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동방신기 이야기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09-12-23 23:53
조회
5,3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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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건
1. 연예기획사

요즘 한국 신문 보니, 동방신기라는 댄스그룹 얘기가 나온다. 소속사와 금전 배분문제 때문에 소송전을 불사한다고 한다. 뭐 이런 상황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스타로 떳는데, 무명시절 작성했던 계약서 때문에 제데로 돈을 못받는다는 얘기. 소속사도 할말은 있다. 수많은 연습생들을 키우려면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대박나는 스타가 벌어들이는 돈으로 회사 운영할 수 밖에 없다. 너희도 연습생출신 아니더냐....


2. 핸드폰 제조사

대한민국 대기업의 핸드폰 판매가 딱 연예기획사 구조다. 다량의 모델들을 쏟아내고, 그 중 터지는 폰이 생기면 그걸로 먹고 사는 구조. 여기에다, 앞서 설명한데로, 수많은 캐리어들에게 맞춤 폰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니 수천명의 인력들이 핸드폰을 개발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벤처기업을 통해 아웃소싱까지 한다 (주로 영양가 없는 모델).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니, 개발 인력들은 죽어나는 것이다.


3. 해외 판매

진짜 요지경은 해외 판매의 수익 구조이다. 가끔 신문에 나오지 않는가, 유럽시장 1000만대 판매한 베스트셀러 모델 어쩌구 저쩌구...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 파는 핸드폰의 단가는 얼마이며, 과연 얼마의 이익을 낼 것인가?
 
앞 글에서 설명한데로, 1000만 판매란 것은 소비자가 1000만대를 샀다는 것이 아니다. 캐리어가 1000만대 선주문을 넣은 것이지. 그럼 단가를 얼마일까? 난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구매자는 원가가 정확히 얼마인지 알고 있다는 것. 그 말은 해외에서 터무니 없는 마진 (한국 시장처럼) 을 받아먹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말이다.

어느날 갑자기 미국 시장에 LG폰이 쫘악 깔리고, 캐리어 광고 전면에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왜, 갑자기, LG가 어디가 이뻐서 그랬을까? 답은 뻔하지. LG가 내놓은 조건이 좋으니까.


4. 해외-물량, 국내-이익

그동안 국내 핸드폰 업체들은 해외에는 이익이 없이 다량의 물건을 뿌려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국내에 소비자에게는 비싼 가격을 받고 팔아서 이익을 내는 이중적인 전략을 취해왔다. 옴니아폰, 프라다폰 100만원씩 내고 사는 사람들이 위대한 IT 강국 대한민국 소비자들이다. 한마디로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아왔다는 거다. 자동차와 비슷한 이야기가 되는데, 우리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폰의 도입으로 빗장이 풀리면서, 이런 비대칭적인 가격구조가 깨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이폰 나오자마자 옴니아 2가격 내린거 봐라. 아이러니칼하게,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기업들에게는 대단히 위기로 인식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의 호들갑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한번 자동차 버전으로 설명하면... 렉서스 ES가 신형 소나타보다 한 30% 쯤 싼 값에 들어온거다.

5. 결  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외향적 팽창주의가 가져온 부작용 때문이다. 당장 손해보더라도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늘리는 것이 선으로 인식되는 풍토가 원인이다. 가끔 S사의 미래를 한국과 동일시하면서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 한국의 대기업은 걱정이 없으니 이제 편히 주무셔도 된다. 대기업들은 늘 그랬듯이 새로운 방향을 잡고, 살아남을 것이다. 아니 더욱 번창할 것이다.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리소스 (인력, 돈, 기술) 을 빨아들여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여기에 희생되는 것은, 소비자, 개발자, 벤처기업, 납품업체... 그리고 국가 경쟁력이다. 다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란 얘기다. 이게 내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 근군 ()

      "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의 모든 리소스 (인력, 돈, 기술) 을 빨아들여서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을 것다. 여기에 희생되는 것들은, 소비자, 개발자, 벤처기업, 납품업체 그리고 국가 경쟁력 이다."
    이게 핵심이네요.

    저희 어머니께서 '대기업=대한민국 경제' 두리뭉실하게 알고 계신거 보고 차암..답답했었습니다. 갑자기 그 대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 zzzZzz ()

      대기업=국가경쟁력이라는 수식이 더욱 더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 개발자와 소비자, 그리고 중소업체로서의 폐해를 체험하고 있는 저로써는 시간이 해결해 줄것이라 생각하고 할 수 있는 한 대기업과 거리를 두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 김선영 ()

      "그들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여기에 희생되는 것은, 소비자, 개발자, 벤처기업, 납품업체... 그리고 국가 경쟁력이다." - 인상적인 글귀입니다.

    예전에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재벌들을 만들어서 세계에 나가 싸우라고 덩치키워줬더니 골목대장하면서 새우젓장사까지 간섭한다고... 현재 내수시장은 딱 그 꼴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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