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럭비공 theory

글쓴이
bozart
등록일
2010-02-04 07:10
조회
8,0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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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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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새로 출시될 아이패드에 대한 논쟁들이 뜨겁다. 나도 이미 내 동료와 맥주걸고 내기했다. 물론 성공하는 쪽으로. 이번 글에서는 아이패드가 성공할 수 있는 두가지 요인에 대해 얘기하겠다.


1. 애플의 오픈성 (?)

나는 10년동안 잡스의 마술쇼를 빼놓지 않고 감상한 사람이다. 이미 잡스를 마술사 (= 사기꾼, 뱀장사) 로 표현한 바 있다. 그의 현란한 말솜씨와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소리없이 사라진 제품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 대 이후 애플의 성공 신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방성" 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애플의 특성인 폐쇄성을 포기할 때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는 얘기다.

애플의 폐쇄적인 디바이스에 기반하는 "개방성 (Openess)"이 내가 아이패드가 성공할 것이라는 첫번째 근거이다.


2. iPod

아래에 내가 링크한 2001년의 역사적인 iPod의 발표 장면을 보면, 여러분은 그 초라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이 소박한 발표와 시큰둥한 반응만 보면, 어느 누구도 이후 애플이 음악 산업을 바꾸리라고 상상할 수 없다.

http://www.youtube.com/watch?v=kN0SVBCJqLs

나는 iPod가 Mac만 서포트할 때부터 사용했던 사용자다. 솔직히 몇 년 후 애플이 iPod가 window를 서포트한다고 발표할 때도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세상의 반응은 달랐다. 잡스가 그렇게 혐오하던 PC를 서포트하는 순간부터, iPod는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폭팔적인 성장을 거두게 된 것이다.

잡스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까? 천만에.


2. 앱스토어

내가 몇 차례 언급한 바와 같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할 때 앱 스토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3rd party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용자가 아님!) 의 지속적으로 불평에, 마지못해 문호를 개방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 났다. 과연 18개월만에 14만개의 앱이 등장하고, 30억개의 다운로드가 이뤄졌다.

잡스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까? 천만에. (실제로 잡스 자신도 인터뷰에서 자기의 일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했다.)   

뿐만아니라 아이폰 발표 당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핸드폰 시장에 있었을 뿐... 아무도 아이폰이 게임 시장을 위협하리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아이폰의 가능성에 세상이 반응한 것 뿐이다.

잡스가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까? 천만에.  


3. 교과서 시장 진출

내가 "교실이데아"라는 글에서 애플의 교과서 시장 진출을 예상했다. 드디어 오늘 초,중,고 교과서 메이커들이 iPad에 올라타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다음 차례는? 대학교재다.

"Publishers Houghton Mifflin Harcourt, Kaplan Publishing, McGraw-Hill  Education, and Pearson have signed deals to be among the first to port their textbooks over to Apple's new tablet."

http://news.cnet.com/8301-13579_3-10446865-37.html

요대목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텍스트북 시장에서의 이익 창출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사실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아이패드를 손에 쥔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활용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마치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처럼.

이러한 "불확실성"이야말로 수많은 개발자들에게는 Gold mine이며, 아이패드가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는 두번째 이유다.


4. 세상에 던지는 화두

아이패드가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이젤위에 놓인 흰 종이다. 잡스가 보여준 몇 가지 사용의 예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이 기기가 어떤 방향으로 기존의 삶을 흔들어 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이패드는 잡스가 세상에 던지는 화두이며, 잡스는 자신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제 세상이 답 할 차례이다.

... 불현듯 잡스가 불교신자라는 사실이 떠오른다. 우연의 일치일까?

  • 네버기법 ()

      음...맥그로힐...

    초중고대를 막론하고 선생님들의 가르치는 패턴도 iPad가 성공하면 궁극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겠네요. 하여간 뱀장사도 여간한 뱀장사가 아닌거 같습니다. 잡스는.

    신종 모바일 인터넷 기기에 대한 글타래 기대하겠습니다.

  • 아나로그의추억 ()

      저에게 보자트님 글은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 비즈니스 세계를 여행하는 지도와도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 모처럼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들을 읽었습니다. 아이패드에 대한 반응이 어쩌면 이렇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일본 중국 EU에서 나오는 기사들도 모두 비슷한 것 같습니다.
    ==========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지형, 그것이 바로 럭비공 아닐까요?

  • 아나로그의추억 ()

      저는 기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기술적인 내용에 대해 많은 분들이 친절하게 조언해줍니다. 뉴로스카이 CTO 이구형 박사도 제가 모시는 멘토 중의 한 분입니다.

    이 박사는 '감성공학 전문가'입니다. 그는 아이패드 현상도 '감성공학'으로 설명합니다.

    <a href=http://blog.naver.com/ny17/98895191 target=_blank>http://blog.naver.com/ny17/98895191</a>

  • bozart ()

      아나로그님,

    애플의 제품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기존 기술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제가 최근 많은 글들을 통해 설명드린 것처럼, 하드웨어, 제조측면에서도 애플의 제품은 첨단 기술의 정화이죠. 그리고 그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3년 반 전에 나온 아이폰의 인터페이스를 현재까지도 어느 회사도 따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라고 봅니다.

  • bozart ()

      소비자가 차이를 느낄 만큼의 감성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바로 "La Campanella"에서 제가 하고자 한 말입니다.

    <a href=http://www.scieng.net/zero/view.php?id=techcritic&page=7&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30 target=_blank>http://www.scieng.net/zero/view.php?id=techcritic&page=7&category=&sn=off&ss=on&sc=on&keyword=&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30</a>

  • 아나로그의추억 ()

      저는 이구형 박사께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는 보자트와 이 박사가 기술 비즈니스를 평가하는 잣대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믿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bozart ()

      아나로그님,

    제가 이구형 박사의 의견보다 옳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구형 박사의 의견과 제 의견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구형박사는 애플이 기존의 기술의 결합에 감성 공학을 집어 넣었단 얘기고, 제 의견은 감성공학 뿐 이외에도 남들이 따라잡기 힘든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근본적인 기술면에서의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 시장의 예측도 당연히 달라지게 됩니다.

  • Wentworth ()

      ...

  • 아나로그의추억 ()

      보자트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Neo Blue ()

      *u$佛꿰 :: white no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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