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edrich Miescher.. and Max Weber..

글쓴이
꿈꾸는 소년
등록일
2005-12-15 16:14
조회
5,2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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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건
저도 마음이 슬프면서 한편으로 분노하고 한편으로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그래, 우리 얼마나 ㅤㅆㅓㄲ었었나 끝을보고 새롭게 시작하자!' 이런 마음이랄까요. 다만, 이러한 사태가 이렇듯 많은 예가 있다고 해서, 결코 황우석팀과 미즈메디의 잘못이 경시되어서도 안됩니다. 특히, 황우석팀의 경우는 명백한 잘못을 시인조차하지 않은 상태임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Walter J. Gehring이 쓴 "Master Control Genes in Development and Evolution: The Homeobox Story" (1998, Yale University Press)라는 책을 읽어보신 분이 계신가 모르겠습니다. 발생쪽에서 유전자발현의 조절이 어떤 기작으로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그것이 Evo Devo (발생과 진화를 연관지어 설명하는 분야.. 사실은 조금 틀립니다만... 자세한 사항은 구글을.)에서 어떻게 설명되어지는가를 다룬 명저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책의 다른 부분은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는데, 지금도 선명히 기억하는 부분이있습니다 (아마도 처음에 나오는 부분이라 그럴지도...).

Friedrich Miescher는 스위스의 베른 출생으로 생리학을 학부에서 전공한후 , 의대에 진학하게 됩니다. 발생학자였던 삼촌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삼촌이 참으로 나름대로 미래를 보는 혜안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젊은 조카에게 '너는 다른거 하지말고 세포의 핵에서 일어나는 생화학적인 연구를 해보면 어떻겠니...'라는 미래의 지평을 열어주는 말을 해주죠. 당시에는 아직 유전물질이 단백질인지, 핵산인지도 모르던 시절이고, 디엔에이라는 존재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미래를 보는 눈이 있던 분이었는지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삼촌의 조언에 따라, Miescher는 요즘으로 치면 포스트닥에 해당하는 일을 하려고 Ernst Hoppe-Seyler라는 당시의 유명한 생화학자의 연구실에 합류를 하게되는데, 그때 연구재료로 삼은 것이 바로 임파구 (lymphocytes)입니다. 두둥~~ 실험재료를 어느것으로 잡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수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 많을텐데요. 임파구는 세포크기에 비해 핵의 비율이 워낙 크기때문에 세포질의 오염을 최대한 줄이면서 연구를 할수있는 재료지요. 그는 이 재료를 이용해, 당시에는 획기적인, 인 (phosphorus)이 탄소, 수소, 질소와 함께 핵안에 존재하는 무슨 물질을 이루는 구성요소중의 하나임을 밝히고, 또한 이물질은 에탄올에 의해 침전시킬 수있음도 알게됩니다.

재밌는 것은 그는 이 결과를 당시 Journal medicinisch-chemische Untersuchungen이라는 잡지의 editor였던 자신의 스승인 Hoppe-Seyler에게 주고 (요즘으로 따지면 투고, submit)하고 떠나는데, 이결과는 출판되기까지 2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왜일까요. 재밌게도, editor로서 scientist로서 또한 스승으로서 너무나 막중한 책임감을 가졌던 노학자인 Hoppe-Seyler는 Miescher의 연구 전과정을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해보고 재현되는지 결과가 확실히 일치하는지 확신이 선다음에 출판하게 됩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참 황당한 얘기고 현대의 무한경쟁을 생각하면 아마도 이런 경우 더 빨리 출판해주는 저널에 투고를 하려고 할 것같다는 생각이 당시 이책을 읽던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눈사태처럼 점점 불어나는 fabricated된 수많은 동료 연구자들의 논문을 보면서, 참된 학자, 책임감있는 저널의 에디터, 또한 엄격한 스승이고자 했던 Hoppe-Seyler의 모습이 많이 떠오릅니다. 어찌보면 슬프지만, 어찌보면 황박사의 논문문제가 나오고, 그후 김선종, 천선혜님들의 논문에 관한 이야기가 알려진 순간 이미 이러한 눈사태와 같은 일은 예견된 것이기에 어찌보면 홀가분하며 이기회에 이제는 외국이 아니고 한국의 동료과학자들의 서슬퍼런 눈마저도 피할수없다는 교훈이 우리 모두에게 있길 바랍니다. 그러하므로 오늘을 기회로 삼아 우리 모두가 지금까지 몇몇 연구실, 기관에서는 관행이었을지도 논문의 데이터 조작, 그보다 경미한 trimming같은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쳐나가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가 이기회로 뭔가를 배운다면 이일은 훗날 우리학계를 성숙시킨 전환점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만, 자성의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안들키게 더 교묘하게 하겠다는 식으로 방향을 정하는 분들이 없기만을 바랍니다.

또한, 과거 많은 연구실이, 교수님들이 대학원생들이나 실제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원들에 비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고 그러하므로 부족한 지도, 평상시 raw data를 직접 챙기며 이루어지는  디스커션의 부족, 거기에 부족한 논문의 원고에 대한 엉성한 검열 (적당한 단어가 안떠올라서)까지 겹쳤던 것도 오늘의 문제를 있게한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특히, 그러하기에 많은 저자들이 들어가는 논문, 특히 여러 그룹이 참가한 논문에 오늘 우리가 본 문제점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았지 않았을까요. 앞서 Hoppe-Seyler선생과 같은 스승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요. 혹시, 여기 PI급의 분들이 계시다면 분야를 막론하고 같이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결국, 이러한 논문의 조작문제는, 개개의 연구자로서 또한 junior연구자들을 관리 감독 지도해야할 관리자및 스승으로서 우리가 프로답게 살아 왔는지 생각해 보기에 참으로 좋은 기회인 것같습니다. 끝으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 (Science as a vocation-Wissenschaft als Beruf)'에 나오는 말씀을 드리고 너무 졸려서 주저리 주저리 적으면서도 핵심이 없는 이글을 마치려 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학문영역에서는 일에 완전히 헌신하는 사람만이 인격 (Persoenlichkeit)이 있습니다"



-완전히 이 허접한 일에 매여있던 사이, 자기 논문은 스쿱당하고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지도...

  • 이재원 ()

      논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우리모두 조작하지 맙시다.

  • repeat ()

      간간이 올리시겠다고 하신 글들 기대하겠습니다.

  • oops ()

      퍼갑니다~<a href=http://politizen.org/zeroboard/zboard.php?id=wired&page=1&page_num=40&select_arrange=headnum&desc=&sn=on&ss=on&sc=off&keyword=&no=132687&category=1 target=_blank>http://politizen.org/zeroboard/zboard.php?id=wired&page=1&page_num=40&select_arrange=headnum&desc=&sn=on&ss=on&sc=off&keyword=&no=132687&category=1</a>

  • oops ()

      꿈꾸는 소년님..과학하는 분들과 일반인들의 괴리가 이렇게도
    넓은 줄 이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되었습니다.혹시 시간이라도 나시면
    틈틈히 폴리티즌의 일반인들 상대로 전공과 관련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 JohnCage ()

      단지 양심, 뭐 이런거에만 호소하는 것은 좀 그렇다는 생각도 양념으로 듭니다. 최소한 먹고살면서 진득허니 유의한 반복이 얻어질 때까지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매년 계획서 쓰고 실험하고 보고서 내고 결과물 출판하고 그걸로 또 계획서 쓰고... 이런 시스템에서는 이번 사건 같은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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