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잊고 '잉여' 즐겨야 소프트웨어 산다

글쓴이
quatro
등록일
2013-02-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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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산업을 관(官)이 주도해서 잘 된 선례를 남긴 나라가 있을랑가...
뭐 김진형 교수님은 이 바닥의 대부시니 더 잘 아시겠지만..

제가 예전에 읽었던 SW산업에 대한 공감가는 글을 퍼옵니다

http://sangminpark.wordpress.com/2011/08/23/%EC%86%8C%ED%94%84%ED%8A%B8%EC%9B%A8%EC%96%B4-%EC%9E%89%EC%97%AC%EC%99%80-%EA%B3%B5%ED%8F%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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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논쟁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왜 우리는 소프트웨어가(S/W)는 안 되는가?"로 시작된 논의는 언제나 "S/W를 살려야 나라가 산다"고 부르짖는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실리콘밸리 현장의 관점으로 문제를 설명해 보자. 캘리포니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박상민 박사는 일단 급한 불부터 꺼보려는 우리 사회의 조바심에 경종을 울린다. 잉여와 해커의 문화,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흥미로운 역사를 설명함으로, 우리가 진정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나아가는 힌트를 제시한다.》

해커문화의 근본은 잉여(Abundance) 정신이다. 시간 남으면 야근하거나, 다른 '생산성'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며칠 저녁, 주말 내내 돈 벌이 안 되는 일을 하며 노는 것이다. 그럼 해커들은 왜 그렇게 잉여력을 폭발시키며 바보짓을 하는 걸까?

△재미있다. 코딩은 재미있는 창조행위다. 직소퍼즐을 맞추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1000번째 피스가 끼워졌을 때의 그 성취감…소프트웨어를 완성한다는 것은 그림이 퍼즐에서 뛰쳐나와 춤추는 것과 비견할 수 있다. 내 상상의 결과물이 눈앞에서 움직여 뛰는 것과 같은 그런 성취감 때문에 해커들은 코딩한다. 직장에서 10시간 코딩하고, 집에 와서 재미삼아 5시간 더 코딩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선물 정신이다. 해커들은 자신이 밤새워 만든 소스코드를 '선물'로 동료들에게 배포한다. 취미 생활로 해킹하기 때문에 돈은 생각지 않는다. 혹 그런 시도를 했을 경우 커뮤니티에서 매장 당한다. 내가 오늘 1000줄의 소스코드를 선물 했으면 내일은 누군가 또 공짜로 새로운 툴을 선물 할 것이다.

△명성을 얻고 싶어 한다. 돈에는 초연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X의 해킹 능력은 최고다 하는 평가를 얻으려, 버그 없고 훌륭하게 디자인된 소스코드를 짠다. 선물의 대가는 해커들 사이에서의 명예다. 지저분한 턱수염, 긴 생머리를 날리는 옆 사람을 너무 무시하지 말자. 해커 사회에서는 브레드 피트 일수도 있으니까…

△여유로운 사회다. 미국에 10년 가까이 살아온 필자는 한국에 가서 며칠만 지내면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렇게 쉽게 살아도 되나? 한국 사람들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그런데 미국 집으로 돌아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주말이면 골프 치는 재미, 저녁이면 책 읽고 해킹 하는 재미로 근심이 사라진다. 저녁에 야근 안 해도, 주말에 일 안해도 별 걱정이 없다. 사회가 여유롭게 돌아간다.

해커정신은 사라진 전설이 아니다. 수백억의 돈을 매일 투자하는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해커를 찾아다닌다. 구글, 페이스북에 취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파치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해킹한 경력이다.

■지나친 공포에 사로잡힌 한국

 
한국 IT산업은 오랜기간 소프트웨어 산업을 배척해온 결과 모바일 시대 OS식민지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 상징물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잉여와 해커 정신이 실리콘밸리의 근본이라면, 한국의 근본 정서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필자는 '공포(fear)' 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못하면 루저(loser)가 된다는 공포, 숙제를 안 해가면 체벌 받는다는 공포, 소프트웨어 때문에 삼성이 무너진다는 공포….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겪어보지도 않은 6·25 전쟁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언젠가 북한이 쳐들어오면 한국은 다시 리셋된다는, 실현 불가능한 그 공포가 왜 사라지지 않는지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아이들을 웃겨 주려 헛소리 한번 했다가, 50명의 아이들 앞에서 뺨을 여러 대 맞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최대한 말을 아끼는 아이가 되었다. 일년 후를 기약할 수 없는 벤처에서 일하며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내가 불안한 부모님은 삼성이 주는 안정감과 지위에 대해 '엄친아'의 예를 들어가면서 설득한다. 도대체가 우리 사회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개인, 집단 모두 공포에서 벗어나려 치열하게 살고 있다. 뛰어난 해킹 잠재력을 가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과 교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까? 이건희 회장이 주기적으로 이야기하는 '삼성 최대의 위기'는 정말 언제로 오는 걸까? 한국형 안드로이드라는 '성스로운 똥' 아이디어를 낸 높은 분들은 한국 소프트웨어(S/W)의 미래가 얼마나 두려웠을까?

■정부가 키울 수 있는 '스티브 잡스'는 없다

 
창조와 파괴를 용인하는 문화 없이는 우리나라에 스티브 잡스 같은 위인이 등장하기 어렵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 참석한 애플컴퓨터 창립자 스티브잡스(자료사진)
결론적으로 공포가 지배하는 문화에서 잉여와 해커의 정신은 살아 날 수가 없다.

최근 얼마나 많은 수의 한국 해커들이 국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예: Apache)에 참여하고 있는가 헤아려봤다. 정말이지 한 줌의 사람들뿐이었다. 삼성, LG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드웨어를 만들어 파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떠받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돈 받지 않고 소스코드를 선물 하는 실리콘밸리의 해커 정신을 임원진들이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가? 그럼 구글이 공짜로 안드로이드 O/S를 배포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어떻게 이해했을까?

필자가 발견한 한국 최고의 잉여 생산지는 디시인사이드(dcinside)다. 거기엔 잉여가 넘친다. 그리고 놀랍게 해커 정신과 많이 닮아있다. 사람들은 1) 재미있기 때문에 사진을 해킹 (합성)하고, 합성한 사진들을 2) 공짜로 서로 나누며 키득댄다. 고품질의 합성 사진을 다작한 사람들은 3) 명예의 전당에 올라 있으며,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업데이트 되는 합성 사진과 미디어들은 얼마나 사람들이 4) 잉여 넘치는지 자랑한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디시와 같이 한국에 고유하게 살아있는 해킹문화를 연구하고, 거기에서 힌트를 발견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근본을 만드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언론에서는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가 얼마나 부자인지를 생각해 보라며 젊은이들을 유혹하지만, '부(富)'는 해커의 운 좋은 부산물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정부에서는 스티브잡스 같은 인재가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며 S/W 엘리트 양성을 부르짖지만, 이 역시 '성스러운 똥'같은 생각이다. S/W 엘리트는 자조 섞인 '잉여인' 들 중에서 몇 사람이 태어나지, 나라가 맘먹고 키워내는 게 아니다.

필자는 컴퓨터 정규교육 과정을 따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다수의 논문을 썼다. 그러나 이것은, 생산성에 몰두한 진정한 해커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혹 엘리트라고 칭찬받지 못해도, 잉여 가운데 피어나는 한국형 해커들을 자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나가다 ()

      공포심으로 고급 이공계 인재들에게 사기치는 수법이 여전하죠.

    의사도 이제는 별거 없다. 의사도 돈 벌려면 이제는 돈이 있어야 개업한다 등등 별별 공포심을 유발하는 사기질을 쳐대니.

    근데, 한국사회에서 아무런 저항력도 없고, 멍청이 문돌이들, 국캐의원들, 부역 꼴통 공돌이들 밑에서 직장 짤리는 거 산업 몰락하는 거 걱정하며 시다바리 인생 걱정하며 사는 찌질이 샐러리면 되는 공포심은 왜 강조 안하나 몰라.

    80, 90년대 버블 경제 시대에 100만 이공계 진학 시대에 고급 이공계 인재들이 무차별적으로 헐값에 자발적 샐러리맨으로 와주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지금도 거품 경제 시대 정신병에서 헤어나질 못하는 우리 문돌이 사기꾼들 보면 어처구니가 없으니. 특히, 거품 경제시대에 온갖 단물 다 빼먹고 먹튀하고서는 헛소리 해대고 있는 거품경제 세대들 보면 앞날이 깜깜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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