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면접에 대한 생각...

글쓴이
Monsieur
등록일
2006-0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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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벤처기업 4년쯤 다니다가, 외국에서 박사 하고,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미국에서도 좋은 자리로 옮겨볼려고 여기저기 면접 많이 보고 탈락도 여러번, 합격도 여러번 해 보니 면접 요령같은 게 생기더군요.

현재는 제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신규 엔지니어 채용 하려고 여러명 면접을 해 보며 드는 생각이 있어서 몇가지 적어 봅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1] 면접까지 가는 경우는 확실히 뽑을 생각이 있는 경우입니다.

뽑을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 시간 들여서 전화면접 하고, 돈 들여가면서 비행기표 사줘가며 불러오지 않습니다. 즉, 면접까지 갔다는 건, 면접에서 좋은 인상만 주면 채용 된다는 것 입니다. 간혹, 너무 자신없어 하는 지원자들이 있는데, 좀 자신감을 가졌으면 합니다.

[2] 면접에서 중요한 건 본인의 실력만이 아닙니다.

면접에서 실력, 자신감... 이런걸 보여주는 건 당연한 것이고, 거기에 추가로 두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습니다. 첫째로,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둘째로, 내가 같이 일하기에 인간성이 괜찮은 인간이라는 암시.. 이 두가지를 보여주는 데 실패하면 채용되기 힘든 것 같습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면접 보러 가는 복장에도 신경을 좀 쓰시기 바랍니다. 대충 아무렇게나 입고 가는 건, 내가 이 회사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깔끔하게 이발 하고 말쑥하게 양복 차려 입고 가는 건, 내가 이 회사 면접을 보기 위해 신경 좀 썼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뽑아놓으면 확실히 올 사람, 와서도 충실하게 오래 일할 사람을 선호합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원자가 이 회사에서 꼭 일하고 싶어하는 것 처럼 보이면 점수를 많이 따게 됩니다.

그리고, 면접 하면서 중간중간에 잡담 같은 거 할때, 너무 거만한 인상 또는 너무 유별나보이는 인상을 주면 별로 안좋습니다. 미국 회사의 경우, 하루종일 면접 하는 도중에 면접관이랑 같이 점심식사 하러 가는 경우가 있는데, 나 채식주의자다, 나 이슬람이라 뭐 안먹는다, 나 유태인이라 뭐 못먹는다... 이런 지원자들 별로 좋은 인상 받지 못합니다. 면접보는 날은, 본인이 유태인이라 돼지고기 못먹는다고 해도, 면접관이 돼지고기 요리 먹으러 가자고 하면 가서 먹어 줘야 합니다. 대다수 직원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한국 회사의 경우, "술 좋아합니까" 하는 질문에, "저는 술 절대 안합니다" 라고 대답하면 곤란하겠죠 (물론 "저 술 좋아합니다" 도 정답은 아닙니다. 맨날 술에 쩔어서 자기관리 잘 못하는 직원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시긴 하지만 많이 마시진 않습니다" 정도가 정답일 듯...).

[3]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세요.

미국인들은 평소에 말조심 하는 게 습관이 되어서 미국인 지원자들중엔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만, 간혹 한국인 지원자를 면접볼 때 보면, 무의식중에 황당한 말을 해서 좋았던 인상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째로 기억나는 경우는, 엔트리 레벨 개발자를 뽑는데, 한국에서 어느 유명 SI 업체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분이 지원했습니다. 우리는 "개발" 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데, 그분의 경우 경력은 길었지만 주로 "개발 관리" 를 했지 "개발" 을 잘하는 분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 하며, 그렇지만 너무 큰 기대는 안 하고 뽑을 생각도 하며 면접을 했습니다. 성실한 분이면 뭐든 배워가며 할 거라는 기대를 하며... 어차피 엔트리레벨 포지션이었고요.. 그런데 이분은 "내가 이 포지션에 비해 좀 오버 콸리파이 된 사람이다" 라는 언급을 하시더군요. 그런 생각이 들어도 혼자 생각만 하실 것이지 면접 자리에서 할만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버 콸리파이 된 분이 엔트리레벨 자리에 지원한 게 자랑도 아니고.... 본인 스스로 자기가 이 포지션에 비해 너무 잘난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일에 그다지 만족 못할 것은 뻔한 일이고,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은 직원은 절대 안뽑습니다.

둘째로, 역시 한국분이었는데, 박사학위를 가진 분이었습니다. 전화로 면접을 보며 (한국어로) 기술적인 문제를 물어보았고, 썩 대답을 잘 하지는 못했습니다 (예상 못했던 건 아닙니다. 어차피 학교에 오래 계시던 분이 실무를 잘 모를테니까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에 모두 100% 만족스런 대답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므로,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이 서너번에 걸쳐 강조하듯 말씀하신 게, "일단 뽑아주시면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시더군요. 제 생각엔 요즘, 한국 대기업 면접에서도 이런식으로 말하는 사람 안 뽑을 거 같습니다. 무슨 머슴을 뽑는 것도 아니고, 기술자를 뽑는데 이렇게 프로페셔널 하지 않은 대답을 하는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지요... 면접 볼 때는 자기가 잘하는 게 뭐고, 이 회사에서 그걸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포인트를 맞춰야 합니다.

세째로, 역시 한국분... 우리가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그에 대해 자기가 아는 걸 자신있게 설명하려는 태도까지는 좋았습니다만, 우리가 하는 방법이 틀렸다, 그렇게 나가면 반드시 실패한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뭘 모른다, 주구장창 이런 식으로 나가시더군요. 그러면서 강조하는 게 반드시 자기를 뽑아야 성공 할 수 있을 거다 라는 거... 대화의 기술이 부족한 분을 뽑고 싶은 회사는 없겠지요. 면접 보러 오면 일단 회사에 잘 보여야 합니다. 자기 잘났다는 걸 보여주는 건 좋지만, 자기 보스가 될 면접관 자존심은 건드리지 마세요. 만약 내가 면접관이라면 면접볼때 나 무식하다고 개쪽 주는 지원자 절대 안뽑을 것 같습니다.

[4] 면접 성공 하는 방법

대화를 면접관이 이끌어나가게 하지 말고, 지원자가 이끌어나가는 경우 대부분 성공 합니다. 자기가 아는 이야기를 하고, 면접관이 잘 모르는 걸 질문하면 자기 경험을 이야기 하고 이런 식이어야 합니다. 본인이 아는 거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이 회사에 그게 왜 필요한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의 예를 들어 설명 하자면, C++ 프로그래머를 뽑으려고 면접 할 경우, 프로그래밍 스킬에 대한 이런저런 질문이 오고 간 다음, 디자인 패턴, STL 등등 에 대한 이야기를 절대 면접관이 먼저 물어보게 하지 마세요. 본인이 먼저 이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나 이런거 잘하는데 너희도 이런거 많이 사용 하냐. 하는 식으로 나가야 합니다.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지원자로서, 면접관으로서, 참여했던 모든 면접에서 예외 없이, 지원자가 먼저 이런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경우는 점수를 많이 얻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점수를 많이 잃었습니다.

[5]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 할 때 자신감을 가지세요

어차피 100%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한 일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자신있게 이야기 하며, 비슷한 성취를 이곳에서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암시를 주세요. 과거에 성공한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점수를 많이 따지만, 과거에 뭐 이런저런 거 해봤다 하면서, 그저 그랬다 하는 식의 인상을 주면 안됩니다. 그리고 과거 개발한 것에서 특별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걸 해결했거나 하는 게 있으면 꼭 언급하세요.

[6] 대세를 따르세요

객체지향 방법론, 프로그래밍 스타일 등등에 있어서 개발자들은 보통 자기 방식에 대해 일종의 "종교적인 신념" 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스타일이 옳고 저런 스타일은 틀리다 하는 걸 웬만하면 밝히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하는 도중에도 개발자들끼리 이런 "종교관" 이 달라서 마찰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접관이 어떤 특정한 개발 방법론의 광신자일 수 있는데, 지원자가 그 방법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면 곤란하겠지요. 그리고 디자인패턴 같은 방법론에 대해서는 본인이 어찌 생각하든간에, 무조건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척 하세요. 그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에 디자인패턴을 이렇게 적용해서 이렇게 성공했다 하는 시나리오를 (없으면 지어내서라도) 준비해 가야 합니다. 저는 심지어 면접장에서 "저는 객체지향 방법론 자체에 회의적입니다. 꼭 객체지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객체지향으로 모델링 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하는 "급진적인" 지원자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탈락시켰지요.

이상입니다. 그냥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므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마시고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시 읽어보니 미진한 부분이 많아, 내용을 조금 수정하였습니다.)

  • ourdream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졸업 후 회사에 가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조언인 듯 합니다.

  • 꿈꾸는 소년 ()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회사만이 아니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연구실에 갈때도 대동소이한 것같습니다. 저희 랩도 최근에 거의 상당히 많은 인원을 인터뷰했습니다.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고 거의 한명도 오퍼를 주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이유가 위에 말씀하신 것 안에 들어있구요. 특히, 이미 프로페셔널이데 프로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게 제일 점수를 많이 잃는 것같고, 또 하나는 communication skill 인 것같습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하고는 또 다른 문제인데 특히 우리 한국인들이 많이 서툴더군요.

  • 작은고기 ()

      Thank you so much for sharing your experiance.

  • 썬버스트 ()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

  • 김선영 ()

      좋은 글입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지원자가 자신감이 너무 과하면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어보이고, 너무 자신감이 결여되면 뽑아서 어디에 쓸까라는 고민이 생기죠.

    대부분 문제가 있는 분은 대화할때 은근히 남을 무시해야 자신이 잘나보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정말 사회의 쓴맛을 봐야 정신차리죠.

  • ()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조언이 후배들에게 희망을 줍니다

  • KJS ()

      이 글이 올라오고 난 후, 회사 전문연구요원 면접을 보고 왔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것 같습니다.

  • 궁금이 ()

      간만에 로긴한 김에, 여러 글에 댓글을 다는데, 이 댓글이 가장 뿌듯하네요. 좋은 글 감사드리고....누가 되지 않으시다면 제 놋북에 퍼 두겠습니다.

  • 창민 ()

      제가 유학 준비하면서 가고 싶은 연구실 교수님을 만날 기회를 가졌었는데요.. 그 때 여러가지 말할 것 준비했었지만 너무 긴장한 탓인지 별 말을 못하고 나온 것이 더 후회가 되네요..-.-;; 퍼가서 다시 연습해야 될 것  같습니다..^^

  • 김동현 ()

      좋은 글 오래 읽었습니다.
    퍼가도 될런지요... 물론 제 개인홈피에 올릴 것입니다만.. 많은 분이 보게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 Monsieur ()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읽어보니 미흡한 부분들이 눈에 띄어서 몇몇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퍼가시는 분들은 새로 고쳐진 것으로 다시 가져가주세요. 감사합니다.

  • madawg ()

      지금 취업 준비 중인데 좋은 내용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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