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라운드 진위공방

글쓴이
nanobioman
등록일
2005-12-02 08:3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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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건
1. 저널에서 검증한 것을 왜?
저널은 DNA검사를 하지 않는다. 실험과정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졌는지,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가 resonable한지 data를 보고 판단할 뿐이다. 따라서 '사이언스지에서 검증한 것을 왜?' 라는 말은 연구자로선 할 필요가 없다. 저널은 거짓 data는 검증할 능력이 없다.

2. 논문 투고 전에 국과수에서 검증한 것을 왜?
국과수는 DNA 분석을 직접 하지 않았고 분석결과를 서류상으로 제출하면 그것을 보고 '동일인이네 아니네' 하고 판별을 해 주었다. 즉, paper work를 한 것이다. 거짓 data를 주었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로 국과수는 검증할 수 없었을 것이다.

3. 여러 교수와 수십명의 연구진이 지켜보고 있는데 사기칠 수 있겠느냐?
실험 data 조작이나 시료 바꿔치기는 단 한사람의 연구원이 맘먹고 저지르면 수십명의 연구원이 아니라 수억명의 세계 사람도 속일 수 있다. 이 경우 수십명의 연구진은 피해자다. 그러나 과학계에서는 사기꾼이 되는 것은 절대 피할 수 없다.

4. 5개중 3(또는 4)개는 DNA에 대한 아무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판별 불능?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시료를 PD 수첩에 건네줄 때에 배양액만 주지 않았고서야.

5. 불일치로 나온 것은 배양 과정에서 염색체 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 모든 세포가 한꺼번에 변이될 리도 없고 염색체 변이와 DNA변질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DNA지문분석은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이다. 게다가, 복제한 줄기세포를 배양했는데 유전자가 바뀌어 버린다는 얘기는, 체세포를 제공한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 현재 황교수팀 주변에서 볼멘소리로 흘러나오고 있는 위와 같은 '체세포복제 줄기세포가 진짜인 이유'는 기자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릴 지 몰라도 과학자들에게는 옹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더 확실한 이유를 들어야 할 것이다. 안그러면 의혹만 부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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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뭐냐???

가. PD수첩이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검증한다는 것은 정말 과학기술계의 대재앙이다. 황우석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에게 '언론인을 믿겠소, 과학자를 믿겠소?' 라고 물으면 과학자라고 답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나. 그렇다면, PD수첩이 미치지 않고서야(많은 국민들이 미쳤다고 굳게 믿고 있다) 과학자의 연구결과를 왜 검증하려 하는가? 전공자가 취재팀에 있긴 커녕 쥐뿔도 모르는 것 같던데... (세포를 몇 개 줬다 이런 표현을 쓰질 않나)
PD수첩을 돌아버리게 만든 것은 아마도 피츠버그에 있는 K라는 사람이 진짜 충격적인 말을 했고 또 그것을 비교적 설득력있게 정황까지 말을 했기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즉, "줄기세포가 뻥입니다." 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있었는데, 체세포 핵이식은 성공했는데 도통 줄기세포로 분화하지 않더라. 너무나 답답한데 연구실 분위기는 옥죄어 오고 있었다. 그래서 미즈메디 병원에서 몰래 4번 줄기세포주를 가져다가 배양해서 체세포 핵이식 줄기세포라고 황교수에게 보고했다. 그 뒤로 DNA검증시 4번 줄기세포주에서 뽑아낸 DNA data를 환자 체세포 DNA data라고 속여 국과수에 보냈다. 사실 나는 당시 실험이 성공직전이라 확신하고 있었고 논문 발표 전에 진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었는데 거짓말을 한 뒤 수습할 시간이 없었다."

수준의 충격고백을 한 것이 아니고서야 PD수첩이 그리 정신나간 짓을 할 리가 있겠는가. 만약 K연구원이라는 자가 불분명한 얘기, 구체적이지 않은 얘기, 단발마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것을 하늘의 계시인양 신봉한 것이라면 PD수첩은 미친거고, 욕 먹어서 싸고 광고 떨어져서 싸다.


다. 만에 하나 억에 하나 조에 하나, K라는 자가 진짜 '실험 조작 및 data 조작'을 했고 그것이 사이언스지에 나갔고 그래서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라는 것이 '아예 없다면' 이건 세계 과학사에 최대 사건으로 기억될만 하다.


라. 억에 하나 경에 하나, 여러 개의 체세포복제줄기세포중에 단 한 시료에서 이와 같은 사기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황교수 잘못이라기보다는 연구원 한놈이 또라이였던 것으로 그 사람이 완전 생매장되는 것으로 끝나고 PD수첩은 종방되고 황교수는 다시 민족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번 진위논쟁에서 대중이 원하는 것은 '체세포복제 줄기세포'를 '우리민족 과학자가'(우웩)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니, 완전 실패인데 성공으로 포장한 것은 용서 못하지만 성공인데 그종 하나가 잘못된 data가 끼어 들어간 정도는 완전 용서할 것으로 보인다.


마. 상당히 높은 가능성으로, 만약 K연구원이 미국에서 마약에 쩔어서 헛소리를 했고 이를 비전문가인 취재 PD가 굉장히 중요한 증언으로 크게 착각하여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면, 이건 정말 떼로 미친거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황교수팀과 국민에게 석고대죄 사죄해야 할 것이다.


바. K연구원이 별 소리도 안했는데 PD 수첩이 자가발전한 것이라면 대한민국 언론인 모두 연대책임 지고 할-삐-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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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해법은 뭐냐?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 봐도 해법은 단 하나다.
황교수팀에서 DNA를 재검증하는 것이다. 재검증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면, 위의 가~바 중에서 '라'에 해당하는 일, 즉 한놈이 맘먹고 사기친 것이라면 황교수팀도 피해자고 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던 셈이 되므로 그들은 아마 지금 "뭐야 이거 진짜 혹시 당한 거 아냐?" 이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이 어물어물한 것이다.

따라서 당했는지 안당했는지 스스로도 알고 싶을테니까 재검증을 하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언론에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신들의 data는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어느 업체의 DNA 분석기와 오퍼레이터를 사흘정도 전세를 내던가 해서 비공개로도 재검증을 할 수 있다.(이미 해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어물어물한 이유를 대면서 PD수첩 검증 자체를 신뢰할 수 없다거나 결과를 밝힐 수 없다거나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키고 전체 과학계를 안개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과학계의 권위와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졌다.
  • -_-; ()

      국과수 얘기는 비공식루트를 통해 전남 장성에 있는 분원에서 했다고 합니다. DNA 샘플만 받아서 결과만 넘겨줬을뿐 다른 것은 확인한 바 없다고 합니다.

  • Special Agent ()

      잘 읽었습니다. 정말 잘쓰신듯...

    하지만 하나 불만이 있습니다.

    라와 바인데...
    바의 PD수첩 잘못은 대한민국 언론이 연대 책임이고
    라의 연구원의 조작은 우째 대한민국 과학계의 연대 책임 또는 황박사 팀의 연대 책임이 아닙니까?

    좀 형평에 어긋난 듯.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의 연대 책임은 좀 가혹한 듯 합니다.

    아무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쉼업 ()

      제 생각에다가 여러가지로 다양한 가설을 덧붙여서 쓰신 듯 해서 더욱 공감이 갑니다. 짝짝.

  • moonsh ()

      허접하지만, 가설 하나 추가합니다.

    배아줄기세포가 어떤 연유로 genomic instability가 몹시 심해, 배양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DNA가 많이 달라질 가능성. 이 경우 거짓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고 세계 과학계에 새로운 의문점을 던지게 되겠지요. 동시에 임상 적용의 꿈은 한층 더 멀어지게 되지요.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raw data를 보고 싶군요.

    지금으로선, 황우석팀이 재실험에 최대한 협조하여 재현을 해내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실험결과에 대한 의혹은 결국 실험결과로 반박해야지요.

  • 꿈꾸는 소년 ()

      재밌는 글 잘보고 갑니다. 주제는 사실 재미있으면 안되는 것이지만요 ;). 그런데, 좀 이상하긴 하네요. DNA가 추출이 안되었다. 사실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황교수쪽에 의심이 가게 되어 조금 서글픕니다. 그리고, 사이언스에 나온 논문들은 당연히 저도 읽었지만, 그 수많은 공저자들이 있는데,  혼자서 보고 대충 잘못해서 일이 그렇게 흐를 가능성은 제로라고 확신합니다. 거기에 모든 연구결과의 기본은 그 연구실에서 일단 reproducible해야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구요. 저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속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데, 사실 이런 말이 나오면 연구자들로서는 자존심과 자신이 발표한 연구결과의 재현성, 진위에 대한 문제라 보통 남들 모두 보는 앞에서 직접해서 보여주고 싶어하는게 당연한데, 계속 발을 빼고 있어서 많이 의아해 하긴 합니다....

  • 꿈꾸는 소년 ()

      거기에 bench scientist라면 모두 아시겠지만 이런거 보여주는 일은 사실 한나절 짜리 간단한 일이라고 말할 수있는데.... 그러고 보니 황교수가 first author던데 그럼 직접 제일 많은 일을 했을텐데, 왜 안보여 주나요? 어쨌든 사기였다던가 이런식의 황당한 일은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은 간절합니다.

  • 황인태 ()

      잘 쓰셨는데 한가지 추가합니다. 황박사 팀이 자신의 문제를 재검증할 경우 또 다른 논란 거리를 제공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검증마저 조작했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과학계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만, 이미 감정이 앞서버린 상태라 안 나올리 없다고 봅니다. 데이터의 재검증은 제3자(국내보다는 국외가 좋을 듯)에게 맡기는 것이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것을 의뢰하는 주체는 황박사팀이 되어야겠지요.

  • 틀안에서 ()

      한가지에 관해서만 제 생각을 첨가하고 싶네요. 그 실험한 연구원. 그냥 쓸데없는 가정을 해서 어떤 연구원이 실험데이터를 조작했다고 해서 책임을 그 연구원한테 모두 뒤집어 씌우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저도 많은 실험을 해봤지만 연구책임자가 실험자에게 결과를 강요하기때문에 정말 심신이 지친상태에서 해버렸을 때, 그건 과연 연구원 혼자의 책임이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의도적이건 의도적이지 않건간에 연구자로 하여금 구석에 몰리는 상황을 만들어 놓는 사람도 연구자 못지 않게 책임이 큼니다.
      따라서 결과를 너무 염원한 나머지 연구원에게 지나친 억압과 월화수목금금금을 강요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지요. 가정하에서 말씀을 드리지만, 혹시라도 그런 사태가 발생했을때 모두 다 책임을 회피하고 그 연구원만 사기꾼 취급 받는다면 정말 한국에서 살기 싫을 것 같습니다. 약자만 왜 끝까지 당해서 약자가 되어야 하는지...

  • 산머루 ()

      ㅎㅎㅎ 한심한 글들이로구만.....에라이  이공계 공돌이들아

  • 빨간거미 ()

      산머루님.. 1. 어떤 부분이, 2. 어떤 면에서, 2. 왜 한심한 글들인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 님의 글 내용만으로 제가 상상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네요...

  • 심볼래 ()

      궁금한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이언스지에 거짓 데이타를 만들어서 게재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건가요? 그런 검증 시스템도 갖추지 못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건가요? 연구자의 '양심'에 맡겼던건가요? 이해할 수 없네요..

  • 이태훈 ()

      심볼래님/
    저도 과학논문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곳의 글/덧글을 읽어본 바로는 속이려고 마음먹으면 science 뿐 아니라 science 할애비라도 속일 수 있다고 합니다.
    명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속이기가 쉬워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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