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황우석 교수의 결정

글쓴이
김하원
등록일
2004-08-12 00:34
조회
3,8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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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건
답글들이 좀 그렇습니다. 쓰신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님들도 답글 쓰시면서 서글프지 않았나요? 읽는 저도 그렇습니다. 쓰는 자와 읽는 자 모두 혀끝에 개운하지 않음을 남기게 됩니다.

이공계 살리기. 제가 사이엔지에 있었던 기간이 그다지 길지는 않습니다만, 이공계 기피 관련하여 그야말로 '오만가지'진단과 대책들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나올 건 거의 다 나왔습니다. (답답한건, 나왔던 이야기들이 얼굴을 바꿔가며 계속 나오는것이고.. 더 답답한건 '실천'을 하는 사람이 정말 얼마 없다는 점입니다)

개중에서 제일 많았던 것이 '독약처방' 입니다. 이공계가 무너지도록 방치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줍니다. 산업, 경제, 국방, 사회와 정치. 모든 방면에서 아주 다양한 전망들이 쏟아졌습니다. 이공계를 버리면 얼마나 '망할'것인가. 얼마나 암울하고 끔찍한 미래가 닥칠 것인가. 이게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짧게 잡아도 2년 전입니다.

그렇게 하여, 어떻게 되었나요. 아이쿠 이렇게 두면 망하겠다. 하나둘씩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떠드는 사람은 계속 떠들 뿐이고, 정작 바뀌는 것은 실제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닌 끝에 얻은, 귀중하지만 우리의 급한 마음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 과실들 뿐입니다.

매운 것도 자꾸 먹으면 매운지 모르게 됩니다. 감각이 둔해지거든요. 배성원님께서 내지르신 일갈이 마음에 남습니다. '망한다 망한다 하니까 이젠 그마저도 안먹힌다'.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이 터져서인지, 이젠 십년후에 나라가 어찌된다 같은것은 위협 축에도 끼지 않나 봅니다.

말라붙은 아스팔트에 싹이 터 거대한 나무가 자란 듯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황우석교수가 어떤일을 해냈는지는 다들 아시죠. 그건 우리의 몇안되는 귀한 재산입니다.

이제 우린 그 나무를, 각종 흉악범죄에 놀라고 불황에 지친 이웃과 국민들을 또한번 놀라게 하기 위해 송두리채 뽑아 버려야 할까요?

황우석교수가 미국에 가버린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충격과 공포'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때까지 그토록 힘주어 말하고 또 외쳤던 이공계 위기론이 남겼던 결과들을 생각해 볼 때, 그것은 우리에게 황폐한 폐허만을 남길 것과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

이제 충격요법과 협박(?)은, 약효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린 말라붙어 갈라진 땅에 불을 지르기보다, 물을 주는 시도를 해 볼 때입니다. 애써 자란 나무를 잡고, 지키고, 물을 주고 벌레를 잡아 가꾸어 봅시다. 그래서 우리가 또다른 나무를 심어 가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입니다.

오늘 이공계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공청회에 다녀왔습니다. 책상 나르고, 음료수를 준비했죠. scieng에선 작년에 이공계 전문인력 대체복무제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역량을 기울였습니다. 그 성과는 여러분들이 언론에서 접한 바와 같습니다. 이번엔 (이공계특유의) 비정규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죠. 물론 그외의 문제들에 대해 신경을 끄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scieng가 실제로 뭔가 실천을 하여, 적지 않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윗글에 답글 쓰신 분들. 진정으로 황교수께서 이나라를 버리길 바래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란것, 다 알고 있습니다. 나라안팎이 흉흉하고 피폐하여 마음이 지친 나머지, 답답함에 내뱉은 한탄일 뿐이지 않습니까?

황교수가 이땅에서 거대한 나무로 뿌리내리길, 그리고 그 옆에도 또다른 나무들이 자라나서 큰 숲이 되길 바라고, 또 그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제 좀 여유를 갖고, 다시 살 길을 생각해 봅시다.

  • 에트리안 ()

      Science 는 Global 하지만,
    Scientist 에겐 국가가 있다.

    황우석 교수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지요.
    몇번의 강연을 들으면서 저 말씀을 자주 하시더군요.
    어쨌든 열심히 해보자구요

  • ()

      ..^^ 누군가 저런말을 하면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죠. 예전에 언젠가 외국에서 게시판에도 답글로 남긴적이 있는데. 그 Scientist의 국가는 바뀔 수 있으며 절대 절명의 국가가 아닙니다. 이제는 scientist나 engineer에게는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황교수님이 다른 나라로 옮기신다면 우리는 황교수님을 매국노라고 비판할 수 없고 황교수님을 계속 붙잡아두지 못한 우리 사회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황교수님의 업적은 대단하지만, 황교수님의 너무 봉사하시는듯한 태도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황교수님이 선도 사례가 되어 제대로 대우 안해줘도 사명감으로 해야하며 애국심으로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 같습니다.

  • 에트리안 ()

      진님의 의견의 동의를 하면서도 한편으론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과학자건, 엔지니어건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것이 당연하고 그래야만 합니다. 저도 이렇게 생각은 합니다.

    다만. 뭐랄까요?
    그 대우라는것.
    경제적 지위, 사회적 지위, 등등을 말하는 거겠죠.

    그런 대우도 정말로 중요하지만,
    '저' 는 제가 하는 연구에 대한 성취감과, 애국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국가 (혹은 제가 속해있는 연구소라는 조직) 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사명감 에도 무게를 두고 싶네요.

    진님께서 마지막에 말씀하신
    "제대로 대우 안해줘도 사명감으로 해야하며 애국심으로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사태"
    는 오지 않을겁니다.
    개개인이 더 나은 환경과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대한민국을 버리고, 다른 나라에 간다고, 진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그 아무도 비판을 하지 않을겁니다.
    즉, 강요하는 사태까지는 오지 않을겁니다.
    지금 이순간도, 많은 국내 유망과학자들이 유학을 가고, 외국에 job 을 얻고 가고 있는데요. 강요라니요.

    한가지 덧붙이면,
    ADD 에서 병특으로 근무하는 친구와 술자리를 하다보면,
    예전에 ADD 초창기때, 해외유치과학자라고 해서 정말 똑똑한 우리 선배님들이 오셔서 묵묵히 일을 하셨더군요.
    또, 예전에 교환으로 미국에 가있을때 알게되었던, 파키스탄 친구도,
    학위하고 바로 파키스탄으로 간다고 하더군요.
    미국에서 훨씬 좋은 job offer 도 있었는데 말이죠.

    저는 이런 것들을 보면서
    유치과학자 선배님이나 파키스탄 친구나,
    자신이 받는 , 혹은 받을수 있는 대우 보다는
    다른 무언가에 더 가치를 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물론 다른 무언가는 더 잘아시겠지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파키스탄 친구나 유치과학자가 더 올바르고 선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그런 것에 더 가치를 두고 싶다는 말일 뿐이니다.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거지요

  • 배성원 ()

      왜 한국의 이공계는 '좋은 처우'와 '자신의 일을 통한 애국'이 병행되서 조화되지 못하지요? 왜 그 두가지가 이렇듯 서로 대치되는 개념으로 이야기되어져야 하나요?
    그 두가지 모두를 향유하는 많은 직업과 계층이 한국에도 있는데 말입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 ()

      에트리안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자신이 선택하는거지요..그리고 정말 초창기 박정희정권때의 귀국 과학자분들은 정말 엄청난 열정을 품으신분들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거는 그때, 우리나라가 그 수준일때 통용되었어야 하는 얘기라고 생각됩니다. 21세기에도 그런식으로 가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을뿐입니다. 원글에 달린 댓글에서도 누군가 말씀하셨지만, 정말 앞으로는 그럴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합당한 대우 어쩌고 하면, 황교수님의 예를 들어가면서 열정이 없어서 그런다, 그런식의 얘기로 비 합리적인 대우를 정당화 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회사등지에서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외국으로 가면 -.- 매국노소리 언론에서 나옵니다. 요즘 특히 위태위태한 중소휴대폰 업체들의 경우 (물론 산업스파이와는 구분됩니다)..회사가 위태위태하고 불안한데 그럼 한국내 업체끼리는 1년간 이직도 못하게 계약 해놓았으니 갈곳이 중국쪽이나 기타 외국밖에 더 있습니까? 그걸 -.- 돈만 쫓지 않는 대국적 자세가 요구된다느니...10년간 1조원의 가치가 있는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단돈 연봉 1억원에 스카우트 되는 비 도덕적인 자세라느니 -.- 하는 기가막힌 소리가 종종 나오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지만, 가끔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2-3배 정도의 제의를 받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걸 같은 처지의 회사연구원들은 축하해 주지만, 인사팀이나 주위에서는 말도안되는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압박을 주죠...-.- 에고 하여간 자신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황교수님의 자세는 뭔가 아쉽습니다. 너무 상아탑에서만 계시는게 아닌가. 저런분이 나서서 이공계 기피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대우만 해줘봐라~ 한마디만 하면 우리나라 특성상 그래도 뭔가 변화의 조짐이 있을텐데요....--;; 돈이 많으면 나태해질지도 모른다는 정말 너무 좋으신 말씀을 하고 계시니....

  • 가치창조 ()

      그러니까 그게, 애국심을 통한 국산품 애용운동이랑 비슷한 겁니다. 정말 우리나라 잘 살아보자고 회사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만들고, 국민들도 같은 값에 품질 좋고 서비스 좋은 외제 놔두고 애국심으로 국산 쓴다면, 그건 참 아름다운 광경이죠. 그런데 만약... "대충해도 뭐 국산품 안쓰면 욕먹으니까 다 사줄꺼야. 대충 만들고 서비스도 대충해줘" 이러면서 국민들에게 국산품쓰라고 하고 이익은 자기들이 챙기고 그래도 됩니까? 그래도 애국하자고 국산품 써야 하나요? 지금 우리사회가 전자쪽인지 후자쪽인지는 각자가 잘 생각해볼 문제겠지요. 어떤 경우에도 국산품 쓰는 사람들 있습니다. 참 "훌륭한" 사람들인데요, 그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지는게 정말 국가가 잘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 Hithere ()

      경제학에서도 보면 매판자본, 역사적으로 볼때도 매국노가 잘먹고 잘삽니다.  그냥 황교수님 저렇게 사시게 놔두 시죠?  사실 황교수님이 돈에 팔려 가봐야, 결국 스타 교수나 과학자 몸값올라가는 것이지, 뭐 그다지 한국 과학계에 도움 되는 것도 아닐 겁니다. 

    간단하게, 프로야구 보시죠.... 뭐 잘하는 애들 몸값이야 엄청 뛰었지만, 관중만 줄어들고, 야구는 거기서 거기고.....박찬호 미국 가고 관중들 눈만 높아져서 한국야구 별로고....

    애국심에 호소해서 헝그리 정신으로 해봐야 별것 안나오고, 그렇다고 스타 과학자들이 대접 잘해달라고 소리 높여도 별것 안나옵니다.  대부분 축구 잘하는나라보면, 거기 열광하고, 저변인구가 많고, 남녀노소 할것 없이 누구나 하지 않습니까?  과학 잘할라믄 방법없슴다... 과학 과목 40세까지 이수시 군대 면제..... ㅋㅋㅋㅋ 그럼 잘사는 나라 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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