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ad - 한 (예비)소비자의 사정.

글쓴이
avaritia
등록일
2010-02-03 23:1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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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글이 아니고 개인사적 잡담입니다.

(그러니 애플 팬과 안티로 나뉘어 논쟁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미 많은 테크 토론 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지요. engadget podcast 에서도 진행자 셋이서 피터지게 싸우드만요. 서로 말 끊어가면서..)

이만한 논란을 일으키는 제품도 참 오랜만입니다.
새로운 세상이다, 미래가 오늘에 왔다... 는 사람부터
왕실망이다. lap warmer 다... 하는 사람까지..

일단 랩톱 대체품은 아닌 것이 확실하고요.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주는 제품임은 분명한데, 한계도 있는지라... 마치... 지하철 타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무료티켓과 엘리베이터를 제공해 드리지만 "환승은 못하시거든요"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각설합시다.

그냥 한 명의 소비자로서 제 사정을 적어보죠.

애플과의 인연은 뭐 그리 깊지 않습니다. 초등학교때 애플II 호환컴으로 컴퓨터에 입문했다는 것밖에..

재작년 가을에 아이팟 터치를 질렀죠. 와이프에게 '생일선물로 사달라' 고 졸라서 겨우 샀습니다. 사실 밖에서 음악을 열심히 듣는 편은 아닌데, 집에서도 오디오에 연결해서 들으니 CD값이 절약될 것이다, 출장시에도 영화 등 요긴하게 쓸거다... 무엇보다도, 당시 맛탱이가 간 소니 클리에 TH-55 (그 전에는 Visor Edge를 썼음..) 를 대신해 PDA 용로도 사용하겠다는 '사용계획안'을 제출해서 겨우겨우 결재를 받았지요.

결과적으로 아~주 잘 썼습니다. 후회없는 구매였죠. 사용계획안보다도 200% 이상 더 잘 쓴 것 같아요.

그러다가 아이폰이 출시되어 구입을 했고, 아이팟 터치는 약간 뻘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한 동영상도 넣어 다니고 등등...

이러니, iPad 를 기다렸던 건 어찌보면 당연하죠. 기대만빵이었죠.

지금 집에.. 공부방에 데스크탑이 있고, mini study (실은 골방)에 씽크패드 랩톱이 있고, 거실에는 오래된 바이오 서브노트북이 '소파 인터넷 서핑용'으로 대기모드입니다. iPad를 구입할 경우 소파용 바이오를 은퇴시켜드리고, 심각하지 않은 출장이나 여행용으로도 iPad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업무 출장용으로는 안되겠더군요...)

그래서 와이프님에게 (몇달 남았지만) 'iPad 구매 의향서'를 제출했더니....

일거에 퇴짜를 맞았습니다!

물론 와이프님이 저만큼의 테크포니아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꽤 아량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거부 사유서'는 다음과 같이 간결했습니다.

1. 소파 인터넷컴의 주 사용자는 나(와이프님)다. 나는 지금의 서브노트북에 만족한다. 키보드가 없고 플래시가 안되서 국내 사이트에 종종 깨져 보이는 iPad로 바꿀 의사가 없다.

2. 밖에 들고 나가는 용도로는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으로 충분하다. 밖에서 뭘 그리 제대로 된 인터넷서핑과 동영상 감상을 하려고 하는가? 지난번 여행에서 이 '작은 기기들'로도 충분함이 이미 입증되었다.

이상.


저는 포기하지 않고 '재고 요청서 - 귀하가 간과하신 용도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를...

1.뉴욕타임즈를 비롯, 향후 각종 잡지 등 정기간행물을 iPad로 볼 수 있습니다. - 가만... iPad 사려고 지금 보지 않는 이것들을 봐야 하나?

2. ebook 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난 종이책이 더 좋은데...

3. 미드를 받아 들고다니며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어요! - 어... '밝은 경로'로 볼거야? 티빅스에 넣으면 더더큰 화면으로 누워서 볼 수 있는데...?

4. 출장에도 이거 하나면 OK! - 메신저 띄워놓기도 안되고, ppt 수정할 때 그림, 워드, pdf 등에서 정보 옮기려면 프로그램 닫았다 띄웠다 해야 한다던데...?

5. 어... 키노트 프리젠테이션은 정말 이쁘다고요! - 그래요... 독커넥터 to VGA 어댑터도 꼭 가지고 다녀야 하고요. ... 정말 맥이 필요하다면 씽크패드가 수명을 다 하신 뒤에 맥북을 사시던가요.

6. 그게 아니고! 아이팟이나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요! 어떻게 진화해 갈지 아무도 몰라요! .... 그런가...? 아이폰OS인데... 앱스토어...아이북스.... 뭐가 더 있나요?


아... '재고 요청서'는 보류입니다.. 좀 더 지켜보다가, iPad 2.0 이 나오거나 진짜 새 세상이 열리면 다시 시도해봐야겠네요.


아이폰은 휴대폰이기 때문에, 현대인의 생활필수품, 마치 팬티와 같은, 그런 것이기 때문에 '멍텅구리폰 살래 스마트폰 살래', '윈도 모바일 살래 아이폰 살래' 이런 몇가지 간단한 질문에만 답하다 보면 구입하게 되는 폰이지만... iPad 는 정말 럭셔리, 사치품이군요... 그것을 쓰기 위해 내가 용도를 스스로 개발해 드려야 하는...

다른 말로 바꾸면, 아이폰 만큼의 대박은 어려워 보입니다. 의미있는 제품이고 IT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제품이겠으나, 단기간에 수백만대가 팔려 나갈지는 의문부호입니다. '인터넷과 컴퓨터에서 멀리 있던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계라던데, 즉 완전 매스 마켓용이라는 얘기인데.. 생필품이 아닌 사치품의 본질을 가진다면, 뭔가 미스매치스럽네요.


어차피 iPad는 '종래의 컨텐츠'와의 결합에 의해 생명을 얻게 되는 장치같습니다. 그래서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들이 이 제품을 반기고 있는 것이죠. 뉴욕타임즈와 벌~써부터 끈끈한 관계이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조중동 구독하면 자전거를 주는 것처럼, 뉴욕타임즈 1~3년 장기 구독 계약하면 iPad를 주는겁니다! 한국에서도 신문사들이 iPad용 앱을 내어 놓고,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iPad 구독으로 전환하는 독자들에게 iPad를 무상 또는 초저가에 제공한다면 iPad는 폭발적으로 보급되어 나갈 것입니다. 저도 당연히 하나 얻을거고요. 잡지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죠. (문제는... 한국의 미디어 시장 규모가 미국에 비해 너무 작아서, 이런 비즈니스모델이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추가 잡담 -
iPad가 멀티태스킹이 안된다고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 iPad를 윈도우7 PC의 리모트데스크톱 client 로 사용하면 딱이겠더군요. iPad 본연의 기능을 즐기다가, 업무작업이나 멀티태스킹이 필요하면 윈도PC에 원격 접속해서 PC 화면을 iPad로 보면서 작업하면 되죠. 쥑이네요.

추가 잡담2 -
어떤 사람들은 iPad에 HD급 방송수신 기능을 기대했던 것 같은데.. 애플의 생각은 아예 IPTV 나 스트리밍비디오인 듯 하죠.. 현재 발표된 버전에서는 이나마도 대비가 미비하지만, 향후 버전에서는 iTunes를 통한 다운로드된 컨텐츠가 아닌, Apple cloud 에서 날아오는 실시간 스트리밍 컨텐츠의 단말로서 iPad를 사용할 수 있을 듯 하죠. 이번이 인쇄 미디어라면, '방송'은 다음 타겟입니다.

  • Wentworth ()

      음 iPad 이야기보다는 경제권을 와이프님에게 빼앗긴 한 남성의 애절한 경험담으로 다가왔습니다. :)

    잡스가 한 프리젠테이션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봅니다. 아이폰은 매킨토시, 아이팟에 이은 세번째 혁명적 기기로 묘사한 반면,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맥의 중간이라는 (전자에 비하면) 다소 소박한 컨셉으로 보여 주었죠.

  • bozart ()

      아이패드란 것이 나왔다고 보여주자마 와이프 입에서 나온 첫마디,

    "나 이거 사줘" (염장지르는 것 같아서 죄송 ㅋㅋ) 

    진작부터 컴퓨터하나 사달라고 했는데, 2년을 버텨온 보람이 있네요. 맥 살 돈이면 아이패드 두 개 사거든요. 우선 젤 싼걸 (WiFi only)로 하나 사서, 거실에다가 두고 쓸 생각입니다. 밖에 나갈때야 아이폰 있으니 웬만한 일은 다 처리할 수 있거든요. 업무용으로는 소프트웨어 나오는 거 봐가면서 장만하려구요.

  • 언제나 무한도전 ()

      [결혼은 미친짓이다]라는 영화가 생각나는군요. ㅋㅋㅋ

    농담입니다. 전 그렇게 구매 의향서를 제출해서 퇴짜라고 맞고 싶네요. ㅋㅋ

  • i소나무 ()

      휴대폰과, 데스크탑 또는 노트북은 필수...넷북, PMP, 이북 등은 선택이듯이...
    데스크탑과 노트북은 경쟁이 심한 시장이니 제껴두고...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가 가장 시장성이 높고, 아이패드는 선택사항이죠.
    그런데, 이북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시장이 엄청 커질 가능성이 있는데...
    차후에 아이패드를 7인치짜리를 추가로 내놓는다고해도 이상할 것 없을 듯 합니다.

    애플은 앱스토어가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에 상호호환되는 하드웨어라면 어떤 사이즈이라도 팔릴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 Tsailor ()

      전 사모님과 비슷한 이유로 제가 안삽니다.
    집에 가면 데스크탑, 랩탑, 거기에 아이팟터치고 일터에도 어디에나 컴터가 널렸는데, 제가 운전할 때 빼고는 온라인이 아닌 때가 없는 것 같아 핸드폰도 스마트폰 안씁니다.

  • 근군 ()

      재미있네요. 잘 읽었습니다.

  • 네버기법 ()

      나름 상당히 타당한듯(?)한 구매의향서에도 퇴짜를 맞으셨다니 저는 퇴짜가 당연했군요.

    "오~~멋지다. 쿨하다. 장난감으로 짱이겠다. 이거 사믄 안되까나?" 이랬거든요^^

  • 추수감사절 ()

      고심끝에 일단 안사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봤자 식구들한테 빼앗겨서 제가 만질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 Dr.Evil ()

      저 같은 경우엔 이미 제 용도로 커스터마이징 된 WM 폰을 버리고 아이폰 공부하거나 요금제도 마땅찮은 참에 전화모듈 빠진 아이폰 대용으로 적절해 보여서 군침이 돕니다.

  • 나른이 ()

      글쓴님의 와이프님은 꽤 IT기기에 친숙하신가보네요. 제 경우는 제가 휴대폰부터 PC까지 온갖 세팅을 다 해줘야 하고, 저의 와이프님께서는 온갖 기기 오류나 사용법 등에 알러지 반응을 보여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iPad 나오자마자 사야겠다니까 두말없이 OK라네요. 심지어는 컴치 중의 컴치인 아버지께서 복잡한 세팅 필요없겠다며 사시겠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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