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단위의 개발 사업(발사체, 전투기, 미사일 등)에서의 정출연과 기업 각각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

글쓴이
붉은밭
등록일
2022-03-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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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단위의 개발 사업(누리호, KF-X, L-SAM, 한국형 극초음속 미사일 '하이코어' 등)에서
정출연과 사기업들 간의 협업의 과정이 궁금해서 질문을 올려봅니다.

누리호 사업을 예로 들면, 누리호는 항우연 주도 하에 300여 기업들의 참여로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리호 부품 중 발사체엔진 같은 경우는 여러 기업이 참여했지만, 그 중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 발사체엔진 개발 과정에서의 지분입니다.
핵심 기술을 항우연이 제공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설계 및 양산만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애초에 연구 단계에서부터 항우연 연구원들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구원들이 처음부터 같이 연구를 하는 건가요?
누리호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들었다고 보는 게 맞는 건가요? 아니면 항우연이 만들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건가요?(누가 지분이 더 높냐를 여쭙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L-SAM 사업에 ADD와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의 사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L-SAM은 ADD가 개발했다고 보는 게 맞는 건가요 아니면 한화/넥스원이 개발했다고 보는 게 맞는 건가요?
개발이라는 게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너무 궁금하여 이렇게 여쭙게 되었습니다.

  • mhkim ()

    제가 아는 상식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원천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 입니다.  그냥 상식 수준에서 판단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우주 기술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처음 시작하기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제가 잘못알고 있다면 아시는 분이 고쳐주세요.

  • 댓글의 댓글 붉은밭 ()

    역시 그렇겠죠? 특히나 항공우주분야는 더더욱 많은 시간을 요하는 분야이니...

  • 오예 ()

    ADD는 R&D로 개념설계, 요구성능 범위로 도출하고 생산/조립/양산이 가능한 대기업 들은 이를 실행(= 제작)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요? 설계부터 양산까지 ADD와 각 기업은 수 많은 의사소통과 협업(검토와 검증)이 요구 될 것이구요

  • 댓글의 댓글 붉은밭 ()

    그 의사소통이 정확히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긴 한데, 이건 아마 정출연이나 산업체 현직이 아닌 이상 알 방법이 없네요...ㅎㅎ

  • 묵공 ()

    ADD에서 8년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하신 것에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드리지요. ADD에서 수행하는 연구개발과제는 성격에 따라 응용연구, 기술개발, 시험개발, 체계개발 등으로 나뉩니다. 국방특화연구센터에 대한 기초연구 지원관리 같은 업무도 있고요.

    체계연구개발(시험개발,체계개발 등)의 경우 ADD는 설계요구조건을 정하고 시험(기술시험과 운용시험 중에서 주로 기술시험)을 관리합니다. 그러면 체계개발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개념-개략-상세설계를 하고, 협력업체에 하청을 줘서 제작을 한 후 조립하여 시험을 합니다.

    시험은 부품/장비 단위는 업체에서 하고, 체계 단위의 시험은 ADD에서 하기도 하고 업체주도개발의 경우는 업체에서 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라도 ADD가 시험결과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리하면, 연구개발(R&D)이라는 것이 연구와 개발로 크게 나뉘고, 이 과정에서 ADD-체계종합업체-협력업체는 일종의 갑-을-병의 관계로 각자 역할을 나눠서 업무를 수행합니다.

    대학에서 주로 연구(기초연구와 응용연구 등)를 하다가 석박사를 받고 ADD에 가보면 일부 유사한 업무를 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체계연구개발을 담당하고 이 중에서도 관리업무를 주로 하게 됩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ADD는 '연구개발은 안 하고 관리만 한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방성의 획득개발절차를 받아들여서 하고 있는 국내 국방연구개발절차를 보면, ADD가 하는 일은 국방연구개발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즉, 군(합참+각군)과 협의하여 요구성능(ROC)을 도출하고, 이를 연구용역을 줘서 계약관리하며, 최종적으로 시험을 통해 검증하여 합격된 것만 군에 납품하게 하는 역할입니다. 획득(Acquisition)을 위한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연구개발과정은 복잡다단하고 많은 기관과 전문가가 참여하며 엄격한 검증과정을 통해 사용자가 문제없이 실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현대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표준이 국방획득절차를 통해 확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묵공 ()

    그러니까 제 얘기는 이른바 '핵심기술'이라는 것을 좁게 '상세 설계'로 정의하려는 경향이 엔지니어들에게 있는데, 이는 대단한 편견이라는 것입니다. 즉, 요구사항-설계-제작-종합-시험-사용이라는 연구개발의 전 단계에서 설계 하나만 중시하고 나머지는 경시하면서 그 중에서도 개념설계와 개략설계는 또 차별하여 상세설계(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설계등)만을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엔지니어적'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는 제작과 종합, 그리고 시험단계에서도 많은 노하우와 불확실성의 극복 등 경험이 필요한 일이 많습니다. 그리고 DDAIV의 전단계인 요구성능의 확정과 후단계인 사용자의 사용경험이나 마케팅에서도 연구개발과 관련된 많은 중요한 결정과 피드백이 이뤄집니다. 넓게는 여기까지 연구개발로 봐야 제대로 된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연구개발이라고 말하지 않고 획득개발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즉, 획득이라는 전체 과정에서 연구개발은 일부에 불과하고 한 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연구개발이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핵심경쟁력이기도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숭상하다보면 다른 부분을 경시하면서 경영을 위태롭게 하기도 합니다.

    이의 원인을 제공하는 대학에서 지나치게 기술중심적으로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전체 제품/서비스의 순환주기 속에서 연구개발의 위치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댓글의 댓글 붉은밭 ()

    묵공님, 먼저 자세하고 친절한 답변에 너무 감사드립니다!
    업체 및 연구소 등에 몸 담아 본 적이 없는 학부생이기에 묵공님의 답변이 저한테는
    너무나도 유익한 정보로 받아들여집니다.
    사용자가 제품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이렇게나 많은 과정을 거치는 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획득개발'이라는 단어가 저한테는 정말 생경하게 느껴지네요. 그만큼 제가 무지했다는 거겠지요.
    제가 경험한 개발이라고는, 학교나 공모전 팀프로젝트 정도이니 '요구성능 도출' 등의 과정도 필요없고, 설계라고 해도 개념설계/개략설계/상세설계 간의 구분도 무의미한 수준이다보니 저도 모르게 실제 연구개발과정도 아이디어 구상-설계-제작-종합-시험 정도의 간단한 프로세스일 거라고 착각을 했나 봅니다.
    사실 이러한 질문을 했던 것도, "ADD는 관리만 한다", "ADD는 연구 안한다" 등의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서, 정말로 업체가 연구개발은 다하고, ADD는 감독만 하는 건가? 하는 궁금증으로 질문하게 되었는데, 그에 대한 답도 현직이셨던 분한테 이렇게 직접 듣게 되어 오랜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설계라는 하나의 과정에도 개념 설계/개략설계/상세설계 등 의 다양한 단계가 있는데, 단지 상세설계만을 강조하여 요구성능 도출, 개념/개략 설계 등은 '관리'라는 단어로 치부해버려 저런 말들이 떠돌아다니게 된 것 같습니다.
    묵공님 말씀대로 '연구개발'에 매몰되기보다는 획득이라는 전체 과정에서 '연구개발'의 위치를 그대로 인식해야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 댓글의 댓글 붉은밭 ()

    그리고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하나면 더 여쭤봐도 될까요?
    '설계'에서 개념/개략/상세의 과정으로 나뉜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떻게 구분되는지
    감이 안 잡혀서 그런데, 특정 제품(?)으로 예를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연구에 참여하셨던 제품으로 예를 드는 게 가장 와닿겠지만 아마 보안이겠죠?)
    예를 들어, 자동차 엔진 개발 프로젝트라고 하면, 가솔린엔진/디젤엔진 등의 원천 아이디어가 개념 설계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피스톤의 운동 궤적 등의 아이디어는 개략 설계에서 이루어지고, 피스톤의 개수, 상세 수치 결정, 부품 간의 체결 및 배치도를 결정하여 실제로 CAD로 작도하고 Ansys, Nastran 등의 프로그램으로 해석하는 단계가 상세 설계로 보면 될까요? (그냥 예를 들기 위해서 적은 거라 내용의 아귀는 안 맞을 거에요 ㅠㅠ)

  • 묵공 ()

    네, 개념/개략/상세설계는 우리가 만든 것은 아니고 서구(미국/유럽)에서 표준화된 설계과정입니다. Conceptual Design, Preliminary Design, Detail Design(Critical Design)으로 각각 말합니다. 개념설계에서는 해결 아이디어의 도출, 방식별 장단점 분석 등이 중요하고, 개념설계는 구조, 블록다이어그램 등 상위단계 설계를, 상세설계는 도면설계, 구매절차 등 하위단계 설계를 각각 합니다. 일반적인 설명은 다음 링크로 대신하지요.

    https://en.wikipedia.org/wiki/Engineering_design_process

  • 댓글의 댓글 붉은밭 ()

    묵공님,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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