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육십대 과기인

글쓴이
작은고기
등록일
2005-12-18 15: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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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건
저는 미국의 회사 연구소에서 일한 지 7년째 됩니다. 저는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 가고자 하였는데, 한국에서 IMF가 터져서 미국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 곳 사이트는 작년에 알게 되었고 자주와서 글을 읽고 갑니다. 많은 분들의 글에 공감하고, 또한 제가 고민하였고, 현재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많은 분들도 고민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에서 저는 여러 일을 하면서 여러 오육십대 엔진이어하고 같이 일을 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미국은 매니저로 올라갈 수도 있고, 또는 본인이 원하면 평 연구원으로 계속 있을 수 있습니다. 평 연구원으로서 직급은 Staff, Senior, Associate, Fellow 로 바뀌지마는 일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 하면서 오육십대의 연구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이를 통해서 왜 한국에서는 나이들면 쓸모가 없어져서 명퇴를 해야 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나이가 들면 능력이 젊은 사람들보다 못해 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현재의 한국 기업문화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기업에 입사하면 실제문제에 많이 접하게 됩니다. 이년이나 삼년이 지나면 경험을 넓히기 위해 다른 부서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십년 정도 지나면 매니저가 됩니다. 매니저가 되면 테크니컬한 일 보다는 행정쪽의 일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후는  인간관계나 회사 대외적인 관계와 본인이 맡고있는 부서의 성취에 따라 더 승진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모든일이 잘 되어서 이사가 되어도 수명은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마는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한국의 기업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더 중시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충성도가 기업의 성장의 중요 요소라면 힘 펄펄한 젊은이들이 헐씬 경쟁력이 있습니다. 매니저가 되어 몇년 지나면, 자기가 가지고 있던 테크날러지는 옛것이 되어 버립니다. 매니저로서 조기 은퇴 후, 도퇴 되는 이유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둘째,  한국에서는 공정이나 장비를 자체 개발하기 보다는 외국에서 사 오기 때문입니다. 장비와 공정개발을 사 오면 이를 열심히 돌릴 사람이 필요한데,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까요? 이것은 우리나라 형편 상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기초연구와 회사에서의 응용 연구가 지속적으로 협력할 때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여러 부서를 경험하여 보고 들을 것은 많지마는, 실제 깊은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몇 년 전에 저의 동료가 한국 모 대기업에 출장 갈 일이 있어 갔다와서 저에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한국 엔진이어들 너무나 똑똑하다고 하였습니다. 영어도 잘하고 이론도 잘 아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매니저급들이 실제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매니저들이 "Book Smart"  한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여러 부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마는, 한 분야에서 전문가 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회사를 옮겨도 한 분야로 계속 일 하게 될때,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사오정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한 이공계 신입생들의 모집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재 이공 학부에 있는 많은 젊은이들은 졸업 후 전공을 바꿀 것입니다. 또한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을 어떤 명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스템이 바뀌고 이공계 졸업생들이 그들의 분야에서 육십대까지 만족하며 일하는 때가 오면, 오지 말라고 해도 많은 젊은이들이 올 것입니다.

  • ourdream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러번 논의 되었지만,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한국 사회는 구조적으로 나이 많은 연구원이 존재하기가 힙듭니다. 한국에서 일을 조금이라도 해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일단 나이가 들면, 연구소에서도 넥타이에 구두신고 책상에서 '한소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오십대에 직접 연구한다면, 일단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안좋습니다. 그리고 매니저와 엔지니어의 일의 구분이 확실한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는 나이많은 엔지니어를 부리는 매니저는 껄끄럽습니다. 나이많은 엔지니어도 자기가 나이가 많다고 사사껀껀 매니저와 부딪힐 겁니다.

    즉, 서로의 일에 대한 집중보다는 공적인 일 이외의 사적인 것(반말, 존대말, 개인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 잦은 회식 등등등)들이 너무 많이 얽혀 있습니다.

    전 지금의 한국사회에서는 님께서 말한 것이 실현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돌아온백수 ()

      많이 공감이 가는 얘기입니다. 저는 IMF 전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을 해보았습니다. 한국기업들은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변화는 현재진행형이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죠. 아마도 작은고기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나아진 상태일겁니다.

    사실, 이런 쪽의 변화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나마 대한민국이라서 꽤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위안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이공계의 문제는 대학과 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봅니다. 가장 낙후된 대학, 과학기술에 무뇌라고 봐도 될만한 정부, 쌍두마차가 이끄는 파국이죠.

    이번 황 사건은 대학과 정부가 이끄는 파국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라고 봅니다. 냄비근성의 한국인이라, 또 얼마지나면 잊어버리겠지만, 이런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지혜가 절실합니다. 낙후된 대학을 개혁하고, 선진 과학기술행정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 백면서생 ()

      글쎄요. 어느 분이 말씀하셨듯 한국 기업은 '밤새는 기술'로 승부하는데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이 기술이 급격히 떨어져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 돌아온백수 ()

      거 "밤새는 기술" 말이죠. 저는 기업에 있을때, 진짜 일한다고 밤새는 사람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술먹다가 밤새는 경우는 종종 보았죠. 그런 엄살 대부분이 뻥입니다. 100명에 한명, 천명에 한명이 일년에 하루 이틀 밤샌거 가지고 과장되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대한민국에 밤의 문화가 발달한 것과 연결시켜 보시면, 대강 그림이 그려질겁니다. 집에서는 아빠가 일하느라 안들어오는 줄 알고 있고, 유흥가에는 불이 꺼지지 않죠. 젊은 아가씨들은 유흥가로 몰려가고, 기웃거리던 젊은 총각들은 자기만 깨끗하다고 깨끗한 아가씨 찾는다고 설치고...., 블랙 코미디죠.

  • BioCom ()

      돌아온백수님 말에 50% 정도 동의 합니다. 그런데 프로젝트 떨어지고 데드라인 1달에 직속 이사의 목이 달린 일이면 일로 밤새는 경우도 많습니다(1년에 고과철 이전이면 꼭 발생합니다). 문제는 밤새 일해야 할 사람이 팀의 30% 정도라면 70 %는 집에 가도 되는데 분위기상 옆에서 같이 밤을 새주어야 할 것 같은 느낌때문에 결국 팀 전체가 밤을 새는 경우가 꽤 됩니다. 별로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되더라구요. 

  • 김선영 ()

      좋은 글을 써주셨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SW분야도 마찬가지로 외국에서 제품을 사오는 경향이 짙다보니 밤새서 노가다 할 인력을 더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능이 안나오면 H/W로 땜빵하고... 그러니 점점 숙련되고 고난이도의 기술을 가진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가 나올 수 없는 풍토가 되는것 같습니다.

    사실 밤새 일을 해도 우루사와 박카스 한병에 초롱초롱한 눈이 되는 20대의 인력을 더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땜빵 기술에만 능통할려는 기업의 특성때문이죠.

  • 21세기_미싱공 ()

      우루사와 박카스 한병에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인력만을 원하는 높으신 분들 덕에 지금 SW 분야에서 10년차 경력의 사람들을 찾기 힘든게 아닌가 싶군요... 10년차 경력을 찾기 힘든 분야..그런 분야가 앞으로 나이 50이 되어도 연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련지..

  • 익명좋아 ()

      한국에서 생명 보험업이 왜 판을 치는 지 대강 알 것 같습니다.새로운 지식, 새로운 기술이 없으면 금방 도태가 되는 한국엔지니어 사회군요.뭘 먹고 사나...

  • 과학사랑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리나라와 미국 엔지니어들이 일하는 환경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S.
    `작은고기'님처럼 미국에서 오랫동안 엔지니어 생활을 한 사람이 쓴 책을 감명깊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에는 SW가 없다'는 좀 도발적인 제목을 단 책인데요, 2003년말에 출간됐습니다.

    저는 `과학기술'에는 문외한인데 이 책을 읽고 우리나라 SW산업이 발전하기 어려운 이유를 알았습니다. 안철수연구소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일하고 있는 저자(김익환)는 그 이유를 SW를 모르는 공무원과 기업 경영자, 그리고 한번도 SW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개발자 모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 사이트 회원 중에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연구할 분이 분이 있을까 해서 책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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