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학 이야기...

글쓴이
Quantum chemist…
등록일
2006-09-20 21:09
조회
12,762회
추천
0건
댓글
17건
안녕하세요? 일본의 대학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몇자 적어봅니다만, 어디까지나 제가 다닌 대학교의 저희 학과에 국한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일본의 중위권 국립대학의 응용화학과(?)에서 공부했습니다.


1. 강의 스타일:

한국대학교의 강의스타일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본대학의 강의방식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교수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일방적 강의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일정한 비율의 출석을 채우지 않으면 기말고사 수험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정식 시험은 기말고사 뿐이지만, 대부분의 전공과목은 중간고사를 봅니다.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학생은 매우 드물고, 가끔 수업시간에 문제풀이를 시키는 교수도 있습니다. 점수는 가혹하게 그대로 절대평가를 하는 교수도 있지만, 보통 인원의 30~40%는 A, 40~50%는 B, 10~30%는 C나 그 이하의 학점을 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과 인원이 전체 180명 정도되었는데, 매해 한 10명 내외로 성적이 안좋아 유급을 하는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영어수업은 전무하다시피 하고, 교과서는 아주 유명한 미국서적(Atkins물리화학, Mcmurry유기화학)의 번역판이 아닌 경우에는 일본국내출판 서적을 사용했습니다. 


2. 면학분위기:

일본도 수험전쟁이 만만치 않는 나라라 대학교만 들어오면 학생들이 해이해 지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자대 대학원 추천입학시를 제외하고는, 진학이나 취업에 학점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각종 서클활동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서클이 캠퍼스 라이프의 중심이 되어서, 학과 모임이나 과대표같은 것은 없습니다.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일본인 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거의 없어서 학과에서 1등을 해도 무이자로 학비를 대출받는 정도외에는 별다른 재정지원은 없습니다. 오히려 외국인에 대한 지원이 많습니다.


3. 취업활동:

일본은 인턴사원모집이 거의 없어서 보통 대학졸업 후에 처음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원자에게 높은 학점이나 어학시험성적, 또는 자격증취득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고, 면접이나 기업자체평가시험을 통해 채용을 결정합니다.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지는 취업활동을 해보지 않은 저는 잘 모르지만, 일본에는 저마다의 스타일을 지니면서도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입지를 차지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 대학원 분위기:

일본에서는 국내에서 학위를 마치고, 지도교수에게 연구실을 물려받는 경우가 많아서 외국대학출신 교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자연히 외국대학원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도 매우 드물고, 박사과정까지 생각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좀더 좋은 타대학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취업을 생각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경우, 연구개발직은 기본적으로 석사취업이 많습니다.

필수적인 학부 수업은 3학년때까지 끝나고, 4학년때는 각자 연구실에 배정되어 졸업논문을 써야 합니다.
보통 미완의 학부졸업논문을 석사과정을 통해 완성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이 결정되어 있는 학생에게는 상당히 수준있는 연구과제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인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은 낮은 이자의 학비대출이외에는 거의 전무하고, RA나 TA등에 의한 급여는 거의 용돈수준입니다. 드물게 국가연구원(?)으로 지정된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약 20만엔 전후의 월급과 연구비가 지원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실 잡무나 행정처리는 (비상근)비서들이 처리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에 학생들이 강제로 동원되는 일은 없습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시면 답글 달아주세요... 

  • 꿈꾸는 소년 ()

      퀀텀님...

    이렇게 글을 보니, 옛생각이 나네요. 화공이라고 하셨나요? 네즈역으로 내려가던 길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그쪽으로 좀 올라가면 있던 카네코라는 식당의 미소토오후가 가끔 먹고 싶어집니다. 기회되면 가셔서 드셔보세요. 제가 있던 때는 650엔인가 했는데, 저는 아주 좋아했습니다...

  • Quantum chemist… ()

      전 톤코쯔라면을 무지 좋아했는데..가장 그리운 음식도 톤코쯔 라면이네요^^;;; 꿈꾸는 소년님은 어디 계셨습니까?

  • 돌아온백수 ()

      돈코쯔 국물 맛을 능가하는 국물이 한국에 있습니다. 뼈다귀 해장국 체인점들 중에 있는데, 이름이 가물가물.... 하여간 그 국물맛은 라면 국물로 최고점을 줄만한 것이었는데.... 아~언젠가 그 체인점 사장을 만나서 생라면에 도전해 보시라 건의하고 싶었는데....

  • 공룡 ()

      대학원 부분에 한국이나 미국과 차이나는 부분이 있어서 잠깐 첨부하자면..
     일본 대학원 연구실은 우리 나라와는 달리 연구실 이름을 해당 교수의 이름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지도 교수가 후쿠다 교수라면 후쿠다켕, 오쿠야마 교수라면 오쿠야마 켕 이라고 부릅니다. 유명한 교수님이라면 외부에서도 학교나 학과를 언급하지 않고 무슨 켕이라고만 해도 같은 분야에서는 다 알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와는 달리 한 연구실에 교수, 조교수, 조수 등 학교 스텝이 여러명 속해 있습니다. 모두 박사 학위 소지에 석사, 박사과정 생을 지도할 수 있습니다. 교수, 조교수, 조수 들이 각기 약간씩 다른 연구를 하기도 하고 대학원생들도 각자 전공이 맞는 담당 스텝들과 일을 하게 됩니다. 연구 분야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에 따라 지도교수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나름 대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명하고 연구비가 많은 연구실일 경우 이 스텝의 수가 더 늘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역할을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포닥 과정의 연구원들이나 박사 과정 고참자들이 수행하는 데 일본은 정식 학교 직원 신분의 스텝들이 진행하는 것이죠.
     일본은 대학 연구비에 인건비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생들에게 인건비 지원이 좀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BK21과 비슷한 COE 21프로그램이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구실마다 신청해서 선정될 경우 정부에서 인건비를 지원받죠. 부익부라고 해야 할 까요 유명하고규모가 큰 연구실이 COE 21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연구실은 돈을 많이 줄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도 많고 일본인들도 많은 편입니다.

  • 로타리 ()

      대학 외의 질문인데요..
    일본의 고교생 대학 진학율이나....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청년들의 사회진로는 어떻습니까?

  • 무소유 ()

      일본 상위권 국립대학은 주로 어디를 꼽습니까?

  • 김선영 ()

      연구 중심으로 갈려면 교수이름이 더 중요하게 가는게 맞다고 봅니다. 물론 이것도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연구실의 교수 중심의 경우에는 상하관계가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라면 연구실을 물려받기 위해서 추악한 짓까지 할수도 있지요.

  • 김선영 ()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구실은 대부분 일본과 미국의 안좋은 점만 본받는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예전에 일본의 한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국은 너무 체면을 차린다. 개인적인 면을 희생해서라도 체면을 차릴려는 것이나 과시욕이 크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일본의 전후와 비교를 하던데... 반감은 많이 생겼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틀린말도 아닌것 같습니다.

    그때 생각난것은 일본이 우리나라는 연구하는 만큼 우리는 일본을 연구하는지 궁금하더군요.

  • 꿈꾸는 소년 ()

      퀀텀님/
    저야 응용생명공학과라고 하는 곳에...

    무소유님/
    일본 상위권 국립대학은 동경대, 오사카대, 쿄토대를 우선 최상위 그룹에 놓는 것으로 압니다만, 다른 곳의 큰 국립대들도 나름대로 좋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립대학 (동경6대학이라 불리는 6개의 전통사학명문제외... 기억에는 게이오, 와세다, 법정-호우세이, 메이지 등등등 인데.. 나머지는 기억이 왔다갔다해서 확실한 것만..)보다 국립대를 더 좋은 학교로 보는게 일반적인 것같습니다.

    김선영님/
    연구실을 물려받기 위해 교수에게 간도 쓸개도 내주어야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일본은 처음에 조수를 시작하는 것부터가 일단 그게 좋아서라.... 저도 월급명세서를 본적이 없어 뭐라하기 뭐합니다만, 전에 문부성 장학금을 늘리려다가 잘못하면 조수월급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있어서 그만두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자기는 학교에 남아 연구하는게 천직이다라는 생각이 없는 경우는 도저히 할수없을겁니다. 당장 부인들이 못하게 하겠죠. 연봉차이가 4배정도 날텐데....연구소나 회사에 취직하는 것과 비교해서.

    일본도 나람대로의 약점과 장점이 있는데, 다만 그게 그들은 다행히 오랜 시간에 걸쳐 근대화가 가능했기에 자신들의 전통과 사고방식에 맞는 시스템을 정착시킬수있었다는게 제일 중요하겠죠. 분명 그들에게는 잘 맞는 시스템으로 보입니다 (그들도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 있지만...).

    아.. 그리고, 우리는 말만 하지 일본에 대해 연구는 별로 안하는 것같습니다. 하다못해 한국역사에 대한 것도 일본에서 논문이 나오고 나서야 알게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더군요. 그런데, 일단 질을 떠나 거의 전분야에 걸쳐 양적으로 너무 차이가 나기에 뭐라 말하기는 어렵긴 합니다만..

  • 돌아온백수 ()

      90 년대 초에 동경에 있는 어느 대학의 유명한 교수 연구실에서 연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카이스트니 포항공대니 하면서 대한민국도 연구실들이 구색을 갖추고 있을 때였죠.

    반도체 관련 연구실이 었는데, 장치들이 작으면서도 아주 효율적으로 특수 제작되어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죠. 대한민국은 덩치 큰 생산용 장치들을 수입해다가 대학에서 돌려본다고 껄떡 거리고 있을 때인데, 실험실 용 장치를 주문제작해서 사용하는 것이 부러웠고, 제작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한 것에 또 놀란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그때 카이스트를 다녔던 분들이 그나마 반도체 관련 장치제작에 참여해서 LCD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죠. 만일 대한민국에 그 당시에 일본과 같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 Eric ()

      무소유님..상위권 국립대학이라면,
    구제국대학 이었던 동경,오오사카,쿄토,나고야,큐우슈우,홋카이도대학과 동경공업대학(한국의 과기원이나 포항공대정도)과 히도쯔바아시정도라고 생각되네요.
     공대쪽으로 최상위권이라면 제 생각에는 동경공업대학(TIT)과 동경대 아닐까요? 다음이 쿄토대,오오사카정도라고 생각되네요. 뭐 순위를 따지는게 좀 그렇지만. 아시다시피 공대쪽에서는 게이오나 와세다도 별로 높게 쳐주지 않습니다.

  • Eric ()

      앗..동북대가 빠졌네요.아주 좋은 대학이지요.

  • 무소유 ()

      답변 감사드립니다...그런데, 에릭님 일본에 계셨나요? 쿄대(Kyoto Univ.)가 공대로 유명하다는 것은 별로 납득이 안갑니다만...-_-;
    실제로 논문봐도 압니다...쿄대 캠퍼스 가봐도 알겠던데요.....그쪽은 사이언스아닌가요~,,

  • -_-; ()

      일본이 각종 유학생 집계 차트에서 5위권 안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종종 보는데요.. 물론 한국이 1-2위를 다투긴 하지만... 5위권이라면 유학을 아주 드물게 간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나요? 물론 여기서 박사과정에 있는 애들한테도 물어보면 그냥 일본에서 수험생인게 싫어서 대학을 미국에 와서 다녔다고 하긴 하지만...

  • -_-; ()

      박사학위를 마치고 포닥으로 온 사람들은 꽤나 많이 보구요.. 의사나 그 외에 연수를 온 사람들도...

  • Eric ()

      무소유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보다 더 일본통이신것 같은데요..
    예전에 일본에서 좀 있었습니다.

     

  • 녹주석 ()

      딴얘기인데... 이집트에서 유학온 학생이 미국와서 무척 놀랐다고 하더군요. 모국에서는 수업 대부분이 강의시간내에 교수, 학생들과의 토론식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빡빡하게 리포트 써내는 것도 너무 생소하고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시험 방식조차도 너무 생소하고 (한국과 비슷한)미국 강의도 너무 생소하다고요. 너무 놀라서 당황(?)한 나머지 첫번째 시험은 포기 하더군요.

    그리고 보니, 그럼 GRE 셤은 어떻게 봤을런지...??

목록


자유게시판

게시판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등록일 조회 추천
공지 질문과 상담은 용도별 게시판을 이용하세요 댓글 5 sysop 04-20 5152 0
14719 겸임교수 유감 댓글 2 tSailor 01-18 1318 0
14718 나폴레옹과 산업혁명 댓글 1 묵공 12-10 1058 0
14717 LK99 논문에 대한 단상: 저항률을 중심으로 댓글 13 묵공 08-09 3271 0
14716 배터리 전기차 과연 친환경인가? 댓글 21 tSailor 07-13 2873 0
14715 답변글 Re: 배터리 전기차 과연 친환경인가? 댓글 4 tSailor 07-26 2289 0
14714 국가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게하여 음주운전/묻지마 폭행/살해/살인 등의 문제를 예방 dfgh 06-28 1630 0
14713 국힘당 정체성은 뭘까요? 댓글 8 시나브로 06-08 2632 0
14712 결국 한동훈 딸은 MIT에 가려나 봅니다. 댓글 9 늘그대로 04-13 4809 1
14711 미국의 금리 딜레마 댓글 9 예린아빠 03-22 2779 1
14710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언제 올까? 댓글 15 펭귄 02-22 3246 0
14709 AI 챗봇 chatGPT를 사용해 본 소감 댓글 10 시나브로 01-19 4282 0
14708 2023년 새해 전망 댓글 13 예린아빠 01-01 2956 0
14707 관성 핵융합이 해결해야할 과제 댓글 11 묵공 12-23 2464 0
14706 사기꾼, 범죄자 천국인 나라. 댓글 2 펭귄 11-23 3185 0
14705 갑자기 공허한 생각 댓글 11 늘그대로 11-09 3407 0
14704 시진핑 3기 집권의 의미 댓글 43 예린아빠 10-26 3634 0
14703 서버 분산에 대해서 댓글 4 늘그대로 10-18 2715 0
14702 현 금융위기에 대한 간략한 설명 댓글 13 예린아빠 10-08 3026 0
14701 우리나라 어디까지 추락될까요? 댓글 52 시나브로 09-22 4495 0


랜덤글로 점프
과학기술인이 한국의 미래를 만듭니다.
© 2002 - 2015 scieng.net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