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소요유님의 말씀에 대한 몇가지..

글쓴이
과학도
등록일
2002-05-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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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토를 달아서 죄송합니다만..

님께서 "뱀다리 하나 붙이면 현재 나타난 서양과학의 문제점이 법칙의 선택적 적용일겁니다. 예를 들면 미시세계에는 양자역학이, 거시세계에는 뉴톤역학이나 상대론이, 속도가 느리면 뉴톤역학 , 빠르면 상대론 등등..... 이게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또다른 형태의 이분법적 인식론과 같지 않습니까?" 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분법적 인식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질이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나 (본질적으로 물리학이 된)화학 그리고 생물학이 각각의 스케일에선 여전한 효용성을 가지듯이 양자역학과 뉴튼역학, 상대론도 이론효용범위의 계층성 문제이고 물리학이라고 그러한 상식을 따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되도록이면 그 모두를 하나로 통합하는것을 지향해야겠지만 현재의 상황이라고해서 물리학의 한계 운운은 무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법칙들을 통합하고 단순화하는 것은 물리학이 가장 충실히 따라온 미덕일겁니다. -(외부자들에 의해 비난의 근거로 사용될) 의무는 아니란거죠.

더구나 물리학이 서양지성계에서 차지하는 전범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인식없이 서구반과학세력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는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더욱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을 이분법적 인식론이라고 받아들이면 반과학적인 일부 포스토모더니즘의 범격을 피할수도 없구요. 이 문제는 대전 이후 유럽 지성계에서 촉발되어 지금까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현재의 세계적인 이공계 기피의 근본적 원인인) 거대한 반지성적,권위해체적 풍조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 이슈(과학자들의 무대응으로 오해가 된)여서 제발 과학자들만이라도 명철한 관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서양과학의 암묵지 중에 우리가 아직 체화하지 못한게 "단순한 것, 되는것부터 먼저"입니다. 각각의 영역에 대해서 독립적인(무연관적인) 법칙을 사용할 수 밖에 없더라도 먼저 그렇게 해보는게 모든 경우를 한번에 설명하려는 시도.(결국 도 따위로 빠지게 마련입니다.)보다는 앞서야 합니다.-step by step.. 아마 프로그래머분들은 잘 아시겠죠?- 이런 관점에서도 물리학의 현 단계가 비난받는것은 부당합니다. 초끈 이론과 같은 통합시도도 활발하고 말이죠.

그리고 여담으로.. 전자의 파동성을 발견한건 전자 발견자 J.J 톰슨의 아들인 톰슨이었으며 부자가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죠. 그리고 드브로이의 물질파 논문은 제목과 목차빼고는 단 한페이짜리였죠. "자연은 대칭을 이룬다"로 시작하는.. 사학도였다가 실험물리학자인 형의 영향으로 물리학 박사에 도전한 그는 이 박사논문이 소르본느에서 거절되어 실업자가 될뻔했다가(사실 집안이 부유해서 먹고 살 염려는 없었지만) 친구들이 아인슈타인-광전효과라는 파격적인 논문이 비록 입증은 되었지만 본인도 걸렸던-에게 선처를 요청해 구제되어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죠.(전화 한 통화로.. ^^) 그는 이 후 어영부영한게 아니라 연구는 완전히 손떼고 CERN의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쉽게 노벨과학상을 탄 사람이어서 쉬쉬하고 싶은 사실이죠. ^^

현실적으로 기초과학은 집안이 물질적으로 받춰줘야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슈뢰딩거만 해도 자신의 과학자로서의 꿈을 희생하고 사업가의 길을 택한 할아버지, 아버지 2대의 과학에 대한 애정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죠.(그래서 슈뢰딩거는 돈에 관한 한 전혀 걱정이 없었죠.) 부유한 집 자제들이 인류를 위한 과학자의 길을 택하는 것도 결국 그 사회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좌우합니다. 그리고 드브로이의 형과 같이 가까운 이부터 감화시키는 열정도요..

PS> 질문하신 분께.. 슈뢰딩거 방정식의 저간의 사정을 알기 위해선 "슈뢰딩거의 삶"이란 번역된 전기를 권합니다. 상세히 잘 나와있죠.


  • 포닥 ()

      "단순한 것, 되는 것 부터 먼저" 는 굳이 체화할 필요없는 동물적인 본능아닌가요? 저의 경험으로는, 그 정신으로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지경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하게 보려는 것이 통하는 부분도 있지만, 단순한지 그렇지 않은지도 상당히 주관적인 것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누구나 단순하다고 느끼도록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더 높은 경지입니다.

  • 소요유 ()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영역에 따라서 적용영역이 달라진다는 것은 인간 인식론의 한계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물리학자들이 통일장이론을 만들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겠죠.  이건 포스트 모더니즘과 관계 없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다 합쳐서 설명할 이론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합친다고 포스트 모더니즘이고 나눈다고 그게 아닌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인식론은 신주 단지처럼 모실 것은 아닙니다.  전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뱀다리를 단게 아닙니다.  그걸 과학도님게서 포스트 모더니즘까지 (전 개인적으로 잘모릅니다. 주자학에 대한 양명학의 입장과 비슷하다고 봅니다.) 갈 생각은 없었습니다.  과학은 항상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항상 선도 아니구요. 여기는 철학을 논하는 곳이 아니니 이만합시다.

  • 포닥 ()

      "욕심 버리고, 착하게 살아라!" 이것보다 더 단순하고 명쾌한 인생지침이 또 어디있겠습니까? 동양철학이라는 것이 결국 이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서양의 과학이 자연을 더 복잡하게 보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더 단순한 설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일부러 어렵게 만들려고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하게 만들려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들이 가끔 복잡해 보일때도 있는 것이죠.

  • 포닥 ()

      인식론에 관한 문제를 논하기에는 제가 가진것이 너무 작네요. 내 자신의 인식체계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인간의 인식론 운운한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내몸도 내 맘대로 안된다는 거 알려고 이 나이까지 살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죠. 이런게 인식론인가요 ?

  • 과학도 ()

      왜 우리가 철학을 논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말씀드리죠. 우리나라의, 망할놈의 권력을 가진 인문학도들(신문기자들)이 과학에 대한 시각(뿐만 아니라 중심가치관을) 어디서 습득하는지 아십니까? 바로 서구 인문학자들의 그것에서 거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서구는 우리와는 달리 학문의 피라미드가 형성되어 있어서 우리는 이미 힘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아주 고답적인 문제를 논하는 철학자,인문학자 집단(우리와는 달리 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판결을 따른단 말이죠.-시간차는 있어도 그렇게 따라갑니다. 잘 보세요. 그게 현실이란 말입니다

  • 과학도 ()

      . 그런데 양자역학에 대해 분분해하고 맑시즘이 실패한 사이 그들이 과학과 과학의 성향을 조롱하는걸로 상황이 바뀌었단 말입니다. 이것이 현실이고 우리가 부딧힌 어려움의 시작입니다. 하지만 제 얘기를 귀찮아하신다면 저도 더 떠들 필요가 없죠.

  • 과학도 ()

      포닥님께.. 죄송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 단순한 준칙을 체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all or nothing, all at once 패러다임이 지배하고 있죠.

  • 소요유 ()

      저도 과학을 직접 실천하는 사람으로서 과학의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않해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을 지나치게 철학적인 문제로 이끌어 가면 사변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과학이라는 자체가 사변적이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과학의 형이상학적이 면들이 부각되면 과학내적으로 해결 안되게 됩니다.  여기에 도달하면 결국 인간의  관념적인 인식론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 소요유 ()

      예를 들며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가 보편성의 원리일겁니다. 즉 여기 지구에서 적용되는 물리가  다른 별에서도 적용된다는 거죠. 이 보편성의 기반은 무엇일까요 ?  과학적인 증명일까요 ?  아닙니다.  신학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1600년 화형당한 이탈리아의 신부 부르노의 종교적 직관에 그 바탕을 둡니다. 즉 '신은 평등하다'라는 기독교의 교리의 자연 버젼이 바로 과학적 보편성의 인식론적 배경입니다. 

  • 소요유 ()

      마찬가지로  우주는 계층적인가 역시 같은 문제이고, 우리가 자연을 하나하나 분석하여 알면 자연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가 문제 역시 같고,  물리학에 깔려있는 '마하원리', 천문학의 우주원리 들은 결국 과학적 직관- 다시 말하면 신학적 배경을 갖는  인식론에 의하여 과학적 실재로 그렇게 믿는 것들입니다. 제 이야기는 결국 방법론을 걷어내면  '인간의  직관'이 개입한다는 말입니다. 서양과학은  이러한  지극히 서양철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 소요유 ()

      또 한편으로 방법론적으로도  서양과학적 방법론은 아리스토 텔레스의 이데아적인 세계를 상정하는 방법론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즉 자연 그자체를 드러난 그대로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화 - 즉 모델화 한다는 점입니다.  이 모델은 우리세계가 아니라 이데아 세계의 '자연'입니다. 

  • 소요유 ()

      이분법은 서양 자연과학의  인식체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반에 내재해 있습니다. 저는 실험과 관찰로 자연을 바라보면서  항상 대립되는 개념들, 즉 이분법으로 나타내 질 수 있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건 자연과학의 기반이 서양철학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자연과학의 역사는 뉴튼 이후에 끊임없는 이분법에로부터의 통일 과정이 자연과학의 발전의 다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소요유 ()

      철학적 입장- 즉 형이상학적 입장에서  과학자체가 셀프 콘시스턴스하냐 안하냐를 판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아래 유종완님이 이야기했듯이 물리학- 특히 양자역학에서 쓰는 수학은 수학적으로는 셀프 콘시스턴스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자연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식체계는 '덜 자연적'이랄 수 있습니다. 이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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