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이 과학자인 나라에 다녀왔습니다.

글쓴이
소요유
등록일
2005-08-2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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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어주일간 제 전공 관련 국제 컨퍼런스관계로 에스토니아에 다녀왔습니다. 발표준비하랴 나갔다오랴 7~8월은 주로 여기에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에 간다니깐 제 주위에서 반응이 거긴 왜가냐, 에스토니아? 그 나라 이디오피아 옆 아프리카 어디에 있는 나라아냐?  그런데서 하는 학회니깐 별볼이 없을텐데 가는 것 보니 연구비가 남냐? 등등 아주 불쌍하다는 듯 말하더군요.

예, 저만해도 에스토니아가 라투비아와 리투아니아와 함께 고르바초프 집권당시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나라라는 정보 밖에 없었으니깐 동구권이고 발트해 어디 구석에 붙은 조그만 나라로 경제적으로 별볼이 없이 불상한 나라 일거라는 생각이외에는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참 각오하고 갔습니다.

싼 값에 갈 요량으로 중국 상해를 경유하여 덴마아크 코펜하겐을 거쳐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들어가는 23시간의 여정을 잡았더니 경험해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군요. 일단 상해공항에서 환승하는데 정말 돌아버리겠더군요. 대개 세계 어는 공항이든 국제선에서 국제선으로 환승하는데 보통 10분에서 30분 안쪽 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상해공항은 일단 짐을 찾아 입국한 다음 다시 출국하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다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환승에 걸리는 시간이 보통 1시간 30에서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피말리고 환장하는' 시스템이더군요. 게다가 입국서류는 4가지나 써야되고, 출국서류도 두가지나 써야되서 총 6가지 서류를 써야하는 그야말로 20여년전 김포공항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안내들은 왜그렇게 불친절한지 다 사람이 많아서 그럴것이다라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이 한국보다 시스템이 약 20년즘 되지는 것 같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열을 팍팍받으면서 말이죠. 싼 값에 중국을 거쳐 다른나라에 간다면 도시락 싸들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공항은 우리나라 버스터미널 정도 (강남 경부선)되는 작은 공항입니다. 일단 이나라의 느낌이 작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째든 에스토니아의 수도이자 1000년정도 된 고도 탈린에서 하루밤을 묶으면서 에스토니아 공부를 좀하니깐 어떤 나라인지 이제 감이 좀 잡히더군요. 일단 분위기는 전형적인 북 유럽의 분위깁니다. 특히 바다 건너 80km 떨어진 곳에 필란드 수도 헬싱키가 있어 그쪽 영향이 커보이더군요. 인터넷이 상당히 자유롭고, PC 방도 꽤 있고, 많은 젊은 이들은 '노키아' 핸펀 가지고 다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상당히 잘 혹은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더군요.

에스토니아는 남한의 반정도 되는 땅에 인구가 140만명이 채 안되는 작은 나라입니다. 국민은 6~70%가 에스토니아인이고, 25%가 러시아인, 나머지가 독일인, 핀라드인 혹은 동구권 사람들이더군요. 동양인의 거의 없어 저를 상당히 신기한 듯이 처다보더군요. 제 느낌에 에스토니아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독일인보다 키가 좀 작고 보다 섬세하고 잘 생긴 편이고, 여자들은 키가 다소 크고, 야위고, 얼굴이 작은 편이었습니다. 

자기들이 소개한 국민성은 잘 웃지 않지만 술먹으면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5년마다 한번식 전국적인 송 페스티발이 열린다고하더군요. 한번에 10수만명이 모여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국민성은 이나라의 역사적 굴곡에서 유래했는지도 모릅니다. 이 나라는 기원후 2~3세기에 로마의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데 11세기경부터 수백년동안 덴마아크 왕국과 스웨덴 왕국의 지배를 번갈아 받게 되는데 특히 스웨던 왕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을 황금기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 (13세기) 스웨덴 국왕이 필란드와 에스토니아에 대학 등 학교를 세웠다고 하더군요.

15세기 이후는 덴마아크, 독일, 러시아의 세력이 국토를 각각 분할 점령하거나 지배하여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지낸 것 같고, 18~19세기에 러시아 지배에 항거하여 독립 전쟁을 해서 일정부분 자치를 인정받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이런 것이 기반이 되어 에스토니아 민족은 최초로 1차대전 후인 1918년부터 1940년까지 독립된 국가를 유지하게 되나봅니다. 1940년무렵에 독-소 불가치조약에 따라 소련이 발트해 연안 국가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지만 1941년 독일이 이지역을 점령하여 독일 지배하에 두게 되고 2차대전 종전 직전인 1944년에 소련에 강제 합병되었다고 하더군요. 그 와중에 에스토니아 국민 수만명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당하게 되나봅니다. 참 어렵게 산 민족이나 웃음이 많을 순 없었게지요. '한'은 음주가무로 풀고.....
       
국토는 대부분 평야더군요. 버스를 타고 여행하는데 초반 5분 경치가 3시간동안 달린 경치와 같더군요. 가장 높은 봉우리 (봉우리라기보다는 언덕이었습니다)가 해발 318m라니깐 거의 평원입니다. 그래서인지 지하자원이 거의 없어 경공업이 주로이고, 주요 산업은 농업 (밀농사), 임업 (목재, 목재 가공업), 방직 등과 북쪽 러시아와 접경 (셍 페텔스부르그 근처) 근처에 석유를 함유한 세일들이 양산되어 경제에 아주 많은 보탬이 된다고 합니다.

에스토니아의 1인당 GDP는 1만달러 수준이니깐 우리와 비슷한 정도인데 도로나 정비 등 공공시설 인프라는 우리보다 약간 뒤진 듯 (1980년다 한국상황과 비슷)하지만 전반적인 사회 시스템은 우리보다 앞선 것으로 보여집니다.  생활 수준 (정의가 애매하지만 삶의 질 정도로 보면) 우리보다는 상당히 높다고 생각되고, 특히 악착같이 사는 것이 아닌 적절히 즐기면서 사는 여유는 우리보다다 한수 위같아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이 나라의 정치인들인데 국회의장이 제 분야 과학자더군요. 그래서인지 국제 학술 행사에 국회의장이 축사를 하고....... 하여간 부러웠었습니다. 제 분야 과학자 수는 인구 백만명당 30명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명당 고작 4명이니깐  기초과학에 대한 위식수준도 높다고 봐야 겠죠. 물론 구 소련권이 비슷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 나라의 과학의 역사가 제 분야에서만 200년을 넘어서니깐 역사적인 측면도 상당하다고 봐야 할 것 같고, 19세기에 벌써 시베리아의 자연과 상태를 파악하는 원정대를 꾸려 원정에 나서기도 했으며, 1970년대 인공위성을 올린 예 등을 봐서 간단한 나라는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인구가 작고 지하자원이 별로 없어 시작이 작으므로 우리로서는 별 관심없는 나라가 되겠지만 각 가정의 인터넷 보급률 60%에 IT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봐서 필린드가 이 나라의 발전 모델이 아닐까하는 측면이 있어 보였습니다. 현재는 필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폴란드에 산업이 많이 종속되었다고 걱정하는 것 같더군요.

추가해서 ;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있네요. 언어인데요, 에스토니아어가 공식어입니다. 에스토니아어는 필린드어와 항가리어와 같이 우랄어족에 속합니다. 옛날 우리 말이 우랄-알타이어라고 배울 때를 생각하면 우리 말과 어느 정도 유사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인도-유럽어족과 상당히 다른 언어적 특성을 갖고 있답니다. 특히 에스토니아어는 그 기원이 어디인지 확실치 않답니다. 필란드어를 에스토니아 사람들이 '대충' 이해하는데 반하여 필란드 사람들은 에스토니아어를 전혀 이해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가 역사적 배경대문이라네요. 항가리어는 문법적 구조를 제외하고는 이들과 상당히 다르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우리말과 일본어, 몽골어, 베트남어 사이의 차이만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미있게도 유럽 동부에 우랄어족에 속한 언어들이 인도-유럽어족의 제언어에 끼여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 있더군요.

  • 랄라라 ()

      에스토니아 여자들이 정말 이쁘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ㅋㅋ

  • 소요유 ()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여자들이 '어떤 면'에서 모두 다 정말 예쁘게 보입니다. ^^  저는 다 '돌'로 보이더군요. (최영장군형?!)

    한가지 첨가하자면 안 귀여운 어린이 없겠지만 에스토니아 어린이는 정말 서양 어린이 인형 (브론드 머리에 또렸한 파란눈, 둥근 이마, 밤톨같이 각아논 머리모양) 그대로 더군요.   

  • cantab ()

      좋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지나는 아직도 형편없는 나라군요. 나중에 어떻게 떡고물이라도 챙길까 해서 지나를 찬양하기에 정신없는 일부 황색언론을 통해 창작된 모습을 간접적으로 읽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다녀오신 분의 생생한 여행기를 접하니 신선합니다.
    에스토니아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국민소득이 1만불을 수준이라니 놀랍습니다.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슬로베니아도 그렇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나라가 작은게 짧은 시간안에 뭔가 이루는데 잇점이 있나봅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뭐빠지게 일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는걸 보니 우리는 헛삽질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 song ()

      소요유님 덕분에 좋은정보 많이 알았습니다.
    중국에서 비행기 갈아타는것에 대해서 심사숙고 해야 겠습니다.

    에스토니아, 라투비아, 리투아니아는 다른 구소련 연방국가들과 틀리게 제일먼저 구소련에서 독립했던 국가지요.

    리투아니아, 아마추어 농구 장난아니게 잘합니다. 구소련 국가대표중 상당수가 이들 발틱해 구소련연방 3개국 출신입니다.

    역시나 구소련의 영향으로 기초과학이 아주발달했군요.
    리투아니아 바로밑에 러시아 본토와 떨어진 Kaliningrad지역(러시아영토)을 비롯한 이지역에 17~19세기때 독일출신 거상들의 주요무역 거래지역 이라서 아직도 독일인이 많이거주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쁜여자들이 많은게 제일 부럽습니다.
    브라질 출신의 모델 '지젤 번천(디카프리오 여친)'같은경우, 아무리 봐도 스페인계통의 인종은 아닌것 같았는데 역시나 알아보니,
     부모님이 독일인이더군요.

    결론, 프랑스 동쪽과 독일서쪽지역 여자들 정말 이쁘다. 그러나, 러시아 여자들의 돌출된 이마를 보면 동양인의 관점에서 러시아 여자들이 제일 이쁜것 같습니다.

     이런 결론은 요즘 게시판의 대세입니다.^^

  • 준형 ()

      딱 좋을때 북유럽을 다녀 오셨네요! :-) 사신김에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를 가보셔도 좋았을텐데,

    다음에 한국에서 가실때는 서울에서 스위스나, 영국, 으로 가신다음에 핀란디아나, 루프트한자 등을 타시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북유럽을 다녀오실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전 상해 공항을 가본게 벌써 7년 전이나 되서. 아직까지 더 낳아 보이지는 않네요. :)

    에스토니아 사람들을 보면 핀란드나 스웨덴 사람들과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금발 머리며, 덩치 좋은 사람들.  독일 사람들과는 오히려 좀 다른 점이 많죠. 러시아 사람들과도 좀 다르고.

    근데 학회에서도 에스토니아 사람들의 활동이 컸나요? 아니면 유럽 애들이 경치좋고 조용하고, 컨퍼런스 장소 값이 싼 북유럽에 그냥 자리만 잡은건 가요?

  • 소요유 ()

      에스토니아가 학문적으로 주된 역할을 했다기 보다 제 분야에서 스위스, 네델란드, 독일을 아우르는 학파가 있는데  이 학파에 에스토니아 과학자들이 몇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이들이 오가나이저 역할을 했는데 사실 SOC의 co-chair 둘은 네델란드 사람이었습니다. 

    현재 에스토니아가 제 분야에 있어서 중심역할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1~200년전에는 중심축 중에 하나였습니다.

    현재 제 분야에서 에스토니아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가 좀 났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일단 쪽수 (~50명 : ~250명)가 우리가 많으니 분야는 더 다양하고, 외국 특히 미국에서 학위하고 들어온 분들이 많으니 주류쪽 일을 많이하기는 합니다만 특정분야를 국내에서 키우는 능력은 에스토니아가 나아보이다군요. 

    에스토니아는 조용하고 꼭 틀어밖혀서 공부하기 좋긴한데 좋은 경치는 아닌 것 같더군요. 우리 가치로 보면 말이죠. 호수 & 도랑은 있는데 산과 강이 없습니다.   

  • 최희규 ()

      일본 엑스포에서 러시아 연방으로 몇 나라가 나왔구요, 그 중에 에스토니아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군요... 아쉽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자기네 관을 따로 가지고 있었는데요...

    그나저나, 국회의장이 과학자 출신이라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은 그냥(?) 당선 되기도 하지만 국회의장은 최소한 국회의원을 오랜기간 한 사람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오래전부터 정치권에 진출을... 소요유님은 연세(*^^* 용서...)가 있으시니 국회의장까지 가시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 보면...

    싸이엔지 회원들 중에서 국회의장이 나오면 참 좋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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