 됐다. 마야인들은 달걀을 얻기 위해서나 식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점복같은 의식을 핼하기 위해서 닭을 사용했는데 이는 중국인들의 사용 습관과 흡사했다. 게다가 닭의 마야식 명칭인 켁(kek)이나 키(ki)는 중국어의 명칭인 지(ji)와 유사한 어원이 있다.

그리고 마젤란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옥수수를 필리핀에서 발견하게 되었으며, 중국의 금앵자는 이미 그때 캘리포니아를 뒤덮고 있었다.

물론 많은 식물들이 자연적으로 즉 대양의 해류나 새들에 의해 씨앗이 운반되어 전파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식물들이 다 이런 식으로 전파되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옥수수와 고구마는 물에 뜨지 않으며 고구마는 새가 물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옮기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지적이다.

또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공통된 식물들, 그리고 남아메리카와 오스트랄아시아에 공통된 식물들을 분석해보면, 그들이 모두 항풍과 해류의 방향으로, 즉 인간 승무원이 승선한 선박에 의해 퍼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저자는 이에 대해 “그 식물들이 전파된 시기는 유럽인들의 발견 항해보다 앞선다”며 “전세계에 걸쳐 식물과 동물을 그렇게 배열할 수 있었던 나라는 단 하나 중국의 선박들이 그 식물들과 씨앗들을 운반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국 해군 출신 저자, 14년동안 1백40여개국, 9백곳 이상 답사

이런 증거들에 대해서도 못믿어 할 독자들은 많을 듯 하다. ‘이 많은 자료를 어떻게 아마추어 역사학자가 다 모았다는 말인가’란 말이다. 그럼 저자의 약력을 보면 수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15세인 1953년 영국 해군에 입대해 17년간 근무하며 위성항법이 개발되기 전, 자와 컴퍼스를 대고 별을 보며 항로를 그려내던 시절부터 영국 해군에서 훈련을 받았다. 이러한 점이 아마추어 역사학자였던 저자에게는 상당한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옛 항해가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며 그들의 항로를 재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저자가 고지도와 해도, 항해, 천체관측 등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저자는 이러한 지식을 배경으로 지도를 그린 사람이 해역을 밤에 지났는지 낮에 지났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저자는 또 14년 동안이나 1차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도 무려 1백40여개국, 9백곳 이상의 문서보관소, 도서관, 박물관, 과학연구소, 중세 후기의 주요 항구 등을 답사했으며 그가 섭렵한 옛 지도, 각종 문헌, 동식물, 유물과 유적, 고대의 건축물, 비석, 바위, 그리고 전문가나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 등 고증 자료의 방대함은 그 분량만으로도 압도하고 있다.

정화제독 업적 이었다면 뉴욕(New York), 뉴베이징(New Beijing) 됐을 수도..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화의 업적을 중국이 이어갔더라면 어떠했을까. 그렇더라면 어쩌면 현재의 뉴욕(New York)은 뉴베이징(New Beijing)으로 불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재미난 상상을 한다. “1420년대에 중국의 보선단이 유럽의 수평선 위에 출현했더라면 이후의 세계사가 어떠했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영락제를 계승한 황제들이 외국 혐오증으로 중국을 고립시키지 않았다면 유럽이 아니라 중국이 세계의 주인이 되었을 것이다.”

현재 중국 운남성 쿤밍에 아무 말 없이 누워있는 정화 제독은 자신의 항해 일지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이 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혹시 이미 웅천하고 있는 중국으로 인해 아쉬움을 털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김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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