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과학 교과서서 사라지는 ‘진화론’

글쓴이
비행접시
등록일
2012-06-07 20:50
조회
6,1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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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이야기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실화입니다. 한 5년 된 거 같네요.
친구와 우연히 진화론 & 종교와 관련된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아무튼 아래와 같은 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시간 : 약 5년 전
장소 : 대학교 도서관 앞 벤치
등장인물 : 나, 친구(독실한 신자)

이런 저런 이야기 .... 생략

나 : 그런데 성경 레위기에 보면 먹지 말아야 할 새 중에서 박쥐가 나오는데 박쥐는 새가 아니잖아.
포유류지.
친구 : 성경에서 박쥐를 새라고 했다면 박쥐는 새가 맞다. 과학자들이 틀린거지.
나 : ㅡㅡ*& .. 멘.탈.붕.괴.

어제 교과부의 진화론 삭제 뉴스를 보고 5년전의 감정이 북받쳐올라 눈물이 ~~~ㅜㅜ

창조론 믿는 사람들이 보면, 맨날 진화론은 증거가 없다고 하길래 열심히 증거를 설명해 주면 반응이 이렇습니다.

"그건 성경이랑 안맞으니 증거가 될 수 없다, 넌 믿음이 부족해,
 어쩌구 저쩌구...
 자 그건 그렇고, 아무튼 진화론은 증거가 없잖아? 증거를 보여줘 봐"

멘탈붕괴를 넘어서서, 뭐라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마음속 깊은 곳, 심연에서 솟아오르는 나의 폭력본능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그냥 포기하고 삽니다. 세상엔 이런 사람들도 존재하는구나~ 하면서.

그저 멀쩡한 사람들이 이들에게 혹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 goesoo ()

      진화 증거 이야기 하니까 이게 생각나네요, ㅋㅋㅋ
    <a href=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PJmREHSK0b4$ target=_blank>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PJmREHSK0b4$</a>

  • PRC ()

      그게요 아주 당연한겁니다. 교회라는 집단이 본질적으로 지식이 많다거나 돈이 많다거나 그렇다고 인격이 훌륭하다거나 하는 것보다요 성경에 나오는 혹은 목사가 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얼마나 잘 맹신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내부에서 사람들의 서열이 결정됩니다. 오히려 황당무계하면 할 수록 그걸 잘 믿는 사람이 존경받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중요 인간관계가 교회에 있는 사람은 그 관계망에서 떨려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발적으로 맹신을 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특히 사회에서 이단취급을 받는 약간 소외된 종파로 가면 교회에서 신도들의 생계까지도 책임져주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즉, 교회에서의 인간관계망에서 떨려나면 먹고 살 길이 아주 어려워진다 이거에요. 그러면 님이라면 박쥐가 새라는 걸 믿는 쪽을 택하시겠나요 아니면 밥그릇이 떨어지는 쪽을 택하시겠나요.

    보통 이런 얘기가 나오면 개인의 신념문제로 빠지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개인이 성경이 틀리고 진화론이 옳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골백번 납득했다고 하더라도 자기가 나가는 진화론을 부정하는 교회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가장 친한 친구들도 자기를 물심양면 응원해주는 직장상사도 열심히 나가고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이번 정권에서 소망교회 인맥으로 출세한 강모씨 같은 사람이 "나는 성경에 천지창조를 6일만에 하고 어쩌고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이렇게 선언하면 얼마나 골때리고 본인은 후환이 두렵겠습니까. 그런 겁니다.

  • PRC ()

      그리고 또 한가지는요. 내가 성경이 틀리고 진화론이 맞다고 하면 교회는 다 나갔고 집안은 뒤집어지고 호적에서 파일 수도 있으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창조론을 믿을 수 밖에 없는 거다, 이런 사건의 논리구조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아주 아주 드물어요. 이공계에서 석박사까지 하면서 빡세게 논리와 인과구조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도 별무소용인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머리가 좋고 능력있는 사람일수록 천재적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니까 그런 사람한테 이런 점을 지적하면 무척 화를 내고 인간관계가 파탄납니다. 덮고 넘어갈 수 밖에 없지요. 결론적으로 이건 해결책이 _없는_ 문제에요.

    미국도 예전에 창조론 대 진화론 재판이 벌어졌을 때 결과는 사실상 창조론의 대승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이게 뒤집어진 것은 소련이 스푸트닉을 발사하면서 미국 전체가 패닉에 빠지면서부터죠.

  • 빨간거미 ()

      진화론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교회들도 그렇지만,
    교회를 잘 모르면서 떠드는 사람들도 별반 다를 것은 없어 보입니다.

  • PrimaMateria ()

      저도 양 쪽 다 어이없습니다만 저런 오해를 하게 만든 교회책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초대교회시절엔 크리스쳔들이 피를 마신다는 소문도 있었다지요. 그 시절에야 미디어가 발달하지 못했고 크리스쳔 수가 적었으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오죽하면 사람들이 저러겠습니까.

  • PrimaMateria ()

      참고로 old earth creationist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시면 기독교인 중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가장 기본적인 도그마는 "신의 존재"와 "계시의 존재"일 뿐 그 외에는 천양지차입니다요. 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대한민국엔 근본주의 기독교밖에 없다는 건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요즘엔 총신대처럼 보수적인 신학교에서도 비평학 다 가르치고 그럽니다.

  • 한반도 ()

      개인의 신념문제는 복합의 결과인 경우가 맞다고 봅니다.

    고로 일부의 교회에서 주장하는 어이없는 내용을 근거로
    우리나라 교회 전체문제로 가면 위험하지요.
    주변분들중에서는 신앙심이 좋지만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존경받을만한 삶을 살고 계신
    분들도 적잖이 봐온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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